사실, 의사들도 성과학Sexology에 대해 잘 모른다.
1900년대 초반의 에른스트 프랑켈(Ernst Fraenkel)이 "대부분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사실상 성욕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다."라고 말한지 100년 이상이 지난 지금 여전히 의사들은 성과학에 대해 무지하다. 실제 환자들에게 삶의 질에서 섹스가 차지하는 부분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데, 이를 제대로 상의할 수 있는 의사, 그 중, 산부인과 의사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의대생 때도, 전공의 때도 섹스의 정신적 및 육체적 과정, 섹스에 대한 장애 또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그 어떤 교육도 받지 못했다. 고대의 미신들이 아직도 21세기에 팽배하고 의대를 나온 의사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마치 섹스를 다루는 과학적인 작업은 사악한 취미 정도로 취급받는 것 마냥, 어쨌든 건전하지 않은 성향으로 바라볼 테니깐. 그래서 의학 분야의 여러 책자들은 섹스의 심리학을 완전히 무시해 왔다.
그러나 섹스는 매우 중요하다. 섹스는 사람의 인격 전반으로 스며들며, 사람의 성적 기질은 전반적인 체질의 일부라 말할 수 있다. 그래서 섹스를 알면 그 사람의 성품을 알 수 있다. 이는 꽤 진리에 가까운 명제인데 이를 부정한 상태에서는 효과적인 조언이 절대로 나올 수 없다.
나는 이를 진료실에서 매번 느낀다.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환자들은 중환이 아니다. 그리고 진료과 특성 상 모든 것은 성적인 활동과 연관이 되어 있으며 이 중 섹스는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섹스 때문에 행복해지고, 때로는 우울해하며, 때로는 이혼까지도 한다. 그런 환자들의 많은 이야기들이 하나 둘 진료실에 쌓여간다.
그러나 대부분의 환자들은 이런 고민을 풀어 나갈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며, 여전히 잘못된 미신과 연결 짓고 인터넷만 뒤적거리다가 괴로워한다. 우습게도 세대가 지나도 반복되는 사실이다. 의사로서, 그 중 산부인과 전문의로서 이런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의 생(生)과 사(死) 사이에 성(性)이 존재한다. 어쩌면 번식을 위해 모든 생물은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런 원초적인 충동을 이해하지 못하고 인생을 마감한다면 사람으로서, 전문가로서도 불행한 삶을 사는 것일지도. 의사는 지능과 공감을 통해서 능동적으로 환자에게 자기 고백을 통해 억눌려 있던 의식의 요소들을 겉으로 끌어내고, 억압으로 야기되었던 긴장을 해소시켜 진정한 성적 자유로움과 조화를 회복하게 도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