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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영화洞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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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연마 Feb 16. 2016

왜 따르는가

영화洞人_ 9. 영화 ‘스티브 잡스’, 대니보일 2015 作

지난 1월 19일은 회사의 첫 번째 창립기념일이었습니다. 일 년의 시간을 회고해보니 개인의 역량은 직장생활 5년보다 훨씬 더 많은 성장을 했지만 ‘대표’로서의 자질과 성과는 함량미달이더군요. 빠른 에너지와 열정으로 활력이 넘쳐야 할 스타트업인데, 회사의 목표와 중요한 일들은 대표의 원맨쇼가 되고 있었습니다. 리더의 자질과 역할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습니다. 더불어 그동안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던 기업철학과 기준의 필요성도 절실해졌고요.  그 때 마침 영화 ‘스티브 잡스’가 개봉했습니다. 


영화는 그의 삶에 변곡점이 되었던 세 번의 프레젠테이션과 그 무대 뒤편을 배경으로 합니다. 혁신가로서의 천재적인 능력과 괴팍하고 미성숙한 인격을 리드미컬하게 대조시키며, 인간 스티브 잡스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있습니다. 

“개발도 못하고, 설계도 못하고, 디자인도 못하고, 제품개발에 대해서 아무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으면서 왜 혁신가 행세를 하는 거지?” _ (스티브 워즈니악 대사 중)

엄격하게 평가하자면 스티브 잡스는 실무 기술이 탁월했던 사람이 아닙니다. 자신의 딸을 부인하고, 동거인이었던 애인을 폄하할 만큼 인격적으로도 성숙하지 못했고요. 그래서 저는 결핍과 결함이 많은 그가 어떻게 애플의 수장이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집중하며 보았습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그들은 미친 스티브 잡스를 왜 따르는가'에 대한 부분이었죠.


심한 압박감과 무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매킨토시 팀원들을 자신이 그 팀에 소속되어 있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다. 세월이 흘러 옛 시절을 되돌아볼 때 다시는 경험하지 못할 경험이라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일을 지금 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 제이 엘리엇 作, 왜 따르는가 중에서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은 교과서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리더십은 아닙니다. 하지만 직원들의 역량, 그 이상으로 일을 해낼 수 있도록 그들에게 영감과, 열정을 불어 넣는 사람이었습니다. 당시에는 디테일에 집착하는 잡스의 치독스러움에 괴로울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방향은 늘 최고의 결과와 환호를 만들었으니까요. 
 또한 그는 하나의 팀으로 이룬 성과가 어떤 개별 팀원의 기여보다 훨씬 크다고 느끼게 만드는 데도 탁월했습니다. 신제품 PT 때마다 담당 팀원들을 공개석상에서 칭찬했던 것도 그 일환이었죠. 극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매킨토시 개발팀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해군이 아니라 해적이 되자!’라는 슬로건을 세우고, 조직 전체가 보물섬을 탐하는 도전적인 해적이 될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다는 일화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나의 소임은 사람들을 부드럽게 대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공격적인 비전을 제시해 우리가 보유한 훌륭한 직원들이 더욱 훌륭해지게 하는 것이다. 
내 소임은 임원진 모두를 후임자가 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게 만드는 것이다.
지금 내가 하려는 일이 바로 그 일이다.
-스티브 잡스-     


그동안 저는 성공적인 서비스를 만들고 성장하려는 실무 활동은 열심히 해왔지만, 함께 일하는 사람들의 성장에 대한 고민은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실무자로서 일해 온 것 같아요. 리더로서의 푯대가 명확하지 않으니 함께 일하는 직원들에게 공감할 수 있는 비전과 열정을 전달하지 못했고요. 망망대해를 가로질러 보물섬에 도착해야 하는 해적들에게 ‘지도’를 주지 않은 것과 다름없었음을 1년 만에 깨달았습니다. 
신랄한 자기 객관화로 아찔해지긴 했지만, 이것 역시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그려보려고 합니다. 설레기도 하고, 암담하기도 하네요.
 
 마지막으로 영화 ‘스티브 잡스’에 대해 짧게 평가하자면, 잘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그의 업적과 리더십에 대한 일화들은 책과 기사로 쉽게 접할 수 있고, 일대기로 만들기에 중요한 에피소드가 너무 많은 인물이기 때문에 전기물로 만들기 쉽지 않았을 겁니다.

영화 ‘잡스’처럼 평면적인 서사로 흘러가기 십상이죠. 하지만 ‘스티브 잡스’는 제작자와 배우의 명성에 걸맞게 영리하고 감각적인 작품으로 탄생했습니다. 배우로서 단 한 번도 실망감을 주지 않은 마이클 패스벤더의 메소드 연기, 리드미컬한 대사 속에 뼈와 핵심을 담아낸 극본가 아론소킨, 현장감과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연출가 데니보일의 조합이 빛을 발했다고 할까요? 잡스가 살아있다면 무척 흐뭇하게 봤을 것 같습니다. 
추가적으로 ‘스티브 잡스’의 부성애를 중심으로 영화를 보아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폰으로 전 세계의 생활과 소통 방식을 편리하게 바꾼 그였지만, 정작 가장 가깝고 사랑하는 사람과의 소통 문제를 가지고 있는 역설적인 점이 꽤 흥미롭거든요.
입체적인 인물이었던 만큼 다각적인 메시지를 전해주는 영화이니, 꼭 관람하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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