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을 하고서 든 가장 큰 의문이
"이러고도 다들 일을 할 수 있다고? 진짜로?"
친구에게 이게 가능하냐고 물었더니
"다들 그냥 자리 지키는거지뭐. 다들 알면서도 봐주는거고. 그렇게 저렇게 서로 이해하고 넘어가면서 직장생활 하는거야. 어쩌겠어"
나의 대답은 이건 너무 가혹하다. 였다.
하루 하루가 버티기 힘든 정신상태로
어떻게 똑같이 근무를 하라는 건지.
"진짜 워킹맘들이 다들 이렇게 버티면서 회사를 다녔다고..?"
체럭이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떨어졌고
당연히 업무 전투력도 상실 수준으로 떨어졌고
제 때 일어나 제정신으로 출근해 자리를 지키는 것 자체가 미션이 되어버린 상황인데...
그나마 넉살좋은 사람은 헤헤 웃으며 잘 다니겠지만 전투력, 업무능력이 예전같지 않아 비교를 당할 수 밖에 없다면 자괴감으로 그만둘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으니까....
2시간 정도 빼주는 단축근무. 그것도 12주에 끝나는 단축근무 정도가 아니라,
임산부가 정말 힘들고 급할 때 도저히 업무가 곤란하다고 느끼는 시기에 2-3주 정도 쉴 수 있는 두 세번의 임신 정기 휴가제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친구와 나눴다.
입덧도 개인차가 심하지만 다들 초기에 업무에 큰 지장을 느끼는 건 똑같은 듯 했다.
친구1는 육휴가 어려울 것 같은 회사라 임신 12주에 회사를 관뒀고 친구2는 심각한 입덧으로 8주차에 회사에 사정을 말하고, 부담감을 감수한 채 무급휴직에 돌입했다. 주변에선 그만두지 않은 이보다 그만둔 이를 찾는 것이 더 쉽다.
2-3주의 휴가만 있다면
어려운 기간 집에서 보내고
다시 제정신으로 업무복귀 할 수 있을텐데.
너무 많은 이들이 이 벽을 넘지 못하고, 임신 기간에 회사를 포기하고 있고 그런 결정을 내릴 수 밖에 없는걸 이해한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출산 기간이 아니라 20주 이전 임신 초기에도 휴가가 필요하다.... 이 시기만 잘 넘기면 또 회사를 잘 다닐 수 있을텐데.
개인차가 있겠지만
5~20주 입덧을 겪는 이 시기는 정말 내가 겪어본 바로는
헬 임이 분명하다. 환자의 상태로 회사에 나가 일을 하지 않듯... 큰 산을 넘는 중인 임산부들에겐 필연적인 업무 공백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시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