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원도심에서 카페를 열다.
INTERVIEWEE 조이진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서른한 살, 조이진이라고 합니다. 대학에서 영상을 전공해서 신사동에 있는 영상 회사에서 2년 동안 다녔는데, 2년 동안 주 5일 야근하고 주말에도 출근하는 생활을 했어요. 그 생활을 때려치우고 그 뒤로는 방송 스크립터를 하면서 돌아다니면서 살았어요. 제주도는 스무 살 때부터 친구들과 1년에 한두 번은 꼭 여행을 왔었어요.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는 제주도 가시리에서 1년 가까이 살았었어요. 제주도에서 거의 처음 생겼던 표선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서 2~3개월 장기 숙박을 하고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가시리에 집을 얻게 돼서 가시리에서 반년 넘게 살았어요. 살면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어서 그 이후에는 왔다 갔다 하면서 친구들 집에서 한 달 두 달하는 식으로 살다가, 완전히 정착한 건 작년 여름이었어요. 이제 거의 1년 됐네요.
쌀다방의 자리가 참 좋은 것 같아요. 상권이 활발한 곳은 아니지만 조용한 곳이라서요. 또, 조금만 걸어가면 관덕정도 나오고 시내버스도 바로 탈 수 있고요. 이 공간을 얻게 된 이야기가 궁금해요.
건축을 전공한 친구가 먼저 저에게 제안을 했어요. 그 친구를 따라 이 골목길에 오게 됐는데 이 골목길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한 번 해보자’ 해서 시작을 하게 됐는데 중간에 많은 일들이 있어서 결국 저 혼자 하게 됐어요.
제가 이 건물 구하려고 이 거리에서 보낸 시간이 엄청 많아요. 부동산도 몇 번 가보고요. 이쪽 골목길에 벽처럼 생긴 건물이 있어요. 점점 갈수록 좁아지는 건물인데, 그걸 모르고 계약했어요. 근데 계약하고 보니 냉장고도 들어가지 않는 공간이어서 다시 찾았어요. 근데 지금 이곳은 주인을 만날 수가 없는 거예요. 계속 기다리다 옆에 신발공장에 주인분 오시면 저희가 애타게 찾고 있다고 전해달라고 말씀드렸는데 바로 다음날 연락이 왔어요. 근데 그날이 이 공간을 자기 사무실로 쓰려고 공사하는 첫날이었던 거예요. 그런데 주인분께서 ‘그럼 당신들이 해라’ 하고 공간을 내어주셨어요.
이 골목에 향사정, 관덕정, 제주 최초의 영화관, 제주 최초의 성당과 교회가 다 있거든요. 또 여기 있어서 정말 좋은 점은 성당 종소리가 6시와 12시가 되면 울려요. 있으면서 더욱 좋은 공간인 것 같아요.
이곳을 1년 동안 준비하셨다고 들었어요. 1년이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그 시간 동안 어떻게 준비하셨는지 듣고 싶어요.
본격적으로 준비했던 것은 3개월 정도이고 반년 정도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어서 손을 놓고 있었어요. 마음만 타들어갔죠. 결국엔 제가 직접 목수 한 분과 함께했어요. 페인트는 페인트 전문으로 하시는 분을 하려니 하루 일당이 너무 비싸서 지인 한 분과 같이 했어요.
기존의 쌀가게였던 모습을 치우지 않고 오픈한 것이 레트로 한 감성이 있어서 참 좋아요. 어떤 생각 때문이었는지 궁금해요.
이전과 비교하면 정말 환골탈태한 거예요. 거의 무너져 내리는 건물이었어요. 외관도 다시 하고 리모델링을 많이 했죠. 그런데 하다 보니 쌀가게의 느낌을 없앨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이 공간에 있었던 것을 잘 사용해보자고 생각하고 쓰게 됐어요. 여기 원래 있던 가구들이 많아요. 책장은 예전 쌀가게 할 때부터 있었던 책장 이예요. 책장은 원래 큰 책장이었는데 반을 갈라서 사용하고 있고, 저 흔들 의자도 원래 있던 거예요. 안쪽 테이블 2개 빼고는 기성품은 거의 없어요. 여기저기 있는 테이블들은 다 제작한 거예요. 원래 있었던 됫박이나 저울이나 키, 이런 것들도 너무 많이 있으면 콘셉트 카페가 될 것 같아서 이 정도만 남겨놨어요.
또, 은연중에 모티프가 됐던 건 저 쌀 간판이었어요. 쌀 간판에 제가 완전히 꽂혀서 이름도 쌀다방이라고 짓게 됐어요. 저 쌀 간판이 40년이 넘은 간판 이예요.
2편에서 계속됩니다 :)
포토그래퍼 김요한 에디터 김지혜
* '닮'은 당신의 제주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이야기를 들려주실 분은 댓글이나, 카카오톡 @sijeuru 로 연락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