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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인혜 May 09. 2016

사진 하나에 꽂힌, 알베로벨로벨로

이탈리아 남동부 여행 (2) 알베로벨로

나에게 이탈리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한 그림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기품 있는 고대의 느낌이라든가 색색의 아기자기한 집이라든가 사진을 보면 '아 여기 이탈리아네.'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그림이 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 할수록 도대체 어떤 느낌으로 이탈리아를 설명할 수 있을까 싶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든 주범은 이탈리아 남동부의 마을, 알베로벨로다. 사진 한 장으로 나를 끌어당긴 도시, 알베로벨로를 찾았다. 알베로벨로 이름도 예쁘다. ALBELO(알베로)는 나무, BELLO(벨로)는 아름다운, 멋있는 이란 의미로, 알베로벨로는 아름다운 나무라는 뜻이다.


알베로벨로의 구시가지 모습. 위에서 찍은 사진이 없어서 구글에서 가져왔다. 


알베로벨로 사진을 보고 우아했던 건 바로 집! 지붕! 

너무 귀여운 거다. 돌로 쌓아 만든 집이 이글루 같기도 하고, 궁금했다. 


풀리야 지방에 도착했을 때 기차를 타고 지나가면서도 종종 만날 수 있는 건축 형태다. 흰 벽에 돌로 지붕이 얹어져 있는 이 집은 트룰로(여러 채를 일컬을 때는 트룰리)라고 부른다. 고대부터 지중해 지방에 전해오는 주거용 건축이다. 네모난 혹은 둥근 집터에 벽을 세우고 그 위에 납작한 잿빛 돌을 지붕으로 얹는 형태로 만든다. 알베로벨로의 트룰로는 세계문화유산(UNESCO)에 등재돼있다. 


트룰로가 궁금해 돌아다니다가 좋은 자료를 얻었다. 건축의 세계는 흥미롭다*_*



내가 묵은 트룰로.
트롤로 내부

현재는 트룰로를 숙박업이나 관광상품을 판매하는 데 쓰기도 한다. 나도 트롤로에서 묵었다.(이거 하려고 간 거다. 하하) 트룰로를 검색해보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도록 두꺼운 돌벽을 쌓는다고 하는데 주인은 나에게 말했다. "트룰로는 겨울에는 추워. 그래서 난방을 미리 틀어놨지. 그래도 추울 거야."


생각만큼 춥진 않았지만 아무래도 돌집이니 따뜻한 분위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알베로벨로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 기여한 것은 숙소다. 주인아저씨가 너무나도 친절해서 반할 수밖에 없었다. 이 숙소를 선택한 큰 이유는 픽업이었는데 기차를 놓치고 다음 기차를 타서 밤 9시가 넘어 도착했음에도 밝게 맞아주고 하나하나 설명해주고, 가득 채워놓은 냉장고의 음식들은 다 먹으라고 하는 아저씨에 시작부터 신이 났다. 


손님 중 한국 사람은 처음이라며 주인아저씨도 나를 보고 신기해했는데, 알베로벨로에 여행 가는 사람이 있다면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항상 느끼지만 여행을 만드는 건 결국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인 것 같다. 


귀여운 카페 
냥이 안뇽
트룰로란 말이야,
흔한 기념품 가게.jpg
관광지로 쓰이는 게 아닌 정말 누가 사는 트룰로. 점심 준비하는 소리가 들려 똑똑하고 들어가고 싶었다. 
할아버지 넷


알베로벨로라는 도시는 크지 않았다. 두세 시간이면 전체를 다 둘러볼 수 있는 정도의 크기다. 나무가 많고 푸르름푸르름한 도시는 아니지만, 특이한 건물들 사이사이 산책하는 것도 재미있고 안전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리고 동네에 피자집이 하나 있는데 맛있다. 많이 맛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동네 사람들에게는 이미 유명한 곳 같았다. 


이탈리아 남부에 간다면 알베로벨로는 다시 들리고 싶다. 풍경도 좋지만 그보다 트룰로 집주인 아저씨에게 인사하고 피자 먹으러 가고 싶으니까. 


초점이 사라진 피자. 


교통이 편한 곳은 아니다. 가장 잘 알려진 방법은 바리에서 사철을 타고 가는 방법이다. 다만, 시간표도 잘 체크해야 하고 어떨 때는 갈아타야 하는 경우가 있어 타기 전에 매표소 직원에게 미리 물어보는 게 좋다. 바리에서 열차를 타는 위치도 다른 기차와 다르다.
근처 다른 도시를 들렀다 가려고 많이 알아봤으나 버스가 자주 있지 않아 내가 원하는 시간대로는 어려웠다. 여행자에게 가장 편한 방법은 그 구간만 태워주는 차를 신청하는 것인데, 나의 예산으로는 부담스러워 그저 기차를 이용했다. 예산이 넉넉하고 차를 렌트해 운전하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은 고려해볼 수 있겠다. 




copyright ⓒ 2016 ParkInh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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