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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shformation Jul 08. 2021

블랙 위도우

예에에에전에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 후기를 썼을 때 이런 얘기를 했던 적이 있다. 마블은 슈퍼 히어로 영화도 다양한 장르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을 반복해서 증명하며, 히어로 무비의 외연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고. 이런 기조는 지금까지도 이어져 블랙 팬서나 캡틴 마블을 통해 오늘날의 문화/사회적인 이슈들을 담아내는 지점까지 도달했다. 블랙 위도우 또한 같은 트랙 위에 있는 작품이라 보아도 무방할 듯싶다.

요약하자면 이 영화는 주입된 자아를 갖고 그에 맞춰 살아온 사람들이 자신의 근거를 새롭게 구축하는 이야기이고,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은 같은 입장에 처한 사람들의 연대와 도움의 손길, 그리고 유사 가족에 대한 소속감이다. 지금까지도 그래 왔지만 이번 작품 역시 엔터테이닝 하면서도 현재의 시대상에 부합하는 메시지를 뽑아내는 MCU 시스템에 대한 신뢰감을 갖게 만든다. (동시에 이 프랜차이즈 안에서 개별 감독이 갖는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영화는 초반부에 개인의 자아와 유사 가족의 형성에 대한 깊은 이야기를 보여줄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중반을 기점으로 조금 다른 선택을 한다. 여러 캐릭터들의 어떤 면으로는 비슷하지만 또 어떤 면으로는 서로 다른 입장과 상황을 이용하여 메시지를 다층적으로 구성하기보다, 직접적이고 선명한 메시지를 통해 그저 영화의 흐름을 따라가기만 하면 유사한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전개에 집중한다. 이걸 일방적으로 장점 혹은 단점이라 치부하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만족보다는 아쉬움에 가까운 의견이다. 특히 이 영화가 어려움이나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도 이와 결을 함께 하는데, 상황은 심각하고 주인공들은 엄청난 고생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일단 흐름 상으로는 모든 일들이 편리하게 쑥쑥 풀려버리니 맥이 풀린달까.

물론 영화의 기본적인 만듦새는 훌륭하고, 초중반에 집중되어 있는 맨투맨 격투 장면들은 멋이 흘러넘친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 처음 만나게 되는 플로렌스 퓨의 (아마도) 2대 블랙 위도우는 나타샤 로마노프와는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내며 다음 작품들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스탭 롤이 끝나고 나오는 쿠키 영상 꼭 확인하시길!) 오랜만에 극장에서 만나는 MCU 영화라 기대치가 엄청 높아서 그렇지, 사실 이 정도만으로도 이 영화를 볼 만한 이유는 충분할 것 같다.

아무튼 블랙 위도우의 갑작스러운 퇴장에 대한 아쉬움을 별도 솔로 무비까지 할애해 풀어주는 MCU의 따듯함에 감사를 표하며, 아주 솔직한 마음으로는 인피니티 사가 이후의 MCU 괜찮을까..?라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여태까지 그래 왔듯 앞으로도 계속 이런 우려를 깨부수는 건재한 퍼포먼스를 보여주기를 기대해 본다.


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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