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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rashformation Feb 16. 2021

아사코

ASAKO I & II, 寝ても覚めても

처음 아사코를 본 건 당시 만나고 있던 여자친구 때문이었다. 친구가 이 영화를 보고 A 라는 인물에 대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길래 궁금해서 봤는데, 도리어 본인은 다른 인물인 B 에 대해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는 것. 그래서 내 의견이 어떤지 궁금하다며 영화를 같이 보자고 해서, 호기심 반 등 떠밀림 반 느낌으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처음 볼 때는 나도 비슷한 프레임으로 접근했다. 이 인물은 왜 이런 행동을 하는가, 이 행동이 과연 타당한가, 이 상황에서 이 인물이 이런 행동이나 반응을 보이는 게 맞는 것인가 아닌가 등등. 그래서 영화 후반부의 전개는 좀 띵~ 하는 느낌이었고, 마지막 엔딩에도 허어 그것 참… 하는 반응을 보였더랬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영화를 보고 나서 여자친구와 인물들의 행동과 영화의 내용에 대해 얘기하면 할수록, 크리넥스 통에서 티슈를 뽑아내듯 계속 이야깃거리들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아사코가 보이는 것보다 흥미로운 영화라는 인식을 가졌고, 당시로부터 몇 년이 지난 오늘, 퇴근길에 오르며 ‘집에 가면 아사코를 다시 봐야지’ 하는 생각을 했으며, 실제로 집에 오자마자 아사코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이미 유튜브나 영화 리뷰 사이트들에 여러 해석과 견해가 존재하지만, 나의 관점에서 이 영화는 삶에 대한 인식, 태도, 혹은 가치관 같은 것들에 대해 어떤 형태로라도 충격이나 자극이 주어졌을 때 사람들은 그것에 어떻게 반응하고 변화하는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본다. 모든 사람은 나의 관점에서 세상을 본다. 그것이 본능적으로 형성된 것이든, 교육을 통해 학습된 것이든, 혹은 어떤 외부자극으로 인해 발현된 것이든, 그런 것들이 촘촘히 모여 나를 구성한다. 나는 우주 안의 한낱 티끌 같은 미물에 불과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나의 입장에서 보면 내가 있기에 이 세상이 존재하고, 그 세상은 나의 관점에 의해 재단된다. 그러나 그 관점은 영구히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사건을 만나 계속해서 변화해 나간다. 때로는 어제 저녁에 전시회를 봤다는 사소한 경험일 수 있고, 때로는 내가 딛고 선 땅을 반쯤 갈라놓는 거대한 재앙일 수 있다. 그러한 사건들이 나를 찾아와 나의 세계를 근간부터 뒤흔들어 놓을 때, 나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어떻게 변화하고 싶은가. 아사코는 여러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와 모습을 통해 그러한 메시지를 보여주는 영화이며, 나의 변화의 형태와 방향이 늘 타인의 그것과 동일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그런 차이 안에서 나와 타인이 어떻게 공동체로서 유지될 수 있는가에 대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내 생각은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다시 한 번 바뀌게 될지도 모른다.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의 내 반응과, 두 번째 보았을 때의 반응이 다른 것처럼. 세 번째로 아사코를 보고 느끼는 경험이 나를 얼마만큼 변화시키게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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