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커뮤니티로 자연스레 스며드는 카페 with 책
여성 자영업자들의 업장을 소개하는 '여장부'에서는
다양한 업종에 종사하시는 여성 사장님들과의 진솔하고 편안한 인터뷰를 진행합니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얼마나 됐어요?
이제 딱 1년 됐어요. 작년 8월에 오픈했으니까 아직 멀었죠.
전에도 다른 데서 카페를 하셨어요?
아니요.처음이고요 전에는 회사를 좀 오래 다녔어요. 출판사 다녀서 한 회사만 15년 다녔고요. 50살이 지나 정년퇴직을 하게 되었어요. 계속 한 직업만 저는 계속 했거든요. 대학 졸업하고 거의 한 삼십 년 동안 똑같은 일만 한 셈이에요. 근데 그 일을 가지고 계속 여생 동안 하기엔 어렵고, 그래서 다른 일을 좀 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했어요. 제가 아무래도 책 쪽에 관심이 있고, 그걸 확장시켜서 북카페를 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동경이 있었죠. 준비는 본격적으로 준비한 건 한 1년 정도. 메뉴 세팅도 하고, 북클럽이라는 색을 어떻게 카페에 녹일지 고민하는 시간이었어요. 출판사 같은 데서 운영하는 독서 후 토론 문화. 뭐 그런 걸 해보고 싶었어요.
그러면 출판사에서 원래 하시던 일도?
편집하는 일. 그때는 그냥 기획 같은 걸 하고, 실제 리딩 쪽은 별로 추구를 안 했죠. 그치만 약간 문자 중독증 같은게 있어서 계속 책을 많이 보고 보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나만 읽을 게 아니라 좀 같이 나이 들어가는 사람들이 있으면, 같이 공유해서 책을 같이 읽고 좋은 책을 또 서로 나누고 그래봤으면 좋겠다-싶었죠. 그래서 직장 다니면서 독서지도사 자격증을 땄어요.
그럼 여기에서 실제로 하고 있는 활동이 있나요?
북클럽 지금 하고 있는데, 다들 관심은 있으신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아파트 단지라 애기 엄마들이 좀 많으신데, 애들 케어하는 것도 힘든데 책 읽을 시간도 없고 관심은 있으나 여력이 안 된다. 그래도 몇몇 분들이 책을 읽고 싶다고 연락이 와서, 일주일에 한 번씩 그렇게 진행을 하고 있어요. 계속 물어보시는 분들도 계신데, 시간이 또 책을 한 번 읽기가 되게 힘들잖아요.
그러면 어떤 식으로 진행이 돼요?
같은 책을 읽고 만나요. 최근에는 임신을 하신 디자이너 손님이었고, 곧 육아를 앞두신. 그래서 그림책을 어떻게 골라야 되는지, 어떻게 읽어줘야 되는지, 그런 걸로 공부를 같이 했어요. 저도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되게 많거든요. 매주마다 공부를 해오면 그걸 이제 같이 의논하고 얘기하고. 지금은 이제 그냥 장편 소설, 한국 소설들 해서 하고 있어요. 많은 분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방식으로 확장이 되면 좋겠죠.
그럼 이 북클럽을 어떻게 홍보하셨어요.
저기에다 해놓고 엘리스 북클럽이라고. 저렇게 홍보하고 그리고 제가 이제 pdf로 이벤트 공지문을 만들어요. 상가 주인분이 이 아파트에 사세요. 그래서 아파트 커뮤니티 단톡방 같은 곳에도 홍보해주시고 그 정도. 대대적으로는 못하고 있어요. 저기 붙어있는 서평 이벤트가 재미있고 반응이 좋죠. 직접 읽고 오셔서 서평을 저기 붙이시면, 저희가 마카롱도 드리고 쿠키도 드리고 그런 식으로. 이렇게 천천히 당산커피만의 커뮤니티가 만들어지는거라 생각해요.
커피와 메뉴 이야기를 해볼까요?
사실 제가 커피에 대해서 잘 몰라서 저희가 이제 오픈하기 전에 다른 카페에 가서 일도 했어요. 그리고 소상공인 대상으로 해서 신용보증재단에서 카페 창업자들을 위해서 멘토를 소개해줘요. 실제 매장에 가서 서빙이나 서비스 마인드 그리고 음료 제조법 레시피 이런 것들을 전수를 받는 거죠. 매장 관리나 클로징 하는 것들도.
그럼 커피에 대해 전혀 모르고 계시다가 거기에서 이제 다 배워서 나오신거죠?
네 그렇죠. 요즘은 음료 레시피를 많이들 공유하고, 그런것들을 꽁꽁 숨기고 사는 세상은 아니니까 아직도 많이 보고 배우고 테스트해요. 다만, 저희는 조금 더 좋은 재료. 누구나 다 하는 얘기 같겠지만 진짜거든요. 직접 청도 만들고. 시럽은 잘 안써요. 더 건강하고, 덜 달게. 직접 과일부터 고르고 손질해요.
혹시 자녀 있으세요?
저는 다 컸죠 그렇죠
좋으시겠다. 그러니까 이렇게 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크게 부담 없이
부담 안 가지려고 시작했는데 근데 몸이 너무 고되요. 저도 계속 사무직만 했지 살림을 잘하는 것도 아니고, 카페가 노동 집약적인 부분이 있거든요. 겉보기에 그럴싸한 것 보다도 진짜 열정있으셔야 해요. 내 일이다보니 쉬는 날에도 장부 정리하고 주문도 하고. 상사와 조직 스트레스 없는게 장점이지만서도.
장사하시면서 보람도 느끼세요?
그렇죠.맛있다고 하고 이쁘다고 하고 그럴 때 보람이 있고요. 그리고 저기 코너요. 사랑방 분위기 나는. 사실 이렇게 하면 계속 공간 낭비이긴 해요. 테이블을 포기하고 만든 공간이니까요.
애기들이 와서 같이 책을 보거나, 엄마들이 책을 읽어주고, 할머니가 책을 읽어주고 하는 그런 모습. 보면 좀 뿌듯해요. 길 가다가도 아기들이 '저거 있네' 해서 들어와서 엄마랑 같이 놀고. 메뉴랑 맛으로 피드백 받을때도 되게 좋더라구요. 회사 다닐 때는 사실 맨날 스트레스받고, 왜 매출이 안 나오냐- 그런것 있잖아요. 그리고 제가 상사가 됐을 때도 후배들에게 채찍질하고 막 그랬는데. "잘하시네요." "맛있어요." 이런말 듣다보니 한편으로는 저한테도 깨닫는게 좀 있었어요.
회사생활과 비교하면요?
책이라는 건 한 번 출판되면 그 피드백이 되게 느려요. 그리고 그 피드백을 내가 직접 듣는 게 아니라 영업을 통해서 듣고요. 또 그 사람들은 절대 잘한다고 하지 않아요. "이번 책 좋았어요, 여러분." 절대 그러지 않거든요. 그런데 여기는 바로바로 피드백이 오니까 좋아요. 어디어디 소금빵 보다 맛있다고.
어려운 점도 있으셨을텐데?
처음에 여기 당산 커피 생겼을 때. 아파트 주민들이 엄청 관심이 많았어요. 이렇게 나이 든 아줌마들이 뭐하나, 여기까지 와서 이걸 할까- 엄청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맛있다고 해주신 분들, 블렌딩이 별로라는 분들 등등. 근데 그분들 덕에 또 성장한 것도 있어요. 일부러 그분들 오시면 이거 맛 좀 봐주세요- 묻게 되더라구요.사실 '너네 커피를 하면 뭐 얼마나 하겠어'라고 했던 분들이 계속 와야 인정 받은거니까요.
이 공간이 또 다르게 보여요 그러면 동업하신 친구분은 원래 카페에 관심이?
이렇게 가게를 운영하는 건 그 친구도 처음이고요. 그 친구는 오랫동안 커피 연구하고 관심이 있었어요. 커피를 워낙 좋아하는 친구여서 제가 의지하는 게 좀 많이 있어요. 친구고 하니까요.
다만 우리 둘 다 나이가 있어서, 체력이 진짜 받쳐줘야 되는데. 좀 일찍 문을 닫아요. 저녁엔 주민들이 커피 마시러 안나오기도 하고. 저희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이게 살자고 하는 건데 너무 오래 못 갈 것 같고. 체력이 가장 큰 관건인 것 같아요.
그럼 처음 한다고 했을 때 가족분들이 걱정하거나 말리는 분 없었는지?
아니 그런 건 없었어요. 말린다고 해서 안 할 사람은 아니에요. 그런 성격은 아닌 것 같고요. 그냥 한 번은 해봐야 되지 않겠냐 실패를 하건 성공을 하건. 사람이 이제 좀 나이 들고 하면,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게 뭐지-생각하게 되고. 성공과 실패의 잣대가 아니라,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은 일을 해야 되겠더라구요. 막연하게 그냥 맨날 상상하고 두렵고 하지만 아무도 하지 않는 자는 아무 실수도 하지 않는다고. 성공은 잠깐이고, 희열이고, 살아볼수록 '실수해도 회복하는 힘" 그게 제일 중요해요. 아무튼 저는 집에 딱 들어가면 쉬는 날은 다른 준비는 하지만 카페 생각을 최대한 안하려고 해요. 밤새워서 무리해서 일하고 하는 거는 직장생활하면서 다 해봤다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새로운 일에 대한 두려움은요?
계속 일을 해왔던 사람이라 그런지 일에 대한 두려움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이제 머리가 좀 딸리고 순발력이 느린 느낌이요. 오히려 내가 이걸 왜 40대에 안 했지 그런 게 있어요. 아무래도 추진력이 더뎌요. 조금 더 총명하고 조금 더 도전적일 때 했으면 어땠을까-하죠. 시작했다는 거에 방점을 두고 또 잘하고 싶어요. 회사는 사실 우물 안 개구리처럼 우리끼리만 쿵짝짝해서 독서실 분위기랄까요. 그런데 여기서는 이렇게 다양한 분들과 얘기하고 또 서로 알아봐주고. 그런 것들이 좀 재밌기도 하고 지금은 그러네요.
힘든점은요?
항상 뭔가 주기적으로 변화를 계속 줘야 되더라고요. 메뉴 같은 경우 정체되어 있으면 정말 손님이 확 줄어요.
그래서 계절별로 계속 뭔가 트라이하고, 계속 아이디어를 짜내고, 다른 데는 어떻게 하나 보고. 분명한 애로 사항이라지만 어찌보면 그건 당연히 해야 될 거 의무인 것 같아요.
앞으로의 계획?
이제 1년밖에 안돼서 지속적인 시행착오를 겪고 있어요. 사업도 처음 해봐서 겪어보지 못한 문제가 돌발하더라고요. 그래서 우선은 문제와 이슈를 잘 콘트롤 하는 게 목적이고요. 이 주변지역에 당산커피를 "스며들"수 있게 하고 커뮤니티에 공헌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