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리포트 │ 서울아산병원·KAIST 공동 연구팀
국내 연구진이 차세대 대장암 신약 개발 가능성을 제시해 주목을 끌고 있다. 대장암은 갑상선·위암에 이어 한국인이 세 번째로 많이 걸리는 암이다. 최근 식생활이 서구화하면서 빠르게 늘고 있는 암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암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약이 적다. 국내 연구진이 길고 긴 암과의 전쟁에서 새로운 무기를 만들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한 셈이다.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명승재 교수와 KAIST 생명과학과 임대식 교수 공동 연구팀은 최근 새로운 대장암 발병 기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세포를 재생하는 생리활성 물질인 ‘프로스타글란딘E2(PGE2)’와 세포 재생 유전자 ‘YAP1’이 지나치게 활동하면 정상 세포가 대장 용종이나 대장암 세포로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이들 물질이 정상 수준을 유지하면 대장 세포를 회복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아무리 좋은 것도 지나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연구팀은 대장암 발병과 PGE2·YAP1의 상관관계 가능성에 주목하고 이를 확인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다수의 해외 연구를 통해 세포 재생과 관련된 이들 물질이 각각 대장암 발병과 연관이 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장암 발병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쥐의 유전자를 변형시켜 PGE2의 발현을 늘렸다. 그 결과 YAP1 유전자가 약 1.5~2.5배 증가했다. 반대로 PGE2의 활동을 줄이면 YAP1 유전자도 40% 정도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YAP1 유전자도 마찬가지다. 이를 인위적으로 늘렸더니 PGE2의 발현이 정상 쥐보다 2.5배 증가했다. 연구팀은 반대로 유전자를 조작해 YAP1 유전자를 없앴더니 PGE2를 생성하는 유전자 발현 자체가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했다. 세포 재생과 관련된 두 물질(PGE2·YAP1)은 둘 중 하나가 늘면 다른 하나도 덩달아 증가하고, 반대로 하나가 감소하면 다른 하나도 줄어든다.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게 연구팀의 분석이다.
이들 세포 재생 물질과 대장암의 관련성도 추가로 확인했다. 연구팀은 PGE2·YAP1의 상호작용으로 과하게 발현하도록 쥐의 유전자를 조작한 뒤 대장의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12~16주 후 대장 용종이 생겼고, 24주 후에는 대장암 세포가 생겼다. 반대로 YAP1유전자를 제거하거나 PGE2의 활동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을 방해한 쥐는 24주 이내에 암세포가 발생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에서 수술받은 대장암 환자 77명의 조직을 분석한 결과도 동물실험 결과와 비슷했다고 밝혔다.
명승재 교수는 “세포를 재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PGE2와 YAP1이 지나치게 활성화하면 대장암 세포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며 “새로운 발병 기전을 토대로 두 물질의 연결고리를 끊는 차세대 대장암 신약을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소화기질환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는 학술지인 ‘소화기내과학회지(Gastroenterology)’에 최근 게재됐다.
권선미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http://news.joins.com/article/211616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