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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니크 Jan 08. 2022

새해 목표 '독서'를 위한 3단계 안내서

copyright. Sincerely Media on Unsplash


1월 1일이 또다시 돌아왔습니다. 올해는 이것만은 꼭 해보겠다며 여러 가지 목표를 세우는 사람들이 많을 거라 예상합니다. 저 또한 올해는 이직에 성공하고 영어 회화 실력을 키우고 더 많은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으니까요.


수많은 새해 목표 중 올 한 해 동안은 몇 권의 책을 읽겠다며 '독서'를 계획한 분들도 있을 텐데요. 평소 책을 종종 읽었다면 크게 어렵지 않겠지만 활자와 거리가 멀었다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나 고민이 되는 분들도 있을 거예요. 그런 분들이 연말에 새해 목표 중 적어도 하나는 달성했다며 자신 있게 '독서'를 리스트에서 지우길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1. 읽을 책 고르기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이 있었으면 그 책을 구매하거나 대여하면 됩니다. 만약 그런 책이 없었다면 평소 관심사와 관련된 책을 고르면 읽기가 한결 수월해집니다. 저는 피아노를 취미로 배우고 있는데, 클래식 음악과 관련된 책이나 피아니스트를 인터뷰한 글을 읽으면 흥미가 생겨 지루하지 않더라고요.


관심사가 딱히 없다면 저는 흡입력 있는 소설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중고등학생 때 추리소설에 빠진 적이 있어요. 사건이 벌어지고 명탐정이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보며 뒷 내용이 너무 궁금해서 빠르게 책을 읽어내렸어요. 해리포터 시리즈를 처음 봤을 때는 잠이 많은 제가 졸음을 참아가며 책을 읽는 바람에 다음 날 학교에 가서 꾸벅꾸벅 졸기도 했어요.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이나 이미예의 <달러구트 꿈 백화점> 같은 소설들은 쉽고 재미있고 감동적인 에피소드들이 하나의 세계관 아래 엮여 있어서 읽기 수월합니다. 이 책들부터 시작해도 괜찮아요.

제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서 괜찮은 것 같은 책을 사냥하듯 리스트에 넣는 것입니다. 요즘은 출판사들의 마케팅에 따라 베스트셀러가 정해진다고 하지만 그래도 많이 팔리는 책은 이유가 있습니다. 비슷한 방법으로는 인스타그램에서 북스타그래머들을 여러 명 팔로우해서 살펴보다 보면 여러 사람들이 피드에 올리는 책 목록이 생깁니다. 사진과 함께 올리는 피드 본문을 보고 재밌거나 유용할 것 같은 책을 고르기도 해요.


만약 '나는 정말 정말 미치도록 책이 싫다' 하시는 분은 웹소설로 독서를 시작하는 것도 괜찮아요. 어쨌든 장문의 글을 읽는 경험을 차차 쌓다 보면 장르를 바꾸어 읽는 것도 가능해지는 날이 올 수 있으니까요. 단, 책 내용을 요약한 유튜브 영상이나 카드뉴스를 보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독서가 익숙하지 않은 분들에게 필요한 건 일단 '글을 읽는 경험' 그 자체를 늘리는 것이니까요.



2. 책 읽기 


읽을 책을 고른 후 이제 책을 읽어야 합니다. 모두의 독서 환경이 다를 것이라 생각해요. 저는 독서를 자주, 오래 한 사람이기에 시끄러운 장소에서도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책을 읽을 수 있는데요. 집중이 잘 되지 않으면 책을 못 읽으시는 분도 있을 거예요.


가장 추천하는 장소는 카페입니다. 운이 좋지 않으면 시끄럽게 대화를 나누는 옆 테이블을 만날 수도 있는데요. 잘 찾아보면 혼자 와서 조용히 공부나 노트북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은 카페도 있고요. 아예 책을 읽는 사람들만 오는 북카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적당한 소음이 있으면서 내부 인테리어가 예쁜 카페를 좋아해요. 너무 조용하면 도서관도 아닌데 왠지 저도 숨소리조차 조심해야 될 것 같아 눈치가 보이고요. 인테리어가 예뻐야 책과 함께 사진을 찍은 인증샷을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좋거든요.


집에 마음에 드는 독서 공간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저는 집을 이사하면서 거실 한편을 독서 공간으로 만들었어요. 이케아 포엥 흔들의자에 편한 등쿠션과 발받침 쿠션을 갖다 놓고 장스탠드 하나만 켜놓고 모든 조명을 끄면 아늑한 분위기로 바뀝니다. 음료를 사이드 테이블에 두고 마시면서 책을 읽어도 독서할 기분을 내는데 도움이 돼요.


순수한 마음으로 책을 사랑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저는 독서라는 행위가 어느 정도 제 내면 속 지적 허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은 책을 읽고 난 뒤 '나 이런 책 읽었어'하고 SNS에 자랑도 하면서 인상 깊은 부분을 지인들에게 공유하기도 하고요. '독서하는 멋진 나'에 심취하기 위해 카페를 가거나 집에서도 그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인데요.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되듯이, 어쨌든 책을 읽게 되면 성공한 거니까요.


책은 최대한 읽을 수 있는 분량까지 쭉 읽는 게 제일 좋습니다. 우리는 바쁜 현대인이잖아요. 독서를 위한 시간을 따로 낼 수 없는 경우 책의 내용을 조각내어 소화시켜야 됩니다. 대신 너무 오랜만에 다시 책을 손에 잡게 되면 이전에 읽었던 내용이 기억나지 않으니까요. 유발 하리리의 <사피엔스>처럼 두꺼운 책이 아니라면 일주일 내에 한 권을 읽을 수 있도록 시간을 내보는 게 좋겠습니다.



3. 기록 남기기


독후감을 쓰라는 뜻으로 오해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한 권의 책을 완독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독서는 끝났지만, 이왕이면 힘들게 읽은 책 내용이 머릿속에 오래 남을 수 있도록 방부제 처리를 하는 것이라고 이해해주세요. 방법은 뭐든지 좋습니다. 이번에도 제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들을 소개해보겠습니다.


저는 블로그에 한 해 동안 읽은 책 목록을 정리합니다. 포스팅 하나에 책 한 권을 완독할 때마다 수정 버튼을 누르고 목록을 계속 업데이트하는 것인데요. 이렇게 하니 가끔 업데이트하는 걸 잊어버릴 때가 있어서 작년부터는 '북트리'라는 유료 앱을 사용하기 시작했어요. 책을 읽은 후 바로 블로그 앱을 켜서 포스팅을 찾아서 수정을 하는 과정 없이 바로 기록할 수 있어서 좋고요. 앱 내 캘린더에 제가 읽은 책들의 표지가 뜨기 때문에 조금 더 직관적이기도 합니다.


독서기록 어플리케이션 북트리 대시보드


종이책으로 독서를 한다면 포스트잇으로 이북리더기로 독서를 한다면 하이라이트 기능을 활용해서 인상 깊거나 공감 가는 구절들을 모두 표시해둡니다. 시간 여유가 있을 때는 디자인이 예쁜 메모지에 마음에 드는 구절들을 필사해서 사진으로 찍어두기도 해요. 그리고 인스타그램에 독서 후기를 올리면서 표시해 둔 구절들 중 일부를 함께 공유합니다. 같은 책을 본 지인들이 자신들의 소감을 댓글로 남겨주기도 하고, 해시태그로 책 제목을 올리면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이 와서 좋아요를 누르거나 댓글을 달며 감상을 나누기도 합니다. 책을 매개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까지 다다르게 되는 거죠.

인상깊은 구절 필사

더 욕심을 내본다면 책을 읽은 후기나 서평을 장문의 글로 남길 수도 있습니다. 독서로 시작해서 글쓰기로 확장되는 순간이네요. 거창한 글을 쓴다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단 한 문단도 쓰기 어렵지만, 내가 책을 읽으면서 느낀 생각의 흐름을 쭉 늘어놓는다면 글을 쓰기 훨씬 수월해질 거예요. 아까 표시해 둔 구절들을 중간중간 인용해도 좋겠네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독서가 취미였던 전형적인 책벌레입니다. 밖에서 노는 것보다는 실내에서 조용히 책을 읽는 걸 더 즐겼어요. 대학생 때는 2년 6개월 동안 학교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습니다. 직장인이 된 후 1년 동안 토요일마다 헌책방에서 봉사활동을 하기도 했고요. 출판사 서포터즈로 활동하며 출간 전 책을 먼저 읽고 작가님께 피드백을 드린 적도 있어요. 국내 여행을 가면 근처 독립서점은 꼭 들르곤 하지요. 이처럼 출판사나 서점 직원은 아니지만 책을 좋아하고 책과 관련한 경험이 많았습니다.

이런 저 조차도 좋아하지 않는 장르이거나 페이지 수가 많은 두꺼운 책은 아직도 읽기가 힘듭니다. 그래서 평소 책을 많이 읽지 않는 분들이 독서를 시작할 때 얼마나 막막한지 어설프게나마 짐작할 수 있어요.


우리는 지식을 얻기 위해 혹은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다양한 대상에 돈을 씁니다. 무언가를 배우기 위해 교육을 듣거나 레슨을 받기도 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스포츠 경기나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하지요. 단언컨대 책은 그 대상들 중 가장 '가성비'가 좋습니다. 1~2만 원 남짓한 돈으로 원하는 분야의 지식을 얻을 수도 있고, 배가 아프게 웃으며 재밌는 기분을 느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많은 분들이 더 많은 책을 읽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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