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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용 Sep 05. 2024

삼성SDS가 아마존 강 가뭄에 대응한 AI 물류 방법론

사람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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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시대의 끝은 도래할까

최근 한 물류 자동화 컨설턴트를 만나 흥미로운 이야기를 하나 들었습니다. 이 분이 금방 시장에 확산될 것이라 여겼던 물류 자동화 기기 중 하나로 ‘무인 지게차’가 있었는데요. 생각보다 이게 잘 안 퍼지고 있어, 그 이유를 알아보니 의외의 지점이 보였다는 겁니다. 바로 너무 잘하는 사람 지게차 운전기사의 존재였습니다.


같은 파렛트를 집어다 올리는 업무로 비교하더라도 사람 지게차 운전기사의 시간당 생산성은 무인 지게차의 2배 이상 차이가 났고요. 심지어 이 사람들은 지게차 포크에다가 종이컵을 올려 물을 따라 먹는 묘기를 부리는 수준이라 하는데요. 그러다 보니 굳이 시간 단위로 유연하게 쓸 수 있는 사람보다 일을 못하는 무인 지게차를 당장의 큰 고정비용을 감당하며 집어넣을 유인이 기업에게 없었다고 합니다. 


이렇듯 최첨단 무인 로봇을 능가하는 사람의 능력은 생각보다 다양한 곳에서 기술의 침투를 막는 장벽이 되고 있습니다. 다른 예로 지옥의 알바로 유명한 택배 상하차 까대기를 지원하는 로봇은 이미 나왔지만요. 상하차 현장에서 고정적으로 일하는 분들은 그야말로 로봇 생산성을 초월하는 달인들이거든요. 11톤 화물차를 가득 채운 1500박스를 불과 30분 안에 까버릴 정도로 작업 속도도 빠른데, 로봇은 여전히 어려운 터져버린 김치봉지와 같은 예외사항에 대한 대응 역시 쉽게 해버리니 사용 기업 입장에선 굳이 로봇을 써야 하나 싶은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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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기업 입장에서 웃픈 이야기를 했지만, 언제고 특이점은 올 것입니다. 물류 현장의 인력난은 점차 심해지며 인건비는 증가하고 있고요. 반면 기술 수준은 올라감과 동시에, 도입 비용은 점점 낮아지고 있거든요. 언제고 이것이 교차하는 지점이 온다면, 시장은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알아서 로봇을 도입하겠지요. 당장 일론 머스크가 사람과 같은 일을 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을 2만달러도 안하는 비용에 판매하겠다고 공언하는 시대잖아요? 우리는 그 변화의 과도기를 살고 있습니다.

위클리 뉴스픽 :                

사람과 공존하는 인공지능의 역할

지능화된 로봇을 비롯한 기술 발전이 비약적으로 일어나고 있으나, 여전히 우리 물류업계에는 예측 불가능한 이슈들이 다발하고 있습니다. 잠깐 끝나고 말지 싶었는데,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 위기가 그럴 것이고요. 가뭄과 홍수와 같은 기후 위기가 또 그럴 텐데요. 각각의 위기로 인해 최근 수에즈, 파나마 운하의 병목은 발생했고, 엔데믹 이후 안정화에 들어선 해상운임을 다시 치솟게 만든 원인이 됐던 것을 우리 모두가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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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누구도 코로나19 팬데믹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이러한 위기를 특정 기업이 예측하거나, 막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이에 삼성SDS는 어차피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상수로 가정하기로 했는데요. 대신, 발생한 위기에 대한 빠른 대응을 강조하는 ‘민첩한 공급망(Supply Chain Agility)’을 핵심 물류 전략 키워드로 발표하기 이르렀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삼성SDS 디지털 물류의 민첩성을 만드는 3가지 전략 키워드커넥터스]


최근 3일 열렸던 삼성SDS의 기술 행사 <REAL SUMMIT 2024>에서도 민첩한 공급망 구축을 위한 AI 기술 활용 사례가 전해졌는데요. 그 중 최근 물류업계에 닥친 기후 위기 중 하나인 아마존 강에 찾아온 가뭄에 대응하는 삼성SDS의 방법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삼성SDS가 무인 선박이나 로봇, 드론 같은 멋있는 기술들을 활용한 것은 아니지만요. 오히려 현실적으로 사람 작업자의 업무 공수를 줄이고 효율을 보조하는 형태로 AI 기술을 활용한 것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더군요.


이슈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아마존 강의 가뭄으로 인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아마존 강 수위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YTN 보도에 따르면 브라질 마나우스에 위치한 아마존 강의 지류 네그루 강 수심은 지난해 같은 시기 24m였으나, 현재 21m로 낮아졌다고 하는데요. 이로 인해 남미 내륙으로 향하는 피더선 통과가 적체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남미 지역 물류 정시성에 적색등이 켜졌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삼성SDS가 올해 가뭄으로 인한 아마존 강 물류 이슈에 대해서 이미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이미 지난해 삼성SDS가 아마존 강 수위 감소로 인한 물류 문제를 겪고,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니터링을 진행하여 대응했던 전례가 있었기 때문인데요.


삼성SDS에 따르면 지난해 8월 21일 아마존 강 수위에 대한 최초 위험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당시 아마존 강의 수위는 25m였는데요. 가뭄 지속으로 강의 수위가 18m까지 낮아지게 된다면, 피더선이 진입하지 못하게 될 수 있었고요. 이에 따라서 수위별 대응 방안을 선사, 고객 화주사와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실제로 얼마 안 있어 2023년 9~10월 아마존 강의 수위는 13m까지 떨어지게 됐는데요. 이로 인하여 아마존 강 연안에 위치한 브라질 마나우스항의 피더선 운행이 중단됐고요. 이에 삼성SDS는 브라질 동부 빌라두콘드(Vila do Conde) 항구에 화물을 하역하여, 바지선과 소형 피더선을 연결하여 복합 운영하는 식으로 핵심 항로 위기 발생에 대응했다고 합니다.

브라질 마나우스항의 모습. 넓은 강폭으로 대형 선박이 정박 가능한 아마존 유역 최대 항만이다. ⓒWikimedia

언론 보도로 위기가 거론되고 있는 것처럼, 올해도 아마존 강의 가뭄은 계속되고 있고요. 삼성SDS에 따르면 올해 10월 기준 아마존 강의 예상 수위는 12m로 전년 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수위 16m 이하에서 발생할 수 있는 환적 적체 방지를 위하여 수상부두(Floating Peer)를 만들고, 자체 피더선을 준비하는 등 이미 아마존 강 물류 위기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AI와 협업하는 사람들


여기까지 읽은 독자 분들 중에선 대체 이 과정에서 ‘AI 기술이 어디 쓰였냐’고 되물을 수 있는데요. 삼성SDS는 여러 지정학적, 기후 위기를 모니터링하고 여기 연결되는 물류 이슈를 예측하여 대응하도록 지원하는 프로세스를 AI 기술을 활용하여 구축하였습니다.


삼성SDS의 이슈 모니터링 시스템은 하루 6만 건 이상의 글로벌 뉴스 정보를 자동 수집하고요. 사전 지정한 리스크 키워드를 바탕으로 문장 유사도를 분석하여, 실제 물류 위험과 연결될 수 있는 뉴스 후보군을 다시 750개 수준으로 줄입니다. 그 중에서 당장 물류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높은 위험도의 이슈의 숫자는 70개까지 걸러지는데요. 앞서 올해도 아마존 강 수위 저하로 인한 물류 이슈 발생` 예측했던 것도 이러한 AI 시스템의 모니터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이후에는 AI가 아닌 사람의 역할입니다. AI가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한 이슈가, 실제로도 정말로 높은 위험을 불러일으킬 요인인지 물류 실무자가 판단하고요. 만약 그렇다면 해당 물류 위험과 연결된 화주, 선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논의하고, 협업하여 위기를 최소화하는 대안을 마련하는 작업을 준비한다고 합니다.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삼성SDS가 다가올 아마존 강 물류 적체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상부두와 자체 피더선을 준비했던 것이 그 대응의 결과였던 것입니다.


삼성SDS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AI는 여전히 사람의 영역을 완전히 대체하진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수고로움을 상당 부분 줄여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데요. AI가 없었더라면 하루 6만 건이 넘는 글로벌 뉴스를 모니터링 담당자들이 일일이 보고 위험도를 판단해야 했을 텐데요. 이제는 AI가 사전에 걸러준 70건에 불과한 고위험도 이슈만을 사람이 보고, 판단하고, 대응할 뿐이니까요.


“우리 고객 화주사가 수출하는 국가가 30개라고 한다면, 우리 물류 실무자들이 30개 국가의 뉴스를 매일매일 보면서 거기서 무슨 일이 발생하고, 나와 연관이 있는 건 무엇인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삼성SDS는 뉴스 데이터를 크롤링하고, 여러 데이터를 바탕으로 물류와 관련된 위험과의 연관성을 도출합니다. 하루 6만 건의 뉴스가 70건으로 줄어들기까지 사람은 개입하지 않습니다. 물론 대안을 만들고, 실행을 통해 물류 위험의 영향을 줄이는 것은 사람이 하겠죠. 하지만, 그 앞 단계 분석과 판단은 모두 AI가 지원하는 것입니다”
- 최봉기 삼성SDS 첼로스퀘어 사업팀장(상무), REAL SUMMIT 2024

이처럼 삼성SDS의 AI 물류 활용 사례에 지능화된 휴머노이드 로봇, 첨단 드론처럼 멋있는 것이 등장하진 않았지만요. 우리 생활에서와 마찬가지로, 물류에서도 이미 AI가 녹아내려 사용되고 있다는 하나의 예시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거창하진 않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현실적으로 와 닿는 AI 물류의 파편이 아닌가 싶습니다.

넘어가긴 아쉬운 이야기들 :    

2등의 반란은 일어날까

지난주의 뜨거웠던 유통가 소식 중 하나죠. 신세계그룹의 새로운 유통채널 포맷이 등장했으니 ‘스타필드 마켓’인데요. 기존 이마트 죽전점을 재단장하여 만들어진 이 공간은, 새로운 이름에 걸맞게 기존 이마트로 활용됐던 공간들은 한 개 층으로 밀도 있게 축소됐고요. 나머지 층들은 팝업스토어와 외부 임대매장들을 중심으로 꾸려졌는데요. 왠지 모르게 ‘더현대 서울’ 냄새가 나는 건 저의 착각이 아니겠죠? 커넥터스도 현장을 방문했는데, 그 모습을 공유합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스타필드 마켓’ 된 이마트 죽전점그저 뉴 이마트에 그치지 않으려면커넥터스] 


두 번째 소식은 요즘 잘 나가는 네이버 도착보장 이야기입니다. 네이버 경영진들이 밝혔듯 특히 최근 4월부터 공식화한 도착보장 일요일 배송, 당일배송의 효과가 실제 도착보장 솔루션 사용 기업 및 거래액 증가 등의 성과로 검증되고 있는데요. 와중, CJ대한통운이 독주하고 있던 도착보장 일요일 배송 및 당일배송 시장에 ‘한진’까지 뛰어든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한진은 어떤 형태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을까요? 네이버는 희망하는 것처럼 빠르게 쿠팡에 맞설 만큼의 빠른 물류 구색을 확충할 수 있을까요?

[함께 보면 좋아요! : 네이버 도착보장 당일배송에 한진이 뛰어들면 어떻게 될까?, 커넥터스]


마지막으로 글로벌 모빌리티 공룡인 우버 CEO의 한국 방문 소식입니다. 다라 코스로샤히 우버 CEO가 처음으로 한국에 방문한 건데요. 그는 한국 시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주면서, 최근 크로스보더 여객 수요 중심으로 우버의 성과를 자랑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우리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겠죠? 글로벌에서야 우버가 잘 나간다지만, 한국 시장에서는 카카오T에 큰 폭으로 뒤처지는 만년 2등인데요. 우버가 카카오T에 맞설 경쟁력은 대체 무엇인가요? 우버 CEO에게 직접 그 답변을 들어봤습니다.

[함께 보면 좋아요! : 우버 글로벌 CEO에게 카카오이길 방법’ 직접 들어봄커넥터스]


오늘 커넥트레터는 여기까지입니다. 오늘은 AI와 협력하는 인간 이야기를 전했는데요. 사실 이와 유사한 사례는 꽤 많은 곳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예컨대 AI 피킹 자동화 영역에서도 100% 자동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물류 자동화 업계 실무자들의 설명이더라고요. 여전히 AI가 제대로 식별하거나, 집품하지 못하는 상품에 대해서는 수작업으로 별도의 공정을 준비하여 사람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구조를 만드는 식으로 대응하곤 한다고요. 관련하여 앞으로 더 다양한 이슈들을 전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차차 소식 전할 것을 약속드리며, 여기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모두 안전한 퇴근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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