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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호퍼 Jan 15. 2023

고요하고 안온한 통영, 그리고 일

통영에서의 워케이션 일지

<오피스 해방일지> 매거진의 일종으로 원격근무를 하면서 워케이션 하는 후기를 가끔 쓰는데, 이번에는 통영으로 내려왔다. 우연히 디어먼데이x플렉스웍에서 주최하신 이벤트에 당첨되었기 때문이다.


리모트 워크 플랫폼들의 소식을 받아보고 있길 잘했다. 리모트 워커라면 좋아할 만한 정보들이 많으니 꼭 팔로우해두는 것을 추천한다. (다음 브런치 주제로는 '리모트 워커들에게 도움 되는 몇 가지 계정들 추천'을 해볼까나..)



지금은 통영 강구안 바로 앞에 위치한 로컬스티치 통영에서 머물고 있다. 개인 일정 때문에 휴가를 낸 김에, 목요일 밤에 내려왔다. 바다 앞에서 일하기 위해 휴가와 주말을 바쳐 4시간을 걸쳐 달려오는 나의 마음은 일을 너무 사랑하는 걸까 일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걸까?



낮에는 윤슬이, 저녁에는 노을이, 밤에는 고깃배의 불빛이 비치는 통영 바다 앞에서 잠을 자고, 씻고, 밥을 먹고, 일을 했다.



일하고 싶게 만들 정도로 허리를 잘 잡아주는 의자. 평소 갖고 싶었던 조명과 모션데스크. 세탁하지 않아도 뽀송함을 뽐내는 침구류. 24시간 준비되어 있는 커피와 따뜻한 물. 언제든 컨트롤 할 수 있는 온도 조절 장치. 눈이 건조하지 않게 적당함을 유지하는 내부 습도까지...

야근이라도 있었으면 싶을 정도로 숙소 컨디션이 좋았다. 프라이빗 공간과 오픈된 공간이 적절히 섞여있으니 집중하는 것도, 리프레시 하는 것도 온오프가 확실했다. 출근한답시고 왕복 2시간 거리를 사람들 사이에 끼여있지 않아도 되는데다 씻지 않고 인상 쓴 꾀죄죄한 얼굴로도 집중할 수 있으니 '일에 집중하기 위한 장소'로는 최고였다.


일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관성에서 벗어나서 멀리 떠나오니, 오히려 일하고 싶어졌다. 집중이 잘 돼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야근했다. 이리저리 장소를 옮겨가며 일했다. 초과근무를 하면서도 마음 속 큰 불만이 없었다. 일 끝나고 만나러 갈 친구도 없고, 운동하러 가는 시간을 정하지도 않았으니 나를 뒤쫓는 여분의 투두리스트가 없었다.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게 이렇게 마음 편한 일일 줄이야!



일에서 별다른 변화를 줄 수 없다면, 일하는 환경에서의 변화를 주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다. 8시간 자리를 꾹 지키고 있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집중도 있게 일에 임하는지, 그리고 일하는 과정에서의 만족도를 최대로 이끌어낼 수 있는지 아닐까.


앞으로 근무제도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원격 근무를 하는 동안만큼은 내게 주어진 이 시간을 최대한 알차게 쓰려 한다. 일하는 나와 살아가는 내가 잘 양립할 수 있도록 갈고 닦는 것 역시 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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