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면 대손해
이전에 다뤘던 시리즈인 판교사투리 모음(1), 판교사투리 모음(2), 판교사투리 모음(3) 게시글이 높은 조회수를 달성했다. 이후 몇몇 구독자분들께서 간간이 DM으로 '판교 주니어가 아닌 주니어가 알아야 할 업무용어도 다뤄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 있다. 그래서 써보는 이번 글!
어디서도 알려주지 않고 몸으로 부딪혀야만 알게 되는, 그러나 모르면 당황하는 업무용어 모음.
주니어가 알아야 할 업무용어 모음
흔히 말하는 MD 직무 말고, 가끔 개발자분들이 이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다. 처음 개발팀과 업무 논의를 할 때 계속 이 단어가 언급되었는데... 구글에 검색해도 안 나오는거다.. (ㅠㅠ)
여기서 통상 개발자가 말하는 MD란 Man Day. 즉 한 사람의 작업일수를 의미한다. 보통 주말을 제외한 워킹데이 기준으로 산정한다.
보통 개발자들과는 이런 식으로 컴하게 된다.
(예문)
"백엔드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요?"
"5MD 정도 소요될 것 같습니다."
이런 경우 이 업무는 개발자 1명 워킹데이 기준, 5일 소요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이와 비슷하게 맨먼스, 즉 MM(Man Month)도 리소스 산정에 자주 쓰이는 용어다. 한 사람이 한 달간 작업 했을 때의 리소스를 의미하며, 보통 MD보다 MM을 더 흔히 사용한다.
(하지만 어떤 용어든 마찬가지! 조직마다 쓰이는 디테일한 의미가 다를 수 있으니, 꼭 개발자에게 먼저 선체크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것도 사실 판교사투리에 가까운 말이다. '짜치다'는 말은 사투리로 '생활이 쪼들린다' 혹은 '생활에 어려움이 있다'는 뜻이 있다. 경상도 출신인 나는 '짜치다'라는 말이 꽤 익숙한(?) 편인데, 서울 사람들에겐 아니었나보다. 가끔 서울 토박이 친구들 중에 이 말을 못 알아듣는 경우도 왕왕 있더라.
짜친다는 말은 은어에 가깝고, 순화하자면 '퀄리티가 좋지 않다' '허접하다'라고 해석할 수 있다. 반대말로는 '히뜩하다' '날이 서있다' '기깔난다'가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섹시하다(...)' '힙하다' '등으로 표현하기도 하더라.
(예문)
"아이디어는 좋은데 디자인 퀄리티가 너무 짜쳐요. 예산을 조금 올리거나 디자인 스타일을 바꿔볼까요? 히뜩한 뭔가 더 있으면 좋을 것 같은데.."
보통은 제조현장에서 '생산능력'이나 '생산가능성' 등의 의미로 쓰이나, 통상 업무 환경에서는 '가능성' '업무의 사이즈' '리소스' 등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가끔은 사람마다 다른 의미로 쓰기도 하니, 이 단어의 의미로만 판단하기보다는 앞뒤 문맥을 파악해 의미를 캐치해야 한다.
예를 들어 대행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받는 환경이라면..
(예문1)
"이번에 K 기업에서 저희에게 프로젝트 비딩을 신청했는데요.. 저희 케파가 될까요?"
"그 프로젝트는 마케팅 뿐 아니라 비즈니스/제휴/디자인까지 핸들링 해야 해서 저희 케파가 안될 것 같아요."
이처럼 워크스콥이 너무 크거나 작음을 의미하는 상황에도 쓰인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면...
(예문2)
"이번에 새로운 프로젝트가 들어왔는데 호퍼가 맡아줄 수 있어요?"
"저 이번 프로젝트는 케파가 안돼서 어려울 것 같아요."
이처럼 가끔은 조직/사람의 리소스를 의미하는 말로도 쓰인다.
참고하자면... 이는 제조업 베이스가 아닌 업계에서 통용되는 의미다. 제조업 베이스의 일이라면 텍스트 그대로 '제조 능력' 혹은 '제조공장의 상태' 등의 의미로 쓰일 수 있으니... 본인이 속해있는 조직의 성격을 먼저 파악하고 적용하자.)
혹시 업무가 너무 많은데 새로운 업무를 받게 되었거나,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의 업무가 아니라고 판단된다면 "저 그 일 못 하겠어요."가 아니라 "제 케파로는 어려울 것 같아요."로 운을 띄워보는 것은 어떨까.
KPI는 Key Performance Indicator. 즉 핵심성과지표를 의미한다.
마케터라면 매출이나 PV, UV가 될 수도 있고 서비스 기획자라면 PV, 서비스 체류시간 등이 지표가 될 수 있다. 보통 광고대행사 등 대행사나 협업사일 경우 핵심지표가 광고주를 따라가게 되겠지만, 인하우스에 속해있거나 브랜드/서비스를 직접 핸들링하는 브랜드 마케터라면 직접 KPI를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꽤 골치 아플 수 있다. (주니어인 나는 아직도 이 KPI 측정이 가장 어려운 과제로 느껴진다..)
회사에서 KPI 설정은 상하반기(혹은 연간 단위)의 가장 주요한 마일스톤 중 하나이기도 하다. KPI가 너무 빠르게 달성되거나 과하게 초과달성 된다면 애초부터 낮은 목표치였다는 의미이기도 하고, 달성이 너무 어렵다면 무리한 지표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실제로 KPI 설정 시 '우리가 최선을 다해 할 수 있는 정도가 100%라면, 120% 정도 되는 챌린징한 지표를 KPI'로 잡기도 한다.
사실 리스크와 피져빌리티는 완전히 다른 말이지만, 이 둘이 함께 쓰이는 경우가 많아서 묶어봤다.
리스크는 말 그대로 '위험'을 의미한다. 금융사에서는 '투자의 위험'일 수도 있고, 광고대행사에서는 '광고주가 끊기는 위험'일수도 있으며, IT회사에서는 '앱스토어에서 앱이 내려가는 위험'이나 '유저가 이탈하는 위험'일 수도 있다. 회사마다, 조직마다, 업계마다 어떤 것을 가장 큰 리스크로 보느냐는 다르겠지만 모든 기획안에는 이 '리스크'를 피할 수 있는 (혹은 최소화 할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이 리스크가 적어지면 '피져빌리티'는 올라간다. 피져빌리티는 말 그대로 '실행가능성' 정도를 의미하는데, 일반적인 프로젝트에서 리스크가 낮아질수록 피져빌리티는 올라간다.
물론 피져빌리티를 높일 수 있는 요소에는 단순 리스크 하나만 있는 건 아니다. (마케팅 캠페인으로 예를 들자면) 주어진 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원하는 모수만큼 참여시킬 수 있을지, 기획안이 목적과 타겟에 잘 드러맞는지 등이 피져빌리티를 높이는 요소가 된다.
(예문1)
"지금 이 캠페인은 어글리해서, 유저가 이탈할 리스크가 너무 높아요. 이 리스크를 막을 만한 ux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피져빌리티가 너무 낮을 것 같네요."
(예문2)
"현재 캠페인 아이디어의 피져빌리티가 낮아보이는데..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20대 타겟으로 고민했던 아이디어다 보니, 10대가 참여할 만한 매력요소가 적은 게 아쉬워요. 타겟을 조금 넓히더라도 온/오프라인 매체 동시 집행해서 조금 더 모수를 늘려보는 건 어떨까요?"
"타겟을 넓히면, 같은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는 리스크는 없을까요?"
"10대와 20대에게 노출되는 소재를 다르게 구성해서, 최대한 리스크헷징 하는 방향으로 미디어믹스안 짜보겠습니다."
기획안을 가져갈 때, 아이디어와 별개로 보여지는 설득 전략을 짜야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아이디어가 5개라면 5개를 모두 팔 순 없으니, 가장 선호하는 한 가지 안을 미리 정한다거나... 이럴 때 주로 사용되는 말이 '메인안' '얼터안' '어펜딕스'다.
메인안 = 말 그대로 가장 메인으로 보여주고 싶은 안이다. 보통 가장 첫 번째 순서로 배치하기도 하고, 매력적인 이유에 대해서 조금 더 디테일하게 서술하는 등 기획서 안에서 가장 돋보이게 작업해두곤 한다.
얼터안 = alter는 '바꾸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한 마디로 메인안은 아니지만, 메인안과 바꿀 수 있을 정도로 매력적인 안을 뜻한다. 메인안이 A라면 얼터안은 B라기보다는 A-2에 가깝다고 이해해도 좋다. 예를 들어, 메인안이 다 좋지만 예산이 아쉽다면 얼터안은 그런 예산을 보완하고 아이디어에서 매력적인 요소를 살짝 덜어낸 버전이라고 볼 수 있다.
어펜딕스 = '부록'이라는 의미의 어펜딕스. 우선순위로 따지자면 메인안 > 얼터안 > (딱히 안 봐도 되는) 어펜딕스 정도의 수위다. 어펜딕스는 메인안과 얼터안처럼 기획안인 경우도 있지만, 하나의 온전한 기획안이 아니라 참고할 만한 내용인 경우도 있다. (예산 상세, 일정 마일스톤, 추가 이슈 등)
파도파도 나오는 메일용어. (...)
일반적인 대행사나 대기업의 경우,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을 메일로 진행하기 때문에 메일용어를 모르면 난감한 경우들이 종종 있다. (다행인 건, 메일용어는 대부분 구글에 검색하면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글들이 많다.)
그 수많은 메일 용어 중에서도 내가 가장 많이 보고, 흔히 썼던 용어는 요 두개 정도다.
FYI(For your information) : 전달 혹은 참고를 의미한다. 특별한 액션을 취하지 않고 메일을 전달하기만 하거나, 관련자를 태그해 '이 내용 확인해두세요'라고 알려줄 때 주로 쓰인다.
cf : FYI와 비슷하게 '참고하세요'라는 의미로 쓰인다.
다행(?)인 건 현재 내가 다니는 회사에서는 메일이 주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이 아니라서,
그 외의 메일용어는 아래 블로그에서 잘 정리해두었더라. 참고하세요!
일반적으로 금액을 주고 받는 거래는 많이 경험하겠지만, 바터 거래는 낯설 수도 있다. 바터(barter)라는 뜻은 기본적으로 '물물교환'을 의미한다. 말 그대로, 돈 없이 상호 간 제공할 수 있는 물품/구좌 등을 나누는 계약을 말한다.
바터 계약 시 실제로 돈이 오가진 않지만, 계약서는 작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A사가 B사에게 3억 가량의 경품을 후원한다면, B사는 A사에게 3억 가량의 구좌/내부 무상캐시 등을 집행해줘야 하는 것이다. 바터 계약은 특히나 '해당 경품이나 구좌 등의 가치산정'이 중요하다. 가치 산정이 올바르게 되지 않았을 경우, 공정거래에 이슈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반드시 법무 담당자의 검토 및 승인을 거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