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위안의북클럽일지2
만남 1,
언제였더라?
그래, 2023년 봄이었지
바베트의 만찬 산소단이었지
(소녀들이 산책하고 책을 읽자는
그런 야외독서모임)
우리는 모여서 갑천변 산책을 하고 수목원 잔디에서 책을 읽었어
샛별지기가 준비한 김밥을 먹고
각자 가지고 온 차를 마시고 과일을 먹으며
그때 하루천사는 엽서를 준비해왔어
그녀의 첫인상은 투박하고 뭉툭했는데
그런 그녀의 세심함과 다정함
그리고 그녀가 읽고 있다는 빛나는 책
"이런 책이 좋아요 밝고, 아름답고, 착한 책"
음, 외모와 다르네 했어
만남 2,
그리고 일 년이 지난 어느 날
바베트의 만찬 동네서점에 들렀다가 다시 만났어
나는 그곳에 일 년에 한 두 번 가는데
어쩜 이 날 정말 우연히, 어쩌다가 이게 인연인가봐
나는 불교행사를 마치고 며칠 쉬는 중이었고
그녀는 엄마의 부재로 49재를 앞두고 있었어
우리는 상실과 부재에 대해 잠시 이야기했지
그래였을까?
우리가 만드는 책 안에서
각자가 보냈던 슬픔과 아픔을 한 번 더 어루만져 주고 있었던 거야
우리는 각자 책을 준비하며 독립출판을 꿈꾸었지
"우리 출간을 준비하는 동기작가네요 화이팅"
만남 3,
아직 만나지 못한 아쉬움
그녀는 볕뉘로 다시 태어났고
책 한 권을 세상에 내보냈지
우리의 인연이 시작된 곳, 바베트의 만찬에 들러
반짝이는 나의 계절을 끌어안고 속삭였어
"수고했어요, 대단해요"
내가 최근 본 그녀는
열정적이고 실행적이야
이렇게까지 열정적일 수 있다니
그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
나는 특별히 누구처럼 되어야겠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그냥 지금 나처럼 살면 된다했는데
그런 나에게 열정과 실행이라는
두 단어를 던져놓았지, 그녀가
그녀의 요즘 행보를 보면서
그녀의 열정적인 힘이 나와 닮았다 생각했어
그러나 실행력은 가히 따라갈 수 없었지
대단하다 여기면서 샘이 났던 걸까
나도 다시 반짝이는 나의 계절을 그리고 싶어졌어
그녀를 닮고 싶어졌어
만남 4,
그녀를 느꼈던 것을 책에서 느꼈어
그리고 나의 그대들이 이런 아름답고 착하고 반짝이는 삶을, 그녀를 들여다볼 수 있다면
그러나 유명 작가도 아니고 베스트셀러도 아닌 무명작가의 첫 책을 함께 읽자고 소개하기엔 명분이 없었지
그들에게 함께 읽을 명분을 만들어 주었어
대전 지역 작가 책 함께 읽기
내가 첫 책을 냈을 때
"나 책 나왔어요
한 권 사주세요"
라는 말 한마디가 쉽지 않았어
머뭇거리고 속으로만 재촉했지
그녀의 첫 행보가 나 같아서 용기를 내라고
나의 혼독함공 그대들에게 독려했어
"
참 괜찮은 사람 있는데 책을 냈어요
표지가 예뻐요
글을 잘 썼다기보다는 마음을 잘 썼어요
그러니까
우리 대전 지역 작가 책 한 번 읽어요
"
기꺼이 동의해주었어
우리의 북클럽은 그런 거야
버스트셀러와 스데디셀러를 읽어
유명한 작가의 유명한 문장을 얻어오지만 때로는 간절함과 풋풋함이 깃든 정성스런 책도 읽어
오늘 그녀를 위해 기꺼이 시간과 공간과 마음을 내어준 그대들에게 나는 애정에 솟는거야
기쁨과 위안의 북클럽은 딱 이런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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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독함공 독서일지 밑줄긋기 ......................
볕뉘님 글을 쓰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가끔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뒤돌아보면 저의 삶은 매 순간 즉석 복권을 긁는 마음처럼 순간의 간절함과 망각을 반복하면서 살아왔던 것 같습니다. 소복히 내리는 눈처럼 간절함이 삶에 내려앉아 순간 진저리치도록 뜨거웠고 아팠습니다.11
살다보면 어쩔 수 없이 다가오는 것들이 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느 날 불쑥 내 삶에 뛰어드는 모든 문제 앞에서 나는 운명이 아니라 나의 사람들을 믿기로 했다. 이들과 함께 날마다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지만 나는 어느 때보다 살아 있다는 걸 느끼며 사는 중이다. 모든 사람은 언젠가 죽는다. 다가올 죽음 때문에 현재를 낭비하며 살고 싶지 않다. 30
5년이라는 시간은 나에게 버티는 시간만은 아니었다. 주어진 생을 잘 살아가자는 생각을 가질 수 있었고 사람들과 나눌 수 있게 한 시간이었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나의 사람들과 나의 길을 묵묵히 갈 때 비로소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늘 마음의 주문을 건다. 엄마와의 이별을 받아들이고 잘 보내드리자. 그러기 위해서 나는 일상을 살아내야만 한다. 밥을 먹고 잠을 자고 웃고 울고 다가오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수없시 주문을 걸지만 모든 것이 뒤죽박죽이다.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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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보다재미난거있으면그거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