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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변호사 May 13. 2019

나의 로스쿨 생활기 4 : 실무수습 이야기

스스로 나의 한계를 만들지 마세요:)

로스쿨에 입학하면 재학 중 방학기간 동안 실무수습을 하게 된다. 실무수습을 최소 한 번 이상 하는 것이 졸업요건으로 정해진 학교도 있고, 설령 졸업 요건이 아니라 하더라도 로스쿨 재학생들이 졸업 후 취직 준비를 할 때 자소서와 이력서에 자신이 실무수습을 했던 경험을 쓰기 때문에 대부분의 재학생들은 실무수습을 하게 된다.



요즈음 로펌에서 실무수습 즉 인턴활동을 하는 내용을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 소식을 듣자마자 나를 포함한 주위 동기들의 반응은 "응??? 대체 왜?? 무슨 재미로???"라는 반응이었다. 사실 나는 퇴근 후 일과 관련된 것과 거리를 두고 싶어서 그 프로그램을 보지 않았지만, 의외로 주위에서 재미있다는 반응도 있었고 로스쿨을 다니며 실무수습을 했던 친구들은 "현실이랑 다른데?"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만약 현실 그대로 만든다면 예능프로그램이 아닌 인생극장 다큐멘터리가 되어버릴 테니까!


로스쿨 졸업생들은 다양한 곳에서 실무수습을 하게 된다. 주로 로펌이나 공공기관에서 수습을 하게 되는데, 대형 로펌들의 경우 1학년 겨울방학 때 수습 과정을 거친 사람들 중 몇 명을 선발하여 미리 졸업 후 채용이 확정되는 컨펌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요즈음에는 사전에 컨펌을 받는 절차가 사라졌거나, 2학년 여름방학 수습이 더 중요해졌다는 소식도 들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 로펌에 가려고 하는 사람들은 1학년 1학기부터 성적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1학년 겨울방학에 수습을 하기 위해서는 채용절차가 9월이나 늦어도 10월경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 때는 1학년 1학기 성적만으로 지원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2학년 여름방학에 수습을 하는 경우라 하더라도, 실제 지원할 때 제출하는 성적은 1학년 성적이기 때문에, 1학년 1년 동안 성적관리를 잘해두어야 한다. 나는 대형 로펌에서 인턴을 해본 적이 없어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건너서 들은 바에 의하면 여러 명의 인턴들 중 한 두 명이 컨펌되는 구조에서는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고 들었다. 수습기간이기는 하지만, 졸업 후 채용과 직결될 수 있는 만큼 서면이나 의견서를 쓰는 과제는 물론 회식자리에서의 태도까지도 모든 것이 평가대상이 되기 때문에 매 순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한다.


나는 로스쿨에 처음 입학해서 법학이라는 학문과 세이 헬로 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움을 느꼈기 때문에 1학년의 성적으로 실무수습이 결정되고 컨펌이 이루어지는 구조에 불만이 많았다. 출발선부터 다른 느낌. 그래서인지 도무지 의욕이 생기지 않고 마치 나와는 다른 리그에 있는 사람들을 보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내 로스쿨 생활 3년을 통틀어서 이 생각을 했던 순간들이 가장 아쉬움이 남는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나와 같이 법학을 처음 배우는 비법 출신인 사람들도 1학년 1학기에 잠시 힘들어하더라도 2학기부터는 금세 따라잡아 성적을 올리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어쩌면 오히려 내가 나의 한계를 스스로 정해두고 "아 나는 여기까지야" "아 나는 어차피 안 돼" "어차피 해도 안 될 일이야" 라면서 내 능력을 내가 스스로 깎아내린 느낌이었다.


살면서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고, 늘 도전하며 나도 할 수 있어!라는 마인드로 살아왔는데, 이 시기만큼은 왜 그랬는지 지금도 참 아쉽다. 아무리 내가 비법 출신이고 법학을 처음 배우더라도 "아 나도 할 수 있어!" "해보면 되는 거지!?"라는 마음으로 공부했다면, 결과가 훨씬 더 좋았을 텐데 그리고 로스쿨 생활을 하는 내 더 기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었을 텐데 참 나답지 않게 주위 환경과 상황을 탓하며 내 능력을 내 스스로 한계 지었구나 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로펌 등 실무수습 외에 로클럭과 검사 임용에 지원하는 과정은 2학년이 끝난 3학년 때에 이루어진다. 즉, 1학년은 물론 2학년 성적까지도 모두 제출해야 하며, 특히 로클럭은 민사재판실무과목의 성적이 중요하고, 검사 임용은 검찰실무 과목의 성적이 매우 중요하다. 즉, 1학년 1학기에 잠시 고전을 면치 못 했다 하더라도 충분히 성적을 올려서 나의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점수를 향상해서 로클럭과 검사 임용에 도전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나는 "아 나도 할 수 있구나? 한 번 해보자!"라는 생각을 2학년 2학기부터 했다. 덕분에 2학년 2학기부터 성적은 많이 올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어떻게 감히? 라며 로클럭과 검사 임용에 도전해볼 용기를 내지 못했다. 한편 주위를 보면 처음에 법학을 어려워했더라도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정말 성실하게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은 좋은 결과를 얻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니 로스쿨 재학생이라면 절대 내가 지금 당장 법학이 어렵고 성적이 낮다고 해서 내 한계를 제한하지 말고 더 멀리 보고 꾸준하게 노력하기를, 절대 목표를 낮게 잡고 "감히 내가?"라는 터무니없는 생각으로 자신을 억누르지 말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은 우리 삶의 다른 부분에서도 적용되는 것 같다. 내가 나의 한계를 만드는 순간 정말 나의 능력치는 그곳까지 밖에 갈 수 없다. 한편 우리가 정말 용기를 낼 수 있는 순간은 물론 내가 보더라도 힘들 것 같지만(포인트!!!) 그럼에도 불구하고 뭐 어 때 나도 한 번 해보자 라는 마음을 가지는 순간인 것 같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로펌이든 공공기관이든 법원이든 졸업 후 자신이 일하고 싶은 곳에 꼭 실무수습 지원을 해서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실무수습이라는 것이 실전에서 일하는 것과 다른 부분도 있지만, 그래도 직접 그곳을 경험해보면 이 일이 정말 나와 맞는지 알 수 있고, 실제 수습을 함으로써 내가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과는 달리 의외로 나와 맞는 분야를 찾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정말 로펌만 갈 거야!! 나는 공공기관만 갈 거야!!라는 확고한 생각을 가진 분들이 아니라면 기회가 될 때마다 다양한 곳에서 수습을 하며 나와 성향이 맞는 곳을 찾아보는 것을 추천한다.



의외로 졸업 후 취직 준비를 할 때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곳의 채용공고가 끌릴 수 있고, 그때에는 같은 종류의 기관에서 수습을 했던 경험으로 어필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어떤 길을 갈지 아직 정하지 못 한 사람이라면 더더욱 다양한 경험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혹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 혹시 나는 안 될 거야. 내가 어떻게?라는 생각으로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만들어 버렸던 분들이 계시다면, 내가 한계라고 느끼는 것이 정말 상황이라는 요인 때문이라기보다는 '내가 만든 한계'는 아닌지 한 번 즈음 돌이켜 보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힘들고 불안하겠지만, 나 자신을 믿어보는 마음으로 혹은 그것이 힘들다면 눈 딱 감고 "뭐 어때?"라는 마음으로 나에게 한계를 만들지 말고 도전해 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여러분의 도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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