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를 샀다."라는 표현을 심심치 않게 듣곤 한다.
누구나 알듯이 이 문장의 의미는 무언가 문제가 발생했고, 변호사로 하여금 사건을 해결하도록 변호사와 위임계약을 체결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쉽고 간편하게 말하는 언어경제(라는 말을 나는 좋아하지 않지만)적 측면에서, "변호사를 샀다"는 표현은 위에 쓴 긴 내용을 단 몇 글자로 압축하여 표현해버리기에 그 편리함에서 이와 같이 말했으리라.
그럼에도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어쩔 수 없다.
변호사를 샀다? 나를 샀다? 그 대상이 내가 아니더라도 같은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그 말을 들을 때마다 내가 누군가에게 판매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 사람의 일의 가치에 대한 존중, 그 사람의 노동에 대한 적절한 대가의 지급, 자본주의적 거래관계를 넘어서는 일에 대한 열정과 고마움의 표현. 이 모든 것을 다 뛰어넘어서 한 사람을 샀다는 표현은 내 일이 나로 하여금 누군가에게 판매될 수 있는 존재로 만들었구나 라는 생각에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변호사를 산다는 표현은 처음에 어떻게 등장했을까. 의뢰인들은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기면서 '사건'을 맡기고,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을 바라면서 '수임료'를 지급한다.
음식점에서 음식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과 비교를 해보면, 한 손님이 식당에 들어와 자리를 잡고 앉아 주문을 한다. 주문을 받은 음식점 주인은 음식을 만들어서 손님에게 제공하고, 손님은 맛있는 음식을 먹고 비용을 지불한 후 식당을 떠난다. 여기에서 음식점 주인이 들여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는 손님이 주문을 했을 때부터 손님 앞에 예쁘게 담아낸 음식을 놓아줄 때까지 이다.
물건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물건을 만들고 만든 물건을 판매대에 진열해 놓을 때까지의 노력과 시간을 기울이고 나면, 이후에 손님이 물건을 구입해 가는 것은 물건을 만드는 사람이나 판매하는 사람의 손을 떠난 이후의 일이 된다.
물론, 음식을 만드는 사람은 손님이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고, 물건을 만드는 사람은 손님이 구매해간 제품을 오래도록 잘 사용할 수 있도록 요리를 하고 물건을 만드는 순간 집중하여 최선을 다해야 할 테지만, 음식을 먹기 위해 식당에 들어간 사람도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도 요리사를 사거나 제작자를 산다고 표현하는 일은 없다. 짧은 시간 동안 노력을 기울이고 나면 그 이후에 요리사 그리고 제작자는 온전히 자신의 삶으로 돌아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자신의 시간을 살아갈 수 있다.
"변호사를 산다"
어떠면 이 문장이 사건을 맡기는 이로 하여금 "변호사의 모든 시간과, 모든 노력과, 모든 삶을 나를 위해 사용할 권리를 얻었다."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 출근과 퇴근이 없이 하루 종일 잠에서 깨어있는 모든 순간 사건을 고민하고, 놓치고 있는 것이 있지는 않은지 매 순간 고민하며, 끊임없이 일에서 헤어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 저 문장에 고스란히 담긴 것 같아 듣는 이로 하여금 마음의 부담이 생기는 것인지 모른다.
자신의 개인 시간을 가지거나, 사적인 여가활동을 즐기는 것은 "돈을 받고 일을 하지 않는"것처럼 보이고, '내가 돈을 주고 구입한 당신의 시간'을 당신이 본래의 목적과 달리 임의로 사용하여 횡령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이런 인식 때문은 아닐까.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불편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하여 변호사에게 어떻게 대해달라거나 어떻게 생각해달라고 대안을 제시할 수는 없다.
사건을 맡기러 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민이 있었고, 어려움이 있었기에 변호사를 만나러까지 왔을까 라는데 생각이 이르면, 이것이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면서도, 나조차도 나의 개인적인 시간을 보내는 모든 순간 죄책감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저녁 6시는 지난 지 오래이고, 심지어 주말에 잠시나마 친구들을 만나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웃고 떠는 순간 묘하게 죄책감이 든다. 마치, 근무시간에 몰래 나와 놀고 있으면 이런 기분이 들까 싶을 정도로.
변호사가 하는 일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있을 테다. 퇴근과 동시에 업무 스위치를 끄고 나의 삶의 버튼을 켤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고, 그래야 이 일을 버텨낼 수 있다고 말하곤 했지만 나조차도 그러기는 쉽지 않다.
기왕 자신의 중요한 일을 맡겼다면, 자신의 일을 맡긴 변호사를 조금은 더 배려하고 존중해주는 것은 어떨까.
내가 돈을 지불했으니 나는 무엇이든 시킬 수 있다는 마음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명의 사람이기에 상대의 입장도 조금은 헤아려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들의 마음이 다급하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기에 이렇게도 저렇게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로 글을 마무리한다.
아직 사회초년생인 내가 감히 변호사의 일이란 이러하다거나 어떠해야 한다는 말을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저 오늘도 (그렇다 오늘은 어린이 날이고, 빨간 글씨이지만, 나는 어린이가 아니지 라며 출근하여 근무를 하였다고 한다) 밤늦게까지 내일 재판에서는 무슨 말을 해야 할까, 내일은 서면에 어떤 내용을 써야 할까, 어떤 증거가 필요할까 신경 쓰고 고민하고 있을 (이 시간에도 방에 불이 켜져 있을) 많은 변호사님들에게 이 글을 통해 위로와 응원을 전하고 싶었다.
누군가에 의해 "구매" 되었다는 말을 듣더라도, 내가 판매 된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그저 나는 배운 능력으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고,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받은 것이 아니겠냐고 나 스스로를 다독여보면서 조금은 걱정을 내려놓고 잠자리에 들어도 괜찮다고 나에게도, 이 글을 읽고 있는 이들에게도 "괜찮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리고 욕심을 내보자면, 절대 당신의 삶을 통째로 판매한 것이 아니니, 당신 자신의 삶을 꼭 지켰으면 좋겠다고. 자신을 잃어버리는 데까지 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리하여 왜 이 일을 하는지,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는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한다. 나에게도 당신에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