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에 마주친 엄마의 뒷모습
새벽에 퇴근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밤 12시가 넘은 시간. 한창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가던 중 지-잉 문자가 도착한다.
"오고 있냐?"
그 시간까지 잠들지 않고 나를 기다리던 엄마의 문자다. 지금 가고 있다고 말하면 분명 곧 도착할 것이라 생각하여 내가 집에 도착할 때까지 주무시지 않고 기다리실 테니 가고 있다고 답할 수 없다. 그렇다고 아직 사무실이라고 하자니 그렇다고 해서 맘을 놓고 주무실 것 같지도 않다. 이런 고민 끝에 결국 "가고 있다."라고 답을 하지만, 이제 막 출발을 했으니 도착하려면 한 시간 가까이 남았고 언제 도착할지 알 수도 없으니 제발 나와서 기다리지 말라는 말들을 속사포로 쏟아낸다.
설마 이 시간에 나와 있지는 않겠지. 버스에서 내려 혹여나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을 졸이며 성급히 횡단보도를 건너 집으로 향한다. 이미 졸음에 취해 명정 상태가 되어 반쯤 취객 같은 상태이지만 머리를 훌훌 털고 정신을 차리면서 서둘러 횡단보도를 건넌다.
혹여나 엄마가 이 시간에 밖에 나와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집 방향으로 뛰다시피 걸음을 재촉하며 종종 달려가 본다. 한 편으로는 골목 어귀에 아무도 서있지 않기를 바라면서.
그리고 저어기. 어김없이 저 멀리 하얀 옷을 입은 작은 사람 한 명이 골목 어귀 벤치에 앉아있다.
멀리서 보기에 한눈에 알아보기 어려워 몇 번 눈을 비비적거려볼 만큼 아주 작은 사람이. 멀리서 내가 안전하게 도착해 걸어오는 모습을 발견하자 이제야 안심했다는 듯 (그렇게 쿨한 척을 하며) 뒤돌아 앞서 걷는다.
저 멀찍이에서 바라보니 더 작은 사람이 앞서 걷는다.
저렇게 작았었나.
세월이 흐르며 그들은 점점 더 작아져 간다.
내가 커져가는 만큼 그들이 작아져 가서, 나의 커짐이 그들의 작아짐을 먹고 자라난 것 같아.
그들의 작아짐을 멈출 수만 있다면, 내가 그만 커졌으면 좋겠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