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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un 27. 2024

동학의 정치철학 외

[모시는책방24-15] 



 

[모시는책방24-15] 오늘(27) 모시는 책은 [동학의 정치철학](2003)과 [해월 최시형의 정치사상](2003) 두 권입니다. 모두 오문환 교수의 저작이어서, 한꺼번에 소개합니다. 책이 나온 지 20년이 지났으나, 동학사상과 해월 최시형의 사상에 관한 철학적 탐구에서, 이 책이 담고 있는 혜안과 통찰을 넘어서는 책은 별로 없습니다. 그중에서도 [해월 최시형의 정치사상]은 1996년에 간행되었던 초판의 개정판이니, 이 책들은 저자의 영성이 가장 신신(新新)하던 시절의 저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혜안과 통찰의 기준을 무엇으로 보느냐에 따라 그 말도 절대적이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동학하기'로서 가 닿을 수 있는 세계(우주) 이해와 마음 이해의 수준이라는 의미에서는 그렇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또한 저의 주관적인 견해일 뿐이지만.


2. 이 두 책을 상재하고, 저자는 2005년에 [천지를 삼킨 물고기]라는 단행본을 이어 낸 뒤에, 몇 권의 공저 외에는 단독 '단행본'을 펴내지 않고 있습니다. 그 기간(지난 20년) 동안 저자는 시간 나는 대로 화악산에 있는 천도교 수도원으로 가서 몇 주일 동안 수도를 합니다. 


3. 예컨대 [해월 최시형의 정치사상] 중 제5장 '동학적 생활 양식의 형성: 생활의 성화(聖化)' 편에서 우리는 '동학 공부'나 '동학하기'를 '전투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온 삶'으로 살아나가는 것임을 새삼스럽게, 아니 뇌성벽력처럼 재발견하게, 아니 비로소 깨닫게 됩니다. 지금 여기의 삶이 성스러운 것이므로, 그 성스러움을 온전히 살아내는 것, 그것이 모시는 사람이며, 모시는 삶이며, 돌보는 삶이라는 뜻입니다. 


4. 그러나 그 이후로도, 동학을 한때의 지적 요기거리로 삼거나, 역사의 박제물로 여기는 태도는 크게 개선되지 않은듯/못한듯합니다. 동학이 거의 잊혀진 이야기였을 때나, 그리고 최근 들어 '동학 붐'이 '불 일듯' 일어나는 형국에서나, 형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동학은 하나의 상품이 되어 소비되고 소모되는' 중입니다. 


5. 그런 가운데서도 이 구석, 저 골짝에서 어떻게든 동학으로 살아내고자 하는 움직임도 없지 않습니다. 그들이 오뉴월 땡볕의 아침이슬처럼 증발되어 버리지 않고, 풀숲에 고이 '떨어져서' 열매로까지 자라나기를 기도하고 기도합니다.


6. '동학'에 대해서 그것이 '학문'의 대상, 또는 지적인 관조의 대상으로만 소모/소비되어서는 안된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동학이 한때는 운동(혁명)이었고, 또 한때는(현재진행형) 종교이기도 하지만, 그에 앞서, 혹은 그와 더불어, 동학은 우리 동방의 몸과 마음에 새겨진, 인간으로서의 세계 이해와 자기 이해의 근원적인 철학-사상-지혜의 집약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동학은 우리에게 사람사는 도리를 알려주는 말씀이기 때문입니다. 


7. 무엇보다, 온 몸으로 온 맘으로, 동학하기를 멈추지, 잊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는 아침입니다. 다시삼칠일 첫날.


*[해월 최시형의 정치사상]은 현재 재고 소진으로 품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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