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는책방24-16]
[모시는책방24-16] 1. 모시는책방 오늘(28)입니다. 오늘 모시는 책은 [AGI 시대와 인간의 미래](맹성현 지음, 헤이북스)입니다. 제가 보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책방에도 비치하였습니다. "챗 GPT 이후의 삶, 일자리 그리고 교육"이라는 부제보다 "2028년 AGI 시대가 온다"는 홍보용 문구가 자극적이고, 인상적입니다. "AGI 시대를 준비하는 최초의 생존 지침서"라는 문구는 선의로 포장된 협박으로까지 들립니다.
2.
이 책에 대한 관심은 단지 '시급한 트렌드'에 대한 호기심이나 급박한 현실에 대한 조급함 때문만은 아닙니다. 제가 터잡고 있는 동학에서도 일찍이 "기존의 운수가 오래되면 새로운 운수가 다가오는 법"(하원갑 지나거든 상원갑 호시절)이라고 하면서, '개벽운수'를 말하였습니다. 운수(運數)라고 하여 그저 구름이 저절로 떠가듯, 물이 하염없이 흘러가듯 오고 가는 것(雲水)은 아닐 것입니다. 이미 이 지구 자체는 '인간화된 지구'이고, 인간 역시 '인간된 몸과 마음으로 환경(지구)에 대응하고 개척하며 살아온 것'만이 아니라, 환경에 적응하며 오늘의 몸과 마음을 만들어온 것입니다. 그러하다면, 운수라는 것도 결국 인간과 세계의 관계 속에서 요동치며 작동하는 그 무엇일 테지요. 그것이 오늘날 사람들에게 익숙한 말로는 트렌드(소일변의 운수)도 그중 하나로 되겠지요.
3.
이 책이 착안하고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에서 제가 생각하는 중요한 요점은 7만년 전 호모사피엔스 종에게 일어난 인지혁명 이래로 가장 중요한 인지혁명이 지금 막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 모든 것은 인간이 그동안 인간 고유의 것으로 여기고, 또 인간을 다른 동물, 식물, 생물, 사물과 차별화된 종(존재)로 여길 수 있는 근거로 삼았던, 인간의 인권이라든지 존귀함의 이유로 들었던 기반이 와해되면서 "인간 고유의 영역이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4.
책 자체는 사실 다분히 '실용적'인 관점에서 쓰였습니다; "이 책은 챗GPT로 시작되는 AI 기술 패러다임 변환의 의미가 우리의 삶과 일자리를 어떻게 바꿔놓을지 진단해보면서 미래 세대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짚어본다. 이러한 논의에 들어와야 할 핵심 요소는 ‘인간 능력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다. 생성형 AI와 인간 본성의 차이에 대한 이해 없이 미래 세대의 생존 전략을 짚어보고 AGI 시대로의 전환을 준비하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첫 부분(1장, 2장)은 챗GPT와 ‘생성형 AI’ 기술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돕고자 일반인들의 눈높이 언어로 핵심을 설명하여 그 여파와 향후 발전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도록 한다. 여기에서는 뇌과학이 알려주는 인간 뇌의 작동 방식과 챗GPT 기술을 연결시켜 이 기술을 비교적 친숙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할 것이다.
두 번째 부분(3장, 4장)에서는 챗GPT로 촉발된 ‘제2의 인지혁명’의 의미를 역사적 관점에서 다루면서 AI가 가져다주는 기회 요소와 실존적, 잠재적 위험 요소들을 대조해본다. 특히 AI의 출현으로 변화할 일자리 생태계를 조망하여 인간과 AI의 공존이 필요함을 부각시킨다.
마지막 부분에 속하는 5장에서는 인간지능과 인공지능의 공통점과 근본적 차이점을 비교하여 ‘생성형 AI’의 현주소와 한계를 정리함과 동시에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유 본성을 짚어본다. 6장에서는 AGI 시대를 맞이해야 하는 우리 미래 세대가 키워야 할 필수 능력을 공존의 방식과 함께 제시하고, ‘신인류’를 위해 교육의 전환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지 방향을 제시한다."
5.
인공지능은 "인간의 훌륭한 비서"라는 반응도 아주 많고, 이러한 측면은 여전히 유효합니다만, 한편으로 인공지능 및 그와 결합한 여러 기기(機器)들은 결국 인간의 노동 자체를 새로운 차원으로 전변시킨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인간이 오늘의 호모사피엔스로서의 인간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가 아는 바로는, 도구를 사용한 노동을 통한 인지의 발달과 노동(먹이 구함) 과정에서 일어난 신체의 변화를 통해서입니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바퀴의 발견, (증기)기관의 발견, 전기(동력)의 발견 등을 통해 노동 조건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왔지만, 금번 인공지능, 그것도 '범용인공지능(AGI)'의 도래는 그동안의 모든 변화를 함축하고, '차원변화'를 일으키는 것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6.
책의 부제에서 '일자리'라는 용어는 당장의 내 일자리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일'과 '인간'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문제를 함축하고 있는 셈입니다. 또한 '교육'은 인간이 인간사회를 '성장적'으로 유지하는 핵심 도구인 '교육' 부문 역시, 교육의 방법론은 물론이고 내용까지도 대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는 뜻을 함축합니다.
7.
저자는 도래하는 '새로운 우주'에서 '새로운 인간'의 최대 덕목으로 '공생'을 꼽습니다. 호모 사피엔스에서 '지혜' 부분의 주도권을 AGI에게 넘겨 주는 대신 인간과 인간은 물론, AI와의 공존까지를 포함하여 '호모 심비우스'로서, 즉 '공생하는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양성해 나가야 한다는 뜻입니다. 공생에는 공감(共感)이라든가 공동(共動)이라든가, 공치(共治, 自治)와 같은 새로운(기존하지만 비주류적인) 덕목과 가치들의 '주가'가 상승하지 않으면 안 될 것입니다.
8.
공생의 시대에 필요한 덕목은 나(인간)를 AI에게 잘 소개하는 것도 필요하고, AI에 대해서 잘 아는 것도 중요하다는 점에서, 꼭 한 번 읽고 가야 할 책이겠습니다.
9.
다시 삼칠일, 둘쨋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