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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걸음 Jul 19. 2024

유교와 여성, 근대를 만나다

[모시는책방24-23/모들통문24-13] 1. 모시는사람들 신간입니다. 2. 19세기 중엽 이후 항구가 열리고, 서양의 문물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면서 '여권(女權)'에 관한 소문도 함께 들어오기 시작합니다. 남성과 여성의 관계를 보는 방식이 '여필종부' 외에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은 그 당시의 남성과 여성들은 물론이고, 조선 사회의 근간이던 유교(문화, 권력)에게도 크나큰 충격이었습니다.


2. 개항기(1870~1910)의 시공간은 여성 존재를 새롭게 바라보지 않을 수 없었고, 그 양상은 다양한 문헌 자료를 통해 흔적을 남겼습니다. 우리가 아는바, '수절문화'라든지 '개과 금지' 같은 것들도 한편으로는 완강하게 그 틀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전통의 지속], 그 이면에는 회복할 수 없는 대 격변[현대적 변형]을 일으키고 있었습니다.


3. 1910년에 시작된 일제강점기와 6.25 분단 등은 이러한 '변화'를 한편으로 가속화한 측면하, 다른 한편으로 건강한 '변화'를 저지하며 변질시키고, 그 방향을 왜곡하는 원인이 되었습니다. 그러한(왜곡과 변질) 이유가 오늘날, 한국사회가 세계 최하위의 성평등지수를 기록하고, 경이로운 저출산율을 기록하는 원인이 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4. 이 책 [유교와 여성, 근대를 만나다]는 유교의 언어(한자라는 점 포함)로 서술된 개항기 여성을 젠더(gender), 성(sexuality), 혼인과 가족의 세 범주로 접근합니다. 크게 이 문제에 관한 보수유학자와 개신유학자(개화지식인)의 극단적인 태도의 차이를 살펴볼 수 있고, 그런 가운데서도 서양과 동양(우리나라)의 남녀 관련 풍속이 다른 것을 '우열'이 아니라 '차이'로 보자는 통합적 시각도 없지 않았습니다.


5. 우리나라가 식민지의 암울한 잔영을 서서히 벗겨내면서(여전히 갈길은 멀지만), 개항기를 '근대화에 실패한 시기'로만 규정하는 시각 또한 상당히 불식되고 있습니다. 이 책은 그러한 행보에도 중요한 또하나의 노둣돌을 놓는 작업이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개항기에 우리 앞에 놓여 있었던 선택지는 '근대화(서구화)'가 거의 유일한 것처럼 강요되었으나, 그것이 절대선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우리 개항기에는 그러한 서구화 일변도의 폭력적 근대화 이외의 길을 모색하는 흐름이 뚜렷하게 존재했다는 사실입니다. 이 책은 그러한 시선을 강화하고 풍부화하는 데도 일조할 것입니다.


6. 그런 점에서 이 책이야말로 '동학공부'의 중요한 교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책의 중요한 내용 주제 중 하나인 '수절과부' '열녀' 문화의 변화를 향한 노력들은 수운 최제우 선생의 노비 해방, 동학농민혁명 당시의 '개과 허용 주장'의 의미가 왜 그렇게 중요한지를 현실적으로 알 수 있게 하는 내용들로 가득합니다.


7. 이 책은 22년 23년에 각각 출간된 [불교와 근대, 여성의 발견](조은수)와 [한극 근대 기독교와 여성의 탄생](이숙진)의 책에 이어 발행되는 <한국/근대/여성> 총서 시리즈 세 번째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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