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00년 전에 창간된 ‘신인간’이라는 우리 잡지의 이름은 “미래를 선취先取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난 호 권두언에서도 밝혔듯이 ‘신인간’이라는 이름이 이미 수운 대신사의 동학 창도 때부터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이념을 은유하기 때문입니다. 그 핵심이란 다름 아닌 ‘다시개벽’입니다. 그리고, 그 '신인간'은 지금 인류세 시대에 가장 요청되는 이름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동학-천도교 166년의 역사는 ‘다시개벽 운동’이자 ‘신인간 혁명’의 역사라고도 말할 수 있습니다. 그 신인간의 이름이, 다시 호명되고 있습니다.
다시개벽은 선천先天 오만년의 낡은 제도(삶의 틀)와 관념(인식), 그리고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을 개벽하여 후천後天 오만년의 새 세상을 열게 된다는 약속이며, 예언이며, 선언이었습니다. ‘신인간’은 그러 개벽의 주체이며, 개벽되어 맑고, 새롭고, 깨끗해진 세상을 말합니다. 여기서 ‘인간’의 의미가 ‘한 사람’만이 아니라 ‘인간세상’을 의미함을 알게 됩니다. 한자어로 보면 본래 인간은 ‘인간세상’을 의미하였고, ‘사람’의 뜻을 포함하게 된 것이 뒤의 일입니다. 그런 점에서 ‘신인간’은 곧 ‘새 세상’이며 ‘후천개벽 세상’ ‘동귀일체 세상’ 그리고 ‘새 생활’을 의미한다는 데까지 생각이 다다르게 됩니다.
이 ‘신인간’은 수운 대신사의 ‘시천주-신인간’ 선언 이래로 해월신사 - 의암성사 - 춘암상사를 거치면서 끊임없이 변용變容(얼굴 모습을 바꿈)하고, 확장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집지 『신인간』은 그 이름을 전면에 내세우기까지 합니다. 그때 ‘신인간’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세상에 드러낸 것은 ‘신인간’의 운동이 가장 왕성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위기에 처한 순간, 그 이후로 오랫동안 ‘신인간 운동’이 어려움에 처할 것을 예감하고 선제적으로 그 이름을 앞세우고 ‘전면전’을 벌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26년은 3·1운동으로 전개된 ‘신문화운동’이 절절에 도달한 시기이며, 6·10만세운동이 준비된 해이며, 사회적으로 좌우합작을 통한 신간회가 기획되던 해입니다. 그러나 이는 우리 민족운동 세력이 마지막 기운을 불태운 결과이며, 실질적인 쇠락의 시작점이기도 합니다.
다시개벽 운동의 전위인 『개벽』이 폐간(8월)되던 해였고, 그에 앞서 천도교단은 신구파로 분열되었습니다. 개벽사의 많은 주역들이 1920년대 후반부터 속속 과로사過勞死하게 되는 것도 이 무렵부터, 과부하 상태로 개벽사, 청년당, 어린이 운동을 계속해 나간 결과였습니다. 우리 선배, 선열 동덕님들의 살신성인의 노력으로 우리는 ‘신인간’이라는 이름을 오늘에까지 이어올 수 있었습니다.
오늘, 전 세계적으로 인류세의 전 지구적 기후 위기나 AI, 사이보그(로봇인간) 등의 국면을 헤쳐 나갈 새로운 인간/세계에 대한 이야기 주제어로 ‘포스트 휴먼/휴머니즘(post-human/humanism)’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논의는 인간 자신과 세계를 근본적으로 전환(개벽)하지 않으면 인류와 지구 생명공동체는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인식 바탕 위에서, 인간(세계)의 의미를 다시금 이해하자는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이미 100년 전 또는 166년 전 우리 스승님들, 선배들이 전망한 세계사의 전개를 이제 세상 사람들도 ‘얼풋이(어렴풋이)’ 알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신인간』 통권 900호(12월호), 100주년(2026년 4월 1일)에 즈음하여, 『신인간』 창간호의 “신인간 선언”을 다시 새롭게 선언하려고 합니다. 9월부터 11월까지 <신인간선언2를 위한 콜로퀴엄(전문가포럼)>을 5회에 걸쳐 진행하고(10명 참여), 심포지엄을 개최하며, 단행본을 발간하고, 2026년 4월에는 “신인간 선언”을 대내외에 선포하려고 합니다. 이 선언이 K-한류의 흐름을 타고 전 세계에 퍼져나가는 꿈을 꿉니다. 그것은 수운 대신사의 다시 개벽의 꿈, 용담의 물이 ‘네 바다’에 널리 퍼지는 포천하의 근원을 다시 만드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이에 즈음하여 신인간 편집실은 독자 여러분, 동덕 여러분께 여쭙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신인간’은 무엇입니까? 여러분의 생각을 담는 것이 ‘신인간 선언2’ 대장정大長征에 매우 중요한 과정입니다. 이 길은 함께 가야 하는 길입니다. 다시개벽, 신인간 혁명의 길에 참여해 주십시오. (悟菴-010-5207-64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