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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화 Jan 22. 2020

"마음 편하게 가져라"...이 말이 제일 싫었다

스트레스받기 싫다고 안 받는 것이 아니다

마음 편하게 갖고 있다 보면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생긴다


나도 안다. 임신도 해봤고, 짧지만 아기도 품어봤다. (계류유산이어서 엄마는 "태아가 되기 전에 간 것이다. 너무 속상해 말라"고 하시지만)


계획은 할 수 있겠지만 결과는 인간의 영역이 아님을 알았기에(수능이나 토익처럼 더 공부한다고 점수가 더 오르는 영역은 아님이 분명함) 매달 시도하면서도 "이번 달엔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였다. (처음엔 그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부에게 아기를 주셨기에 "역시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임신이 된다"는 속 편한 소리를 하고 다녔다.(기보다는 맘 카페에 저 말을 임신 후기랍시고 올렸다.)



임신했을 때도 34살, 유산했을 때도 34살, 다시 임신을 시도할 때도 34살이었는데


가가 가가 아녀
(전라도 출신 아니라 어색 주의;;)


처음 임신을 준비할 땐 출산을 해도 34살이었기에 의학적으로 '고령산모'가 되는 35살이 아니었다. 그런데 유산 후 회복기간을 가진 뒤 (내 주치의는 아기를 품었던 기간보다 조금 긴 3개월을 조언했다) 재임신 시도를 권했고... 그럼 빼박 출산 땐 고령산모였다. (어떤 의료진은 '고령산모 기준은 옛날 기준'이라지만 현재도 그 기준으로 사용하긴 함)


그때부터 시작됐다. 대학생 때부터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를 최소 10번은 읽었는데 머릿속에는 계속 그 '코끼리(ft. 임신)'만 생각났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자'라고 했는데 다 코끼리와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아이러니.


스트레스 안 받아야 임신이 더 잘 된다, 임신 강박이 임신에 더 악영향 준다, 나도 알아. 근데 내가 스트레스받고 싶어서 받냐고... 나도 받기 싫거든(흥칫뿡)



생각을 안 하려고 해도 출근길 지하철에선 임산부 배려석이, 마트에 가면 유모차가, 거리에서 아기와 어린이를 만나는 게 부지기수인데. 그렇다고 집에서 배달 음식만 시켜 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고 임산부, 아기, 어린이 보면서 '임신'을 안 떠올릴 수가 있냐고요!!!(안 떠오르시는 분들이 더 많으시므로... 일단 죄송... 제 문젭니다;;)



그래서... 임신 스트레스를 내려놓는 대신...'예민 보스", '걱정대마왕'인 스스로를 인정하고 측은하게 여기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어쩔수 없었기에 이뤄진 일종의 대타협이랄까;;)


이번 달에도 애썼어.
최선을 다해도 안 되는 경우가 있잖아.
때때마다 나름 최선을 다했지만(음..;;)
서울대 못 갔고 토익 만점 못 받았잖아.
그래도 최선을 다하느라 고생했고 수고했어.
너무 실망하지 말자.


달달하고 따수운 남편(ft.자주 '남의편')을 고른 똥안목을 원망하면 뭐하누. (그저 다 팔자요. 불평해봐야 30살 넘은 츤데레가 급 스윗보이가 될 순 없고.) 그래도 수더분하니 나한테 더 스트레스는 안 줘. 그것 또한 감사하더이다.


이렇게 임신 스트레스는 매달 이빠이 받고, 당첨 아닌 낙첨에도 셀프 토닥토닥하며 열심히 준비하다 보니 당첨이 안개 낀 어슴푸레한 새벽 성큼 다가왔다. 한 번 아가를 하늘나라로 보낸 적이 있어 한시도 안심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온 아기는 온 마음을 다해 꼭 지켜내련다.  


덧, 마음 편하게 가지지 않고 매일 스트레스 만땅 받으며 어쩔 땐 통곡하고 울어도 올 아기는 옵니다. 아기를 기다리는 분들, 아기를 기다리는 마음만으로도 힘들 텐데 '임신 스트레스받지 말아야 한다'는 강박까지 받지 말아요. 간절히 기다리고 계속 생각해도 아기는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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