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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화 Oct 15. 2023

손주가 왔으면 좋겠는데 또 갔으면 좋겠습니다?

보육을 도와주는 조부모님의 마음이란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의 속담이라고 한다.


마을이라는 개념이 붕괴한 우리나라에서라면 이렇게 바뀌어야 할 것이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는데
몸과 마음이
건강한 조부모가 필요하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뫼실수 있다는 '이모님'(보육 도우미)는 없지만 나는 전생에 더 많은 덕을 쌓았을지 모를 '육아 금수저'다. 친정집과 지근거리에 사는 덕에(더 정확하는 보육을 위해 친정집 옆으로 이사옴을 허락받은) 출근 후와 퇴근 전, 아이가 기관에 가기 전후시간 친정부모님께 보육 도움을 받고 있다.


(TMI. 출산 전부터 할머니라는 이유로 무임노동이 정당화되어선 안 된다는 나름의 생각으로 매월 이모님 시세(?)만큼-실은 시세보다 높게- 감사비용을 드리는데 그 덕(?)인지 매월 월급이 통장을 스치고 지나간다.)


퇴근후와 주말, 기관 방학때 아이와 함께 있노라면 행복감과 충만함이 이루말 할 수 없이 크지만 10-15분 낮잠에도 풀충전되는 생산된지 얼마되지 않은 쌩쌩한 몸뚱아리와 생산된지 꽤 지난 몸뚱아리의 차이 속 피로함도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렵다. 젊은(절대적으로 안 젊음ㅜㅜ 부모님보다 상대적으로 젊음) 나조차 이러한데 부모님은 오죽하시랴. 그래서 근무 등 불가피한 따 외엔 되도록 부모님께 아이를 맡기지 않으려고 하는데 예상치 않은 일정이 자꾸 생긴다.


주말근무 일정이 대표적이다. 사실...남편한테 믿고 다 맡기면 되는데...퇴근후 난장판이 된 집을 떠올리면(혼자서 하루종일 애 보면서 밥도 챙겨주고 집도 정리하고, 씻기고...이거 불가능인거 아니까 당연한 모습이긴하다) 친정엄마가 내 주말근무날 밥때만이라도 들러주셨으면 하는 마음이 없지 않다. 입밖으로 꺼내진 않지만 말하시면 절.대, 굳.이 사양하진 않는다.


요즘 이상하게 일정이 많아서 주말마다 나가고, 친정엄마도 점심때마다 들러서 밥을 챙겨주시고 있는데 내 딴엔 오가는 엄마가 힘드실까봐(영민하신 조상님들. '고양이가 쥐 생각한다'는 말을 이럴때 사용하라고 만들어주심) 한 우문에 현답이 날아온다.


일요일에 (친정) 집에 갈까요?


일요일에 남편 집에 있잖니

(일요일에 너네 집에서 네 남편이 너희 아이보면 되지 우리 집에 애랑 사위까지 보내지 마라)


우연한 자리에서 만난 노오오오픈 선배님께서 요즘 손주를 봐주신다면서 하신 말씀이 있다. "손주가 눈 앞에 없으면 보고 싶어서 빨리 왔으면 좋겠는데 막상 집에 오면 또 빨리 돌아갔으면 좋겠단 말야" 네, 무슨 말씀인지 너무 잘 압니다. 사랑스러운 우리 아이의 귀여움은 잘 때 극대화되는게 진리입죠.

 

엄마, 일요일에 안 갈게요. 분위기 파악 못 하고 주말에도 간다고 말씀드려서 죄송해요. 앞으론...상황파악 처지파악 제대로 잘 파악하겠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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