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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평화 Jul 13. 2019

노력한다고 변하지 않는일, 어쩌면 변할수 있는일

사람이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에 대하여

지난해 병가와 우울증 치료를 받으며 다짐한 일이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 노력해서  변화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하되 그렇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과감히 포기하자고. 컨트롤 할 수 없는 일에 대해 안달복달하며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말자고.

살이 찌는건 식단관리를 하고 운동을 하면 바뀔수 있는 상황이고, 영어 실력이 부족하면 영어 공부를 하면 개선될 수 있는 상황이니 노력해 볼 것.


원인도 모르고 그래서 정확한 치료법도 모르는 병에 걸린 상황(지난해 건강검진 이후 진단 받은 류마티스 같은 병)처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은 내가 마음을 졸인다고, 슬퍼한다고 바뀌는 상황도 아니고 내가 무엇을 개선시킬 수 있지도 않으니(방법을 모르니까...) '약을 꾸준히 먹고 금주와 운동으로 몸 전체 컨디션이 좋아지면 악화는 되지 않겠지'라고 자위하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일이 없는걸.


열등감과 조급함으로 무장한 상사가 툭하면 시비를 걸고 태클을 거는건 내가 어떻게 하든 개선되지 않는 걸. 혹자는 '그런 사람을 다루는 법'이 있다고 하지만 그건 임시방편. 그리고 그 사람이 지랄맞은게 문제지 내가 상대(심지어 상사)를 다루는 법을 모르는게 문제라니...왠 주객전도. 어려서는 "부당한 상황을 싸워서 바꿔야지"했지만 싸울 힘도 없고 싸워서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려나 싶고. 엄마말은 대체로 틀린말이 없어.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그렇게 살았고, 그렇게 말했다. 고단하고 팍팍한 생활에 화병 속 시들어버린 꽃처럼 고개를 숙인 사람들이 한숨을 쉴때 말했다.


열일하지 마. 사장 배 부르지 네 배 안 불러. 서른살 넘은 사람은 죽을 고비를 넘기는 사건이 없으면 안 바뀌어

 

컨트롤 할 수 없는 상황에 대해 신경쓰며 꽃같은 청춘과 금같은 시간을 허비하지 마.



1년 동안 수양(ft.우울증치료)을 하며 단단해졌다고 느꼈다. 습자지같은 마음이 골판지 정도로는 두꺼워졌지만 아직도 나를 휘감는 바람에 흔들리고 쏟아지는 비에 젖는다. 누더기가 된 마음은 누가 스치고만가도 너덜너덜하게 찢긴다.


유산 후 4개월만에 다시 한줄짜리 임신테스터기를 들고 소나기에 젖은 종이 마냥 다시 너덜너덜해져 버렸다. 그야말로 신의 영역 앞에서 잊었던 미약한 존재의 의미를 되새긴다. 속상해한다고 바뀔 것은 없는데 대상도 없이 원망스럽고 속상하다. 그래도 또 살아야지. 살다보면 언젠가 웃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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