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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Jan 16. 2022

이사하고 보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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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동이 났으니 이사를 해야 했다. 같은 층의 다른 사무실로의 이동. 처음부터 IT 직무로 입사하여 정보기술팀에 먼저 자리 잡고 있던 동기에게 내 자리가 어디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자신의 뒷자리라고 알려 주었다. 그 뒷자리가 어딘고 하니, 정보기술팀이 있기 전에 내가 있던 팀이 차지하고 있던 자리였다. 조직개편으로 한 번의 이사가 있어서 그 자리를 벗어났던 것이지. 게다가 내가 입사했을 때 앉았던 바로 그 자리였다. 아니, 처음 그 자리라고?!


입사 때의 자리로 comback.

아직 완전한 업무 인수인계가 되진 않았지만 먼저 짐을 옮기기로 했다. 평소보다 일찍 출근하여 카트를 빌렸다. 서랍을 통째로 카트에 실었다. 카트를 질질 끌면서 이사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출근하기 전에 자리를 다 옮길 생각이었다. 끌~ 끌~ 끌~


앞선 담당자가 쓰던 의자와 서랍, 전화기는 다시 인사이동 전 팀의 자리로 옮겼다. 끌~ 끌~ 끌~


옆 사무실로의 이동이었지만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사람들이 출근하기 전에 모든 이사를 마치려고 하였지만 한 명, 두 명 사람들이 출근했다. "벌써 옮기는 거야?"라고 묻는 사람도, "이제 옮기는 거야?"라고 묻는 사람도 있었다. 사무실 자리 배치가 끝나지 않아 아직 옮길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 탓이다. 하지만 나는 얼른 자리를 옮겨야 이전 팀에서의 업무를 벗어날 수 있으리란 생각이었다. 그래야만 새로운 팀에서 업무를 받아 익숙해질 여유가 생길 것이었다.


서랍에 이어 PC를 해체하여 옮겼다. 옮긴 PC는 다시 새로운 팀의 자리에 설치했다. 이마에 땀이 맺혔다. 자리를 옮기는 일만 해도 이렇게 힘이 들다니. 사람들은 모두 출근을 마친 시간이었다. 그즈음에 어렵사리 이사를 마쳤다.


잠시 자리에 앉았다. 세팅한 PC를 켰다. 새로운 팀의 문서들을 확인하거나 업무 인수인계 자료를 받을 틈도 없이 발령 전 팀에서 메시지가 왔다. 

에라이~ 나 이거 잘 모르겠는데, 알려줄 수 있어요?


새로운 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도 아직 모르지만 전팀에서의 업무를 처리해줘야 했다. 회사의 인사이동이란 이전 팀과 새로운 팀 사이의 업무 연결성일랑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아예 비전공자를 IT 부서에 넣은 것부터...) 그 일을 처리해줘야 했다. 다른 사람들은 인사이동이 나면 이전 업무를 내팽개치고 나온다고 하지만, 그건 너무 양아치가 아닌가. 그래서 팀장님께 말씀드리고 다시 이전 팀으로 돌아가 다시 인수인계를 이어 나갔다. 여전히 내가 앞으로 뭐해야 할지는 모른 상태였다. 


3년 동안 해오던 그 업무 외에는, 앞으로는 어떻게 해내야 할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태. 인수인계를 마치고 새롭게 인수인계를 받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모르던 처음으로 돌아옴. 제자리로 컴백. 이사하고 보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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