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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라이세이 Jan 11. 2022

문과생인 내가 정보기술팀이라니?!?

인사발령 : 정보기술팀, 에라이.

인사발령이 났다. 3년 만이다. 입사해서 발령 난 첫 부서에서 꼬박 3년을 채운 뒤의 일이다.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광고’ 직무로 입사했으니 고작 해봐야 옆의 다른 광고부서로 발령이 나겠지, 하며 인사발령 문서를 열었다. 스크롤을 내렸다. 어디 보자, 내 이름이 어디 있으려나…….


정보…기술….팀, 에라이.

아니, 네? 뭐라고요? 정보기술팀이요???? 정보기술팀이라니? IT로 입사한 전공자들이 있는 그 정보기술팀이요? 개발자들과 매일 회의하고 요구하고, 고치고, 조정하고, 야근하고, 욕먹는… 그 정보기술팀????


절반의 기쁨과 절반의 당혹감이 느껴졌다. 3년 동안 변함없이 같은 일에, 오히려 다른 사람의 일까지 덮어썼던 팀에서 다른 팀으로 바뀐 사실에 대한 기쁨이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IT부서로의 발령에 대한 당혹감이요.


동기들이 있는 카톡방에 불이 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무슨 일이냐며 웃어댄다. 희망부서를 쓴 건 아니냐고 묻는다. 아니, 내 후보에 정보기술팀은 없었다고. 나는 다른 팀으로 가고 싶었다고!!! 사내 메신저에도 쪽지가 날아온다. 정보기술팀으로 왜 가는 거냐는 물음이다. 글쎄요, 저도 제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메시지가 잇달아 들어온다. 이번엔 승진 축하 메시지다. 네, 이번엔 승진이요? 정보기술팀으로의 발령에 정신 팔린 탓에 승진 발령을 보지 못했다. 축하 메시지에도 승진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차피 첫 승진은 직급만 바뀌고 월급도 오르지 않으니까.


팀이 바뀐다. 계속 같은 업무를 했으니 팀이 바뀌는 건 좋은데,
IT 전공자들만 있는 정보기술팀에 문과생인 내가 떡하니 들어가는 걸 좋아해야 하나, 좋아하지 말아야 하나.


전화벨이 울린다. 팀장님이다. “에과장. 인사발령은 봤지? 승진 축하하고, 팀이… 그렇게 됐네. 고생했어 그동안.” 팀장님은 이 사실을 미리 아셨으려나?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 탓에 표정을 보지 못해서 쉽사리 추측하진 못하겠다. 어쨌든 인사발령이 났고, 22년 1월부터는 팀이 바뀐다. 그것도 정보기술팀으로. 절반의 기쁨과 절반의 당혹감으로.


이러나저러나 이제 3년 동안 해온 업무에서 해방된다는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그래, 이왕 이렇게 된 거 지루하고 진 빠졌던 이 일을 벗어던진 것에 감사하자. 회사를 벗어나지 않는 이상, 지금 이 인사발령을 내가 어떻게 하진 못하잖아? 해서 받아들이기로 한다. 팀이 바뀌는 일은 자리를 옮기고 나서 고민하자.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자! 기쁜 마음으로 3년 동안 꾸준히 만들어 온 인수인계서를 다음 담당자에게 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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