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게 능사는 아니다. 몸 편히 쉰다고 하여 몸이 마냥 편하진 않다. 후폭풍이라고 할까. 쉼으로 해서-그 쉼이 철저히 계획된 쉼이 아니라면-그러니까 숙제를 끝내지 않고 게임부터 하는 학생의 입장과 다를 바 없다. 어쨌든 숙제는 끝내야만 하고 시간이 흐를수록 마감의 압박이 조여 오니까. 숙제를 끝내고 노는 이들의 마음은 그 얼마나 여유로운가. 해야 하는 일을 만들고, 무사히 그 일을 해내고. 그런 다음 무작정 퍼질러 쉬는 이의 모습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나 그것은 단지 혼자서만은 이룩하기 힘든 경지이다. 혼자라면 퍼지기 쉽다. 나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그것이 딜레마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으면서 그 대가로 월급을 주는. 하지만 미래(생활비를 제외한)에 대한 보장이 없는 회사를 쉬이 놓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상태에서 정말 나한테 필요한 게 있다면 그건 바로 생각하는 힘이다. 그리고 생각한 것을 충분히 익힐 수 있는 시간이다. 숙고. 여기서 다시 딜레마가 작용한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말이다. 생각하고 앉아 있겠냐는 말이다. 그렇다고 회사를 나가고, 지치고, 뻗고의 악순환이라면 충분히 생각해낼 여유가 사라진다. 나는 잘 돌아갈 수 있을까? 마음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까? 내가 돌아갈 자리는 과연 나를 환영해주는 자리인가, 내가 환영할 수 있는 자리인가. 일단 다시 부딪히고 경험하는 게 좋을까? 아니면 그냥 다른 경험으로 jump 하는 게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