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퇴근 후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저 그런 월급쟁이로 그냥 딱 혼자서 생활할 수 있을 정도의 급여를 받으면서 지낸다면 모르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렇다고 엄청난 호의호식을 바란 것은 아니다. 그저 조금 더 재미난 일로 하루를 채우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출근하고 회사에서는 그럴 여유가 없었다. 그럼 언제 할 수 있지? 당장 퇴사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그 정도로 용감하지는 못했다. 그럼 언제 하지? 어떻게, 무엇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술과 게임은 아니다.
분명 나에게 재미란 술을 마신다거나 PC방을 가서 게임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퇴근 후에 술자리를 가지고 게임으로 여가시간을 채우는 사람들처럼 시간을 보낸다고 나의 재미가 충족되지는 않았다. 그리고 그건 오히려 나의 통장 잔고를 깨부수는 일이지 않은가. 나는 그런 식으로 돈을 쓰는 것보다는 조금 더 투자의 관점에서 내 돈을 관리하는 일이 좋았다. 그래서 돈 공부를 하고, 자기계발에 시간을 쓰는 일이 잘 맞았다. 그렇다면 그걸 하면 되는 게 아닐까?
돈 덕후, 자기 공부
돈 덕후라는 말이 어떻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인으로는 '덕후가 세상을 지배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내가 관심 있는 분야인 '돈'에 대해서도 덕후가 되면 어느 정도는 그 분야를 지배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거기에 더불어서 어린 시절부터 관심을 가져온 '자기계발'을 덧붙이는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작년 한 해는 회사에서의 시간 이후에 외주 작업을 하면서 통장 잔고에 여유를 불어 넣는 프로세스를 실행해보았다.
집에서의 시간은 너무 늘어져서 집이 아닌 곳을 찾아 다녔다. 작업을 위해서 필요한 노트북을 들고서 말이다. 그런데 그 일은 너무 어깨 아픈 일이었다. 부수입이 생기긴 하였지만 어깨 건강을 잃었다고나 할까. 1년 동안 몇몇 스타트업과의 협업을 진행할 수는 있었지만, 에디터로서 외주는 '을'로서 계약을 연장해야만 계속 할 수 일일 뿐이었다. 게다가 이 일은 신기하게도 22년을 마치면서 모두 사라지고 만다. 경제가 휘청이는 탓인지, 연장이 되지 않은 것이다. 그 덕분에 반강제적으로 2023년은 숨고르기 하는 시기가 되었다. 그러면서 더더욱 퇴근 후 시간을 어떻게 채워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늘어난 것이다.
책상을 하나 샀다. 그것도 월세 22만원에.
그 고민의 결과는 일단 퇴근 후 향할 곳을 정하자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사실 지난 해부터 찾아보던 곳이었는데 이제서야 실행에 옮긴 것이다. 너무 우물쭈물한 탓인지 그 사이에 1인석 비용이 오르고 말았다. 자그마치 33%나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을 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투자'의 관점이었다. 회사 일을 마치고 다시 출근하는 일과 다름 없었지만 이 시간에 내가 나의 컨텐츠를 만들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쓴다면 그보다 더 값어치 있는 결과물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는 마음이었다.
현재 진행형인 일이다.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하고 싶은 일은 많다. 그런데 꽤나 게으른 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게으른 사람들 중에서는 부지런하다.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글을 써서 발행한다. 나만의 컨텐츠를 뽑아내기 위해 노력도 한다. 매일 책을 읽거나 책 속에서 뽑아낼 수 있는 문장을 따로 정리한다. 지금은 제 1의 우선순위가 내가 언제든 꺼내 쓸 수 있는 문장들을 정리하는 일이라고나 할까? 그만큼 나의 리소스가 된다. 그 예시는 아래와 같다. 이것들만 잘 챙겨도 22만원의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일단은 퇴근 후 출근을 한다. 출근 또 출근이라 많이 피곤하지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