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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켈리류 Oct 20. 2021

[브런치/초단편 소설] 신기한 실수 2

실수하고 싶다


“아니 도대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신 거죠??”


인터뷰할 때마다 사람들은

이 그림에 대한 나의 의도를 묻고

내 재능에 대해 좋은 평을 늘어놓는다.


인간의 이중성을 심플한 듯 난해하게,

현대적으로 푼 작품이라는 평을 받는다.

심지어는 이 스타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업사이드 다운 프린팅이 된 티셔츠가

패션계를 두 시즌 동안 장악했으니까


그럴 때마다

실수가 만들어 준 명성이라고

고백할까 말까 고민을 한다.

실수로 나온 작품이

작품성을 인정받기까지 하니까

그저 흥미로워서 인터뷰할 때

매번 고백을 고민을 한다.


사람들의 환상을 지켜 주는 것이

아티스트의 도리이니

인터뷰 때는 고상하게 “ 땡큐”라고

말하게 된다.


죽을 때까지 비밀로 지켜진다면

이 작품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죽고 난 다음에도 좋은 평을 받을까?


그런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이번 실수로 나는 자꾸 다음 실수를

기대하게 되어 고민이다.

일부러 술을 먹기도 하고

불도 끄고 작업을 해보지만

실수하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이 작품을 뛰어넘을 만한

완벽한 나의 그림이 아직까지는 없다.


어제까지 내린 결론은

내가 실수를 좋아한다는 사실로

더 이상 실수를 할 수 없다.


실수가 없어졌다.


실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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