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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른이 된 소녀 Apr 21. 2017

집_장소 2

2. 서울 신림 : 오피스텔

A


1. 가지고 있는 돈의 한계


2. 지하철과의 거리


3. 산책로



신림이면 다 가능할 것 같았다.


서울에 사는 것은 처음이었고,


아는 사람도 살고 있는 동네였다.



직장은 어디에서든지 가까우리라


(지하철로 1시간거리니 가깝다고칩시다)



형편에 맞는 전세집은


너무나 오래되고 낡았으며,


과연 사람이 살 수 있을까하는 집들이라.


그나마 깨끗하고 아주 작은,


(아마도 그 원룸만하던)


오피스텔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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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언제나 긍정적이어서,


아침 햇살도 적당했고


멀리서 들리는 지하철소리도 만족했다.


양쪽에 끼인 집이라,


겨울에도 난방한번 하지 않았다.


(서울에서!)



오피스텔이기에 난방하지 않아도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불투명한 비용구조때문이었다.


독립한 이래로,


여름에 에어컨을 있는대로 틀어도


2만원이상 나오지 않던 전기세가


틀지 않아도 3만원이 넘게 나오는 기이한 현상을


아무리 항의해도 어쩔수 없다고 했다.


작은 평수에서


나는 벽을 칠하고,


(벽이 녹색이었다,


지방에서는 이사오면, 대부분 도배,장판을 다 해주는데 비해


서울경기권에서는 전세면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부산에서 거의 버리고 와서


새 가구와 살림들을 정비했다.



부엌은 너무 작아서,


음식을 하기에 부적당했다.


어차피, 시간도 나지 않고,


이전회사처럼 도시락을 싸지 않아도 되었기에


외식이 주를 이루게 되었다.


복층형 오피스텔이라서


잠은 위에서,


생활은 밑에서.


위에 옷과 침대가 전부였고


아래에는 책장과 책상겸용식탁이 다였다.



화장실은 샤워커튼 없이는 샤워가 불가능하고,


현관은 비좁아 신발둘곳이 없었다.



서울의 가난한 낭만이라 생각했다.



C


걸어서 5분 거리였던 지하철은 달려서 타고


꽉 끼인채 사당에서 환승해야했다.


버스는 노선을 잘 모르니 이용하지 않았다.



D


가장 신났던 건,


걸어서 10분거리의 보라매공원이었다.


놀이와 산책의 대상이며,


한가로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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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를 배우겠다며,


장비를 갖추고 아이들 사이에서


멈칫거리며 타보기도 하고


도시락을 싸서 돗자리를 펴고


그늘 아래서 책을 읽기도 했다.



친구집에 가는 길은


개천을 따라 가면 되었다.


그 곳도 역시나 산책로.


각자의 집에서 올려보낸 음식을 나누기도 하고


사다리나 공구도 빌리기도 했다.


어떤 날은 새 구경도 하고,


어떤 날은 물고기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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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자주 찾게 되는 맛집을 만들어 둔다는 것은,


신나는 일이다.


야근한 날이면, 들렀던 막국수집,


일요일 아침은, 짜장면이,


주말 한가로이 갔던 커피집,


싸서 들르던 빵집과


1인 1고기를 환기시켜주던, 고깃집 등


먹을꺼리가 풍부했다.


내 월급통장은 빈곤해져도.



F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


야근 및 철야의 시간을 뺀,


집에서의 시간은


잠과 씻는 시간으로 밖에 이루어져있지 않았다.


주말은 외부로 돌아다닐 시간이었고


(서울은 거대하니까)


일찍 마친 날은 산책이 주를 이루었다.

한강에서,


내부의 생활은


단조롭고 무의미했다.


나를 규정짓는 것은 외부에서 보내는 나였다.


오래도록 나를 묶어두는 대상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어떤 휴식의 공간조차도


돈을 내고 공간을 점유하는 곳에서 이루어졌으며,


먹고, 씻는 것도 외부에서 가능했다.



집은 단지 거쳐가는 곳으로 느꼈다.



외부활동 공간은 확장되었고,


점유된 공간의 시간은 줄어들었다.



Home 아닌,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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