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경기도 군포 : 주택
A
경기도 남부 어느 작은 도시가 내 직장이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도시 이름.
수원과 안양 사이에 위치한 작은 군포.
동거인의 직장은 수원.
서울도 지루해지고,
오피스텔에서 만난 깜찍한 벌레들과 이별하기 위해,
이사를 결심했다.
B
아파트로 들어가려는 나와,
아파트 관리비가 아까워서
주택으로 이사하려는 동거인 사이에
집을 구하는 것은 오랜 작업이 필요했다.
결국 대출이 없이,
낡은 주택으로 협의를 보았다.
남향과 그 앞이 놀이터라는 조건이
우리를 설레게 했기때문이었다.
오래된 주택에서 생활해 본 적이 없는,
우리에게 그 조건이 무얼의미하는 지 알지 못했다.
C
수원까지 지하철로 20분거리,
(실제 직장까지는 40분거리)
내 직장까지의 거리는 버스로 5분,
걸어서 20분거리에 있었다.
동네엔 뒷산도 있었고
뒷산 아래는 내가 만족스러운 목욕탕도 있었다.
아침이면 사람이 거의 없는 목욕탕에서
혼자 즐길수도 있고
창이 열리는 실내 아닌 옥외같은 탕도 있었다.
걸어서 10분이면 시에서 운영되는 운동장에서
여러사람들 틈에서 걷기도 할 수 있었다.
앞에 놀이터의 나무가 굉장히 커서,
새소리를 제공해주기도,
여름에는 햇살도 가려주었다.
다만, 여름밤의 소음은 참아야했다.
주말이나 오후의 아이들 소리는 좋았다.
작은 동네여서인지
나이가 다른 아이들이 한데 노는 것도 좋아보였고
놀이터 내 노인정에 할머니,할아버지들이 햇볕을 받는 것도
한가로이 좋아보였다.
세탁소는 여러군데 있어
고를 수도 있었고,
직장근처에도 있었다.
마트는 걸어서 5분거리에
대형마트체인이 있어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목욕탕, 세탁소, 마트, 공원까지
만족스러운 가운데,
문제는 밥집이었다.
둘다 야근, 철야라도 하고난 다음이면
집 근처에 제대로된 밥집이라고는
거의 없어 멀리 나가야했다.
D
오래된 주택이었지만,
가볍게 계약하고 들어온 것은
수리를 했기 때문이었다.
도배도, 장판도 모두가 되어 있는 집.
새로 창도 이중창과 방범창을 달아 있던 집.
그러나,
단열시공은 하지 않았기에,
첫 겨울의 난방비는,
상상을 초월했다.
외부와의 결로로 인해 물기가 생기기도 했고,
곰팡이가 오르기도 했다.
자주 환기하고, 자주봐서 닦아주고,
끊임없이 돌봐주어야 했다.
E
오래된 주택이었기에,
마음대로 칠하고, 꾸미고, 못을 박을 수 있었다.
작은 곳에서 살다가
방 3칸은 두 사람이 살기에 크게 느껴졌다.
고심해서
큰방은 거실로,
두번째 방은 침실로,
작은 방은 옷방으로,
작은 거실은 식탁을 두기로 했다.
거실이 있을 방은,
짙고 어두운 파랑으로 칠할 예정이었는데,
페인트를 잘못 주문해서
(모니터화면과 다를 수 있음을,)
밝은 파랑으로 수정되었다.
오히려 산뜻해서, 문까지도 파랗게 칠해주었다.
침실은 오직 잠을 위한 공간으로
침대와 암막커튼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실 둘 가구나 그 무엇도 없었다)
작은 방은,
언젠가 또 이사해야 한다는 생각에
조립식으로 옷걸이를 짜고,
선반을 달고, 수납장을 두었다.
부엌의 싱크대는 새거여서 손댈게 없었다.
크진 않았지만,
예전에 비하면 호사스러울 정도였다.
(작은 것에 감사할줄 알게 되었다)
작은 거실은
언제나 그렇듯 책상겸식탁이 들어서고
등도 새로 달아주었다.
햇살이 들어오는 방에 앉아
새소리와 아이들 소리를 듣자,
그제야, 나는 집에 있기 시작했다.
F
봄이 되자,
나는 상추모종을 사서 심었다.
지나는 길냥이와도 앞면을 텄다.
여름에는
거실에 누워
나뭇잎으로 드문드문 가려진 하늘을 감상했고,
너무나 작은 마당에서 고기도 구워먹었다.
낙엽이 떨어진 가을에는,
수북히 쌓인 낙엽을 청소하느라
쓰레기봉지를 여러번 사야했다.
눈이 오던 날은,
새벽같이 놀이터에 나가
첫 눈을 밟아 보았다.
문 앞에서 대문까지 길도 쓸었다.
고양이 발자국은 남겨두고.
G
계절을 느끼며 보낸 집은,
우리에게 기억이 되었다.
Home.
낡은 단점은
우리에게 집을 쓸고 닦는 경험을 주었고
그 경험이 애착을 주었으며
점유, 정착이라는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