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에 있는 어린아이를 보살피는 마음
올해 유독 일하며 화가 많이 났다
정확한 이유는 모른 채 화가 난 상태로 일을 바라보니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화라는 에너지는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깊은 고민보단 당장 추진력을 얻는 다소 과격한 방향으로 작용한다.
현 회사 서비스는 서비스 생애 주기 중 초기 서비스가 아니고 성숙기를 한참 넘은 서비스라 하나를 고민하더라도 깊게 고민해야 한다. 그렇기에 화라는 감정은 추진력이란 장점보단 기획 홀을 만드는 단점으로만 작용한다.
그렇게 업무 중 불쑥 찾아오는 화는 나를 지독하게 괴롭혔다. 안색은 어둡고 거칠고 동료들과 티타임도 거절하며 혼자 굴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던 중 출근길 어떤 사건을 겪으며 이 일을 계기로 사내 심리상담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내가 많이 아프다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원인 모를 답답함에 무작정 예약했다. 예약 일정이 맞지 않아 신청 후 6주 뒤쯤 첫 방문을 했고 약 2달에 걸친 8회 차 상담이 오늘 종료됐다.
상담에서 가장 크게 느낀 건, 부정적인 감정이 나쁜 게 아니라 내가 감정을 인지하지 못하고 기분에 휘둘리는 게 나쁘단 점이었다. 내가 나를 이해하고 감정을 헤아려 이를 인정하는 순간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8회 상담을 거치며 내가 업무 중 불편했던 감정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나를 가장 억누르던 감정은 “질투”였다. 나보다 프로젝트 진행을 매끄럽게 잘하고 큰 프로젝트를 리딩하는 동료에게 밑도 끝도 없이 질투하고 있었다.
질투한 이유는 단순하다. 나도 비슷한 시기에 다른 프로젝트를 했는데 내가 한 건 주목받지도, 큰 성과를 보기엔 아직 시기상조, 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괜히 개발 투입인력을 생각하게 되며, 다른 동료가 못한 일만 보게 되고, 질투란 감정이 점차 동료에 대한 반감으로 변모했다.
팀 인원이 많은 것도 아니고 그 안에서 내 감정을 인지하고 인정하지 못해 이상한 땅따먹기를 혼자 하고 있었다.
이 감정을 마주하니 ‘그래 부럽긴 하다.’로 정리가 되며 내가 잘할 수 있는 일들에 더 집중하게 됐다. 내가 잘하는 것, 즉 장점을 바라보며 일을 하니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하며 손댈 것 없이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누구나 잘하는 것, 못하는 것이 있고 내가 내 장/단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면 불필요한 감정에 휩싸일 일은 적지 않을까 싶다.
또 내가 내면에 나를 들여다보며 지금 어떤 기분인지, 어떤 상태인지 주기적으로 보살펴야겠다고 결심했다.
너무 아프기 전에 다녀와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