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다는 것
사람들은 살면서 '어른이 되었구나!'라는 것을 언제 느낄까?
어른이 된다는 것. 시기는 누구나 다를 수 있지만 언젠가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것.
나는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생각할 때 늘 떠오르는 것(어린시절 읽었던 책의 어떤 부분)이 있다.
한 아이가 자신이 봤던, 멋진 친구의 집을 아버지에게 설명하는 장면.
- "빨간 지붕에 통나무로 세워진 벽, 그리고 맑고 큰 유리창이 나있는 아주 멋진 집을 보았어요!"
그러나 아이의 아버지는 잘 모르겠다는 듯이 시큰둥하게 다시 묻는다.
- "그래서 그 집은 얼마니?"
- "40,000 파운드라고 들었어요."
- "정말 멋진 집이구나!"
이처럼 아이의 아버지는 아이가 봤던 멋진 집에 대한 묘사로는 얼마나 좋은 집인지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했지만, 가격으로는 단번에 이해하는 모습을 보였고 나는 이 부분이 매우 이상했다. 어린 나의 생각으로는 아이의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았다.
'아니 이렇게 예쁘고 멋진 집을 설명하는데, 어째서 하나도 알아듣지 못하는거지?'
그런데 요즘,
나도 책에 나타난 아이의 아버지와 같은 어른이 되어버린 것 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곤한다.
어느날 지인들과 대화를 하던 중, 한 사람이 자신에게 의미 있는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던 찰나 무심코 이야기를 듣다가 "그래서 그게 얼마야?"라고 내가 묻고 말았다.
순간, 읽었던 책의 내용이 떠오르면서 '아! 내가 그 책의 아버지와 같은 어른이 되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가격을 통해 가치를 판단하는 것이다.
언제부터였을까? 가격으로 의미를 환산하다니! 세상을 바라볼 때에 '(가격과는 상관없이 가지게 되는) 그 자체, 본연의 가치 또는 사람마다 다른 주관적 가치, 의미'에 대해 느끼고 공감하는 내가 사라져가는 것일까?
내 주관을 내려놓고 있는 그대로, 본연의 가치를 느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또한 내가 상대방이 아니기에, 개개인이 가지는 주관적 의미에 대해 절대적인 100% 그대로를 나누고 가질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공감' 할 수 있는 마음의 자세는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러한 생각을 할수록 스스로 서글퍼지는 느낌을 쉽게 떨쳐내기가 어렵다.
모든 사람들에게 저마다의 '반짝반짝'한 의미를 가지는 것들이 있다. 물건, 장소, 사람 그리고 추억 등.
이러한 반짝반짝한 의미들을 담아둔 자신만의 마음속 보석상자를 활짝 열어 타인과 나누고 이를 서로가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면 그 시간들이 얼마나 소중할까.
문득, 아무 생각없이 '그래서 그건 얼마야?'라고 묻는 나를 경계해야겠다.
돈과는 별개로 각자가 느끼는 아름다움, 가치, 멋에 대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의 나처럼.
여느 어른과는 다르게, 그렇게 살아가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해야겠다.
다른 사람의 마음속 보석상자를 들여다보며 있는 그대로 느끼고 감상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