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늦은 콘솔 게임 체험기라고 하자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던 날 우연히 멀쩡한 전자기기 하나를 발견했다. 너무 말끔한 상태였던지라 뭔지도 모르고 일단 집어 들었는데, 마이크로소프트 게임 콘솔 XBox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단 가지고 들어와서 전원과 화면출력을 연결하고 켜보니, 아무 문제 없이 작동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니, XBox One S라고 하는 대략 8년 전 출시된 모델이다. 주은 것은 본체와 전원, 화면 케이블이 전부.
XBox용 게임 컨트롤러를 찾아보니, 4세대 무선 버전이 새것이 대략 5-6만 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당근을 찾아보니, 3만 원에서 3만 5천 원. 당근에서 새것이나 다름없는 것을 하나 찾아 드디어 어제 이 기계를 제대로 작동시켜 볼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 하나는, 넷플릭스 같은 OTT만큼이나, 게임의 세계도 이런 구독 서비스 시장이 세계적으로 단단하게 자리 잡고 있구나 하는 것이다. 당장 애플 앱스토어에서도, 늘 무시하고 넘어가서 몰랐었지만, 게임 아케이드 구독 서비스가 있고, XBox도 Game pass라는 방식으로 게임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으며, 이 밖에도 각종 스마트기기에서 하드웨어 플랫폼 상관없이 게임을 구독해서 쓸 수 있는 서비스들이 여럿 있더라.
최근 애플 음악을 써보면서 음원 구독 서비스도 대단하구나 싶었는데, 이런 게임의 세계도 만만치 않음을 알고 나니, 나는 참 구시대인이며 세대로 봐도 늙은 쪽이구나 절감했다. "유희하는 인간"으로서의 인간 발견이라고나 할까. 인간은 늘 이렇게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어떡하든 그 두뇌를 소비적으로 작동시키는 데 준비되어 있는 그런 동물이 맞구나 싶을 정도다. 체감하는 것은 들어서 알던 것과는 확실히 다르다. 아주 제대로 느껴봤다.
게임도 여러 장르, 여러 종류가 있는 것으로 안다. 이건 뭐 음악과 다를 것이 없다. 하나의 중요한 놀이 문화로서 얼마나 다양하게 세분화된, 분류되었기에 골라 즐길 수 있는 장르가 천지구나 싶었다. 게임 컨트롤러를 손에 잡고, 화면 속의 상황을 진동으로 느끼는 것에 빠져드는, 노는 것에 관해서는 단박에 가상 세상과 싱크로를 이루는 두뇌란! 과연 인간은 생존의 문제만 해결된다면, 놀기 위해 존재하는 생물이었던 것이다.
소비에 치중하는 것이 지겨워서 어떡하든 생산을 고려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생각하는 반백의 중년 남성으로 나는 이 같은 게임과 놀이를 다시 보려고 한다. 인간이라면 십중팔구 노는 것을 거부할 수 없을진대, 어떻게 노는 것이 진짜 즐거운지에 관해 제대로 알려 줄 수 있다면, 그렇기만 하다면, 내가 그에 관한 생산에 기여할 기회를 찾을 수도 있지 않겠나?
놀기만 하는 인간이 세상에 하도 많아, 그런 인간을 보는 것은 지겹다 못해 혐오감까지 드는 경우도 있다만, 노는 것이 인간이라는 이 엄연한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노는 사람들은, 일관되게 노는 것을 평생에 걸쳐 포기하지 않는 인간이라는 존재는, 그 존재 자체로 감사한 대상이다. 노는 것을 죄악으로 배운 것이 문제지, 노는 본능에 충실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가?
노는 즐거움을 주지 못하는 교육이나 연구 따위는 집어치워야 한다. 누구라도 쉽게 놀이로 인식할 수 있는 것으로 교육도 연구도 재편해야 하는데, 늘 하던 짓이 그게 아니니 이건 조금 더 고민해 봐야 할 듯하다. 어떡하며 너도 즐겁고, 나도 즐겁고, 모두가 즐겁고, 즐거운데도 생산적인 그런 그 무엇... 그걸 생각하게 만든 "게임 콘솔" 체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