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앞에 쌓이는 일을 좌절하지 않고 해치울 방안을 모색해 보다
열심히 살았다 자부하지만, 삶이 언제나 내게 산더미 같은 과업을 부여한다. 늘 새로운 일이 내 앞에 쌓인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가? 결국 경영(management)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내가 문제인가? 내 삶이 문제인가? 이런 자문은 앞에 산적한 문제를 두고 보면 무의미하다. 해결하지 않고서는 절대 내 앞에서 사라지지 않을 문제로 늘 거기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과업이 쌓이는 것을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 문제적인 바로 그 지점일지도 모른다. 결국 어떤 방식으로든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라지지 않을 문제라면, 어떡하든 그것을 하나씩 풀어나가는 수밖에 달리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현실로부터 도피할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그래야 한다.
일단 내가 해결해야 할 지점은 내가 문제를 인식하는 과정과 택하는 방식에서 심리적으로 나 스스로를 보호할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무능력을 탓한다고 해서 갑자기 없던 능력이 생기지는 않는다. 주어진 여력과 시간으로 적절한 기간 안에 문제를 해결할 길이 보이지 않는 막막함이 앞서더라도, 일단 나는 나를 보호해야 한다. 이 문제가 제 때 해결되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어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을 향한 독려를 찾아야 한다.
나이를 먹고 나니 내 앞에 놓인 내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누군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는 일이 쉽지 않아 졌다. 이 또한 심리적 태도의 문제에 불과할 수 있다. 쌓인 문제를 하나씩 제대로 짚어 나열할 수만 있다면, 하나씩 지워나가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도무지 혼자 힘으로 할 수 없는 문제라면, 그 문제에 관해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을 찾는 일이 필요하며, 그 일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때 용기라 함은, 상대에게 도움을 구함으로써 시작되는 새로운 교환 관계에 담담하게 대처할 용기다. 이는 하나의 문제를 다른 형태의 문제로 치환하는 것과 같아서 문제의 총량에서는 딱히 큰 변화가 있을 수 없다. 다만, 문제의 유형을 변형함으로써, 도무지 혼자 대처할 수 없던 일을 그나마 관계에 관해 솔직하게 대응하는 일로 바꾸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나는 나 자신의 어리석음에 관해 반성할 필요가 발생한다. 어리석음이라 함은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는 것을 거부했던 삶의 태도일 것이다. 내가 사는 세상은 결단코 혼자 살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세상인데,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도 어찌어찌해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자기 기대는 그 자체로 어리석은 것임을 인정해야 한다.
도움을 얻기 위해 주변을 돌아보니, 과연 나는 어리석었다. 어리석은 삶을 산 것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어리석음을 한탄하는 사이 또 일은 쌓이게 된다. 어리석음을 한탄하는 것이 어리석음이며, 그 한탄에 시간을 소비하는 것이 어리석음 아니겠는가. 어떡하든 하나라도 처리하는 것이 느리더라도 한 걸음 앞으로 나가는 것이다. 경영의 문제는 아마도 그 한 걸음을 통해 조금이라도 해소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