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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Nov 25. 2015

#34 이겨내기(1/2)

어두울 때는 선글라스를 벗어라

문제가 뭔지 편견과 무서움이라는 선글라스를 벗고 정확히 바라보자


‘어두울 때는 선글라스를 벗어라’ 내가 한참 힘들 때 돼 내던 내가 만들어 낸 말이다. 긴 인생은 아니었지만 살다 보니 벽에 부딪히곤 했다.  그때마다 난 내가 혹시 색안경을 끼고 시련을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하면서 돼 냈다. 시련은 상대적인 것이어서 A라는 시련을 B가 느끼면 10의 세기로 느끼고 C는 3의 세기로 느낄 수 있다. 살아온 환경, 삶을 대하는 태도, 문제를 대하는 방식 등이 다 다르기 때문에 같은 일이어도 다 다르게 받아들인다.


어떤 문제와 마주할 때 선글라스를 끼고 바라보면 그 문제가 곧이 곧대로 보이지 않는다. 곧이곧대로 보지 않은 문제는 풀려고 해도 풀 수가 없다. 문제 자체를 한 번 왜곡했기 때문이다. 어두울수록, 문제와 마주쳤을 때일수록 색안경을 벗고 정면으로 바라봐야 한다. 문제라는 놈이 어떻게 생겼는지, 문제를 정확히, 꼼꼼히 바라봐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결책을 준비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의 첫 번째 이겨냄은 군대에서다. 대한민국 남자의 의무이자 20대 청춘들의 심리적 무덤이라 불리는 군대. 그곳에서의 나도 여느 20대 초반의 청춘들과 다름없었다. 20세, 21세에 입대하는 친구들과 다르게 나는 대학교 2학년까지 마치고 22살이 되던 해 3월에  입대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1, 2년이 뭐 그리 중요한가 싶지만  그때 당시에는 1달이라도 먼저 간 친구들이 부러웠다.


종종 어떤 친구들은 자신이 군생활과 맞는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 내가 군생활에 집중하기 힘들었던 이유 중 하나는 군입대 전 사고로 세상을 떠난 친구의 생각이 많이 났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만난 가장 가까운 친구였고, 서로 생각이 잘 맞아 말이 잘 통하는 친구였다. 그 친구가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나서 나는 무척 힘들었다. 군 입대 5개월을 남겨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군 입대까지 나는 술로 버텼지만 군대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술로 버티던 나날들도 괜찮았던 것은 아니다. 술은 술을 마시고 취해서 잠드는 순간만 나에게 짧은 휴식을 줄 뿐이었다. 정신이 돌아오고 다시 술을 마시기 전까지 나는 친구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친구를 잃었다는 허망함에 다시 힘들었기 때문이다. 군대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었기 때문에 훈련을 받든, 일과를 하든 그 친구 생각이 많이 떠올랐다. 그럴 때마다 힘들었다. 나쁜 생각까지 한 것은 아니지만  그때까지 내가 겪었던 어떤 어려움보다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


내가 2년의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나도 모르게 쓰고 있던  마음속 색안경을 벗고나서부터다. 나로 인해 발생한 사고는 아니었지만 나의 마음속에는 친구의 사고에 대한 죄책감이 가득했었다. 그것이 색안경이었다. 사고는 사고였고, 나 역시 그 사고를 개관적으로 바라 볼 필요가 있었다. 모든 문제는 양면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처음에는 감성에 치우쳐 친구를 잃은 마음의 무게가 커 어쩔 도리가 없었다.


하늘나라로 돌아간 친구가 나에게 다시 돌아올 수는 없다는 현실을 직시했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서 어떻게 하면 마음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덜어내고, 친구가 보았을 때도 마음이 놓일까를 생각했다. 나는 전역하면 친구와 내가 사랑했던 동아리 활동을 열심히 하고, 내 삶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해야만 마음의 짐이 조금이나마 덜어질 것 같았다.


군대에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나서부터 나는 한 살 많은 동기였던 석민이 형과 함께 여러 자격증을 같이 땄다. 아직 정확한 방향을 정하지도 않은 때였다. 하지만 무엇인가 해내고 싶었던 열망을 풀어야 했다. 방향성 있게 달려가는 석민이 형을 좇아 컴퓨터 자격증, 한자 자격증 등을 땄다.


그 자격증들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된 것은 아니지만 공부하는 동안 다른 생각하지 않고 몰입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 시간들에 취득한 자격증이 나에게 소중한 것이 아니라 그 시간들에 몰입하고, 그 시간들 속에 살았다는 것이 나에겐 큰 의미였다.


국방부 시계는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흘렀다. 살면서 그렇게 달력을 많이 본 때도 없을 것이다. 하루, 하루를 살았다. 하루를 살다 보니 1주일을 살게 되고, 1주일을 살다 보니 1달을 살게 되었다. 나의 삶은 포기, 허무, 자조, 우울에서 도전, 열정, 희망, 꿈으로 바뀌고 있었다.


어떤 일을 하든지, 언제, 어떻게 시작하든지 변화하는 것들은 계속해서 변한다. 초점은 내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힘들어하는지를 볼 수 있는 눈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아야 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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