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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Jan 05. 2016

#36 내가되기(1/3)

Be Yourself

“be yourself” 한 동안 내 마음속에 품고 있던 말이다. 이 말은 박웅현 씨의 ‘여덟 단어’ 책에서 처음 접했다. 인생을 대하는 자세를 8개의 단어로 풀어낸 책인데 어렵지 않고,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재밌는 책이었다.


한국말로 풀어쓰면 ‘너 자신이 돼라’라는 말이다. 나는 난데 내가 돼라. 처음엔 의아했다. 무슨 말일까. 내가 되는 것이 무슨 뜻일까 한참을 생각했다. 이 말과 함께 같이 떠오른 문장은 “너 자신을 알라”이다. 고대 그리스의 유명한 격언으로 흔히 소크라테스가 말했다고 전해지나 정확한 사실은 아니고, 그리스의 여행 작가인 파우사니아스에 따르면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의 앞마당에 새겨져 있던 것이라 한다.


수 천 년을 내려져온 격언과 재밌게 읽었던 책의 가슴에 와 닿은 문구가 묘하게 닮아 있다. “너 자신이 돼라”, “너 자신을 알라” 다른 동사가 쓰였을 뿐 같은 뜻으로 해석해도 무방할 것 같다.


마지막 장인 ‘내가 되기’에서는 진정한 나로 다시 태어나는 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나는 나로서 잘 살고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전혀 아니다. 우리는 우리 안의 진정한 나와 만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의 선택, 부모님의 생각, 친구들의 행보에 따라 우리의 결정을 바꾸기도 한다.


나 역시 내가 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초, 중, 고등학교 때 까지만 해도 당연히 부모님 말씀을 듣고, 그대로 해야 한다는 맹신을 했다. 당연히 고등학교를 가야 하고, 당연히 대학교에 입학해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 너를 위해서 좋은 일이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성장했다. 특별한 경우이긴 하지만 진짜 큰 성공을 이룬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자신의 재능이 일치해 오랜 기간 꾸준히 자신의 길을 걸어온 사람들이 있다. 예를 들면 90년대의 문화 대통령이라 불린 서태지는 고등학교를 자퇴했고,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발돋움하고 있는 G-드래곤도 10세가 되기 전에 기획사에 들어가 트레이닝을 받았다.


하지만 나의 청소년 시절은 나에게 무관심했다. 나의 미래나 진로에 대한 걱정이 크지 않았다. 아마 평범한 중산층의 가정에서 어려움 없이 자란 덕분일지도 모른다. 언제나 부모님이 내 곁에 있을 것 같고, 부모님의 돈으로 공부하고, 언젠가 취직하면 될 것이라는 믿음이 내 마음속에 존재했던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입학한 대학에서는 자유라는 이름으로 방탕한 생활을 했다. 청소년 시절에 느끼지 못한 통금이 없는 생활, 학교가 있는 타지에서의 나만의 생활, 1교시부터 9교시까지 있는 고등학교와 다르게 내가 만들어가는 시간표 등 모든 것들이 내가 방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책을 가까이 하기 전까지 나는 목줄을  풀어놓은 푸들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녔다. 행선지도 없고, 목적도 없었다. 그저 현실의 중압감을 잊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갔고, 마셨고, 취했다. 한껏 술에 취하면 노력도 해보지 않은 채 사회와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사람들을 비판하고, 나는 그 어떤 도전이나 시도는 하지 않았다.


시간은 부지런히 흘렀다. 군대를 막 전역하고 나오니 24살이었다. 이제부터 나는 무엇인가 해야 했다. 어린 나이부터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한 친구들과 비교할 바도 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군대를 가지 않는 여자 동기들은 하나, 둘씩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불안했다. 하지만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스무 살 중반의 갓 전역한 예비역 나용민은 그 또래의 학생들과 다를 바 없이 스펙 쌓기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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