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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작가 Feb 23. 2017

읽으면 생기는 일들

읽고, 이야기 나누기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을 돌이켜본다. 그 때의 내 생각은 어디서 왔을까? 미디어, 주변 사람, 가족 등의 말이나 행동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이상적인 것을 취사선택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생각이라고 말하기에 민망할 정도의 수준이다. 책에 맛을 들이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책들끼리 충돌되는 의견에서 혼란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무엇이 더 좋은지, 어떤 생각이 나와 맞는지를 고르는 선택이었기 때문에, 보다 발전적이었다.


논픽션을 주로 읽는 나는 독서토론 덕분에 소설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다. 단편 위주로 시작했지만 장편도 곧잘 읽게 되었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재미없다는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 소설을 읽다보면 이미지를 내가 만들기 때문에 내가 본 영상보다 더 생생하게 느껴진다.


삶과 죽음, 속물과 현실의 괴리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편혜영의 네번째 장편소설 <홀>

글을 바르게 많이 읽은 사람일수록 윤리적일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한다. 많은 소설 속 마지막은 잔혹하지만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혜영의 『홀』에서 장모가 오기에게 하는 정신적 폭력과 수치심 유발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상황에서든 원칙을 지키고, 착하게 살아야 될 것 같은 강박이 생길 정도다.


사람들은 저마다 죄의식이 있다. 어린 시절 부모님 지갑에 손을 댄 경험, 청소년 시절 부모님 몰래 탈선을 한 경험, 이성친구 몰래 다른 사람을 만난 경험, 회사 사람들 모르게 비품이나 공금을 횡령한 경험, 자신의 부모를 무시한 경험, 불의를 못 본 척 넘어간 경험 등 사람마다 무수히 많은 경험을 하고, 또 같은 경험일지라도 경험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다르다. 죄의식은 사람들을 통제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죄를 저지를 수 있도록 만드는 촉매 역할을 하기도 한다.


속죄의 길은 없는가? 나는 ‘독서’를 제안하고 싶다. 효율과 실용을 최우선의 가치로 따지는 현실에 실용적이지 않은 문학이 우리를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다. 문학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인간상과 상황을 그린다. 아무리 경험이 많더라도 모든 경험을 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한계다. 책은 우리의 부족한 경험을 간접으로 채워줄 수 있는 훌륭한 도구다. 또한 문학 속의 메시지를 파악하고, 인간 본성에 대한 이해는 현실의 살아가는 데 힘이 된다.


물질이 풍요로운 시대에 더 이상 효율과 실용이 큰 의미를 가질 수 없게 되었다. 우리는 더욱 인간 본성으로 돌아가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인간의 본성은 무리 지어 어울려야 하고, 이야기 하고, 웃어야 한다. 이 중심에 책 읽기가 있다. 읽자. 자극적인 영상과 흘러가는 뉴스 속에서 불안한 내 마음을 읽고, 막막한 미래의 등불이 되는 책을 읽자. 그리고 이야기를 나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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