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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수 Aug 08. 2018

계속해서 성장하는 사람이 되겠다.

 작년까지만해도 나는 소소하고 행복한 삶을 꿈꿨다. 그리 잘나거나 멋있는 삶은 아니어도, 적게 벌면 적게 쓰면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삶보단 여유롭게 살고 싶었다. 어렸을 때부터 결과가 숫자로 나타나는 무언가에 대한 두려움이 컸던 탓인지, ‘죽어라 경쟁할 바에야 차라리 내가 지고 말지’ 하며 지레 포기해버리곤 했었다. 1부터 10까지 있다면, 딱 4나 5이고 싶은 사람이었다. 1은 화려하게 빛나지만, 빛나는 만큼 외로운 숫자라고 생각했다.


 예전의 나였다면 아마 지금쯤, 이제 공시 합격도 했겠다, 아무 생각 말고 빈둥대면서 이 세상 최고의 한량이 되어 놀기만 해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어떤 친구를 만나서 어디 맛집을 갈까, 어떤 신상 카페가 또 생겼나 생각하기 바빴을 것이다.


 하지만 공시 최종합격한 지 2주도 안 된, 지금의 나는 ‘어떻게 하면 나를 더 발전시킬 수 있을까?’하는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하다. 능력 있는 사람,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 긍정적인 에너지를 가진 사람, 경제적으로도 여유로운 사람이 되고 싶다. 4나 5에 안주하지 않는, 1을 향해 달려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예전에 사귀었던 애인이, 알아주는 공기업에 입사한 후 타성에 젖는 것 같단 이야길 해온 적이 있었다. 그 당시엔, 뭐야 지금 자랑하나 싶었는데 (헤어진 후에 온 연락이라 더 그랬을지도) 요즘엔 나도 그럴 수 있겠단 생각이 들면서, 앞으로 일을 하면서도 나의 발전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단 다짐을 자주 하고 있다.


 물론 생각과 의욕만으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구체적인 목표의 방향을 설정하고, 그 목표에 다가가기 위한 실천 방안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우선, 제일 먼저 공부하고 싶은 분야는 경제다. 예전의 나는 숫자, 돈, 경제를 생각하면 계급, 갑질, 비리, 욕심 이런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다. 그러면서 나는 돈 욕심은 없지만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도 안되는 꿈을 꿨었다. 그런데 몇 달 전, 짠돌이, 짠순이들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게 됐다. 나와 비슷한 연령대인 젊은 여성분이 나와서, 자신은 백화점에서 예쁜 옷을 보면 그 옷을 사는 게 아니라 그 옷을 만든 회사의 주식을 산다고 얘기했다. 강남의 비싼 아파트에 사는 할머니가 경차를 타고 다니면서, 재래시장에서 물건값을 깎는 모습도 나왔다. 내가 생각한 돈 많은 사람들의 이미지와는 영 딴판이었다. 돈이 많으면 통장 잔고 신경 쓰지 않고 막 쓸 줄 알았는데, 오히려 적은 돈도 함부로 쓰지 않고 어떻게 하면 돈을 더 모을 수 있을지 늘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다큐에 나온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금수저였던 사람들이 아니라서 더 열심히 돈을 모으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그런 태도는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돈을 아끼고 굴리고 하는 일에 더 신경을 써야겠다고 마음 먹게 된 계기가 또 하나 있었다. 한창 페미니스트들사이에서 탈코르셋과 관련해서 논쟁이 심했을 때였는데, 탈코르셋을 싫어하는 쪽에서 탈코르셋 하는 사람들을 조롱하곤 했다. 안 꾸미면 지저분해보이고, 없어보여서 사회에서 무시 받는데 너네가 뭘 잘 모른다는 식이었다. 그런데 그에 대한 반박글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현재 한국의 젊은 여성들 중 상당수가 월급을 130-180 사이로 받으면서 살아가는데, 매달 외모 꾸미는 데 몇 십만원씩 투자하다보면, 좋은 음식 못 먹어서 건강 상하고, 저축 못 해서 불안에 떨고, 아끼는 사람들한테 제대로 된 선물 한번 해주기도 힘든데, 그렇게 사는 게 더 없어보이는 삶이 아니냐는 내용이었다. 맞는 말이다. 지금은 부모님한테 돈 받아쓰는 입장이라 경제적으로 크게 힘들지는 않지만, 앞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 나도 월 150정도로 내 삶을 꾸려가야 할 것이다. 내 돈을 아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아낀 만큼의 돈을 더 나은 가치를 위해 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마음 표현을 하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내 마음만큼 해줄 수 없는 인생은 너무나 슬플 것 같다.


 내가 아무리 공부한다고 해도 경제 전문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현재 내 돈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 잘 알고 있고, 앞으로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해서 계획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나의 경제관념은 중고등학생들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지만, 지금부터라도 공부하면 서른이 되기 전엔 성인의 수준이 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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