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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사람 Aug 30. 2018

마귀(魔鬼)의 제단에 오르는 아이, 어른, 문화(2부)

고시엔구장(甲子園球場) 마귀(魔鬼)에 홀린 아이들과 어른

(1부에서 이어집니다.)


아무튼 이렇게 매년 6월 지역대회에서 8월까지 이어지는 벼랑 끝 대회에서 만들어진 문화, 분위기 등도 나름 독특하다. 우리 나라와 비슷한 부분도 상당 수 이지만 한 번 비교 해 보도록 해 보자. 특히 이 글을 읽는 분의 모교에 야구부 또는 전국적으로 실력있는 스포츠부가 있다면 '같지만 체감적으로 뭔가 다른'점이 눈에 띌 것이다.   

 

1) 응원


 이 대회는 우리나라와는 비슷하지만 다소 다른 응원문화를 볼 수 있는 기회. 가장 큰 핵심 특징은 학교에서 대회 출전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동원한 교내 밴드부. 대부분 일본에서 유행하였던 가요를 다수 채우고 있지만 우리도 잘 알고 있는 외국곡도 나온다. 영화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 테마, ROCK 그룹 QUEEN의 WE WILL ROCK YOU, 만화영화 뽀빠이, 아톰의 테마곡도 있으며 꽤 유명한 클래식도 흘러 나온다. 심지어 현지에서 유명한 프로야구 게임의 테마곡도 예외는 아니다.

 응원곡도 매년 변하는데 같은 학교가 나왔더라도 작년 응원곡과 올 해 응원곡이 다르다. 그럴 만 한 것이, 대회 자체가 매년 나갈 확률이 낮은 대회이다 보니 학생들이 졸업 또는 입학하 연주하고 싶은 곡도 변하기 마련. 다시 말 해 구성인원의 '물갈이 효과' 발생으로 자연스럽게 '어레인지' 또는 '리뉴얼'하는 효과를 얻는다.  


출처는 일본 유튜브, 현악기를 내 세운 다스베이더 테마가 꽤 묵직하게 흐른다.


 학교에서 내 세운 밴드부는 일본 전국 밴드 대회 우승 학교, 해외 대회 금상 수상한 경력의 학교도 있어 상당한 수준. 이 밴드부가 선수 한 명 한 명 나올 때 마다 모두 현악기, 타악기, 관악기를 이용해 연주하여 곡을 야구장 안으로 보낸다. 응원가도 꽤 훌륭한 컨텐츠로 인식하고 있는지 각 학교별로 베스트 응원가 연주를 뽑아 팬들이 YOUTUBE에 올려준다.


출처는 유튜브. QUEEN의 WE WILL ROCK YOU를 연주하는 모습.


 아무래도 국내 야구의 응원단에서 나오는 앰프 소리에 익숙하기에 연주곡이 신선하게 다가 올 수 있다. (실제 마이크보다 육성을 활용해 응원을 유도하며 선수가 바뀔 때 마다 피켓도 바꿔가면서 선수 이름이 뭔지 알리기도 한다. 학생야구답게 상당히 순수한 부분을 여기저기 엿 볼 수 있다.) 돌이켜 보면, 타악기, 현악기, 관악기 라는 단어는 클래식 콘서트에나 볼 수 있는 용어이기에 꽤 따분하다. 하지만, 따분한 단어를 이용해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이 묘미. 하여간, 이 순간, 아직은 부모에게 어리광 부리고 싶은, 지금을 사는 일본의 고교생이 맞나 싶은 수준으로 일사분란하다.

 

출처는 유튜브. 뽀빠이라는 만화를 기억한다면 듣는 순간 바로 알 것이다.


2) 죽음의 원정


 그렇다면 고시엔 대회 기간 프로팀 한신 타이거즈는 어떻게 일정을 소화할까?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 설명 할 수 있다. 과거에는 대회기간 내내 '원정길에 올랐다'. 2주~3주에 가까운 일정을 원정길에 올랐는데 이 기간을 가리켜 '죽음의 원정'이라고 불렀다. 당연히 성적이 안 좋아지지만 대회를 위해 감수하고 떠난다. 집 떠나 계속 밖으로 돌아다니기에 체력 소모가 많아 다른 팀보다 불리한 것은 자명한 사실.

 그래서 시즌 일정을 뽑을 때 연고지에서 최대한 가까운 지역 위주로 원정길에 오를 수 있도록 잡아준다. 최근에 오사카에 돔 구장이 있기 때문에 그 구장을 홈 구장으로 활용 할 수 있도록 스케줄을 잡아 홈 경기를 열 수 있도록 하는 것.

 어쨌든 이 기간, 한신 타이거즈의 고시엔 홈 경기는 '한 경기도' 없다. 그래서 보통 8월 마지막 주 늦어지면 9월 첫주 화요일부터 홈 경기를 가진다. 그리고 고시엔 구장 투어도 없는데 대회를 진행하기 위해 오전부터 오후까지 경기 진행을 하기 때문. 그래서 고시엔 대회 직후 한신 타이거의 고시엔 홈 경기 티켓 예매도 빡빡한 편이다.

 (참고로 일본 프로야구 예매는 경기 오픈 2달 전부터 가능하나 이 시기 고시엔 구장 입장권은 금새 매진이다.)


 

출처는 한신 타이거즈 공식 홈페이지. 실제 대회 기간 동안 고시엔(甲子園)에서 열리는 경기는 '없다'.


3) 경기 속과 밖의 모습

※ 상당수는 우리나라와 유사한 모습이 많다. 한 번 비교 해 보자. 워낙 긴 역사를 가진 대회이므로 여러 특징이 있지만 눈에 띄는 것 위주로 살펴보았다.


경기 시작 전 양 팀의 선수들이 더그 아웃 앞에 대기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후 나오라는 싸인을 받으면 일제히 소리를 지르면서 양 선수가 관중들의 우뢰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심판 앞에 일렬로 서 있는다. 그리고 홈플레이트 중심으로 각각 좌 우에 일렬로 서 서로를 바라보며 45도로 인사한다. 이 때 심판은 홈플레이트 뒤에 양 팀 선수들 줄 사이에 서서 선수들 인사 할 때 동시에 45도로 인사한다. 그 후 선수들과 심판들은 자신의 위치로 하나 둘 전력으로 뛰어간다.


경기 시작하는 동안 아이들은 걸어 다니지 않는다. 모두 본인이 가야 할 곳으로 뛰어 다닌다. 투수는 호흡관리 등의 문제로 걸을 것 같지만 가볍게라도 뛴다. 걸어 다니면서 진행하는 모습은 '거의' 없다. 이유는 하루에 여러 경기를 진행해야 하기에 최대한 시간을 줄여야 한다. 그래서 한 경기에 소요하는 시간이 연장전을 벌인 게임을 제외하면 평균 2시간 반 정도. 잘 체감이 안 간다면 고시엔(甲子園) 경기를 YOUTUBE에 검색어로 넣어 경기 아무거나 한 번 플레이 해 보자. 연장전 승부를 제외하면 실제 2시간 반 정도 수준의 경기가 대다수다.


실제 어느 팬이 동영상으로 경기 모습을 찍은 장면. 출처는 일본 YOUTUBE.


③ 이번 100회 대회에 승부치기(타이브레이크)를 도입했다.


④ 이 쯤에서 드는 의문점. 티켓 구매와 경기 취소. 우선 경기 취소는 첫 경기 성립 여부에 달렸다. 첫 경기에 강우 등으로 인해 5회 말까지 진행하지 못 한다면 그 티켓을 가지고 다음날 재입장이 가능하다. 환불 역시 원한다면 구입 당일에 한 해 가능하다. 단, 첫 경기가 성립한다면 (첫 경기 5회 말 종료 이후) 환불 또는 다음 날 그 표를 이용한 재 입장은 불가하다.

 그렇다면 티켓 구입은 어떻게 할까? 한 명이 최대 4장까지 가능하며 마지막 경기 4회 말 종료까지 구입 가능하다. 그런데 그 이후라도 고시엔 경기를 체험하고 싶다면? 이 때는 대회본부창구 가서 구입해야 한다. 티켓 구매는 예매도 가능하나 당일 현장 구매도 크게 어려움은 없는 편.

 그런데 티켓을 구하는데 몇 가지 변수가 존재한다. 우선 대회 개회일과 폐회일은 거의 매진이다. 이 때 경기를 보고 싶으면 예매하거나 일찍 가서 표를 구하는 것이 좋겠다. 또 하나는 인기 고교팀이 출전하는 경기. 최근 아마추어 야구가 다소 풀이 꺾인 우리 입장에서 인기 고교팀이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그러나 이 대회에 우승 가능성이 높거나 고시엔 무대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고등학교 야구 팀이 벌이는 경기는 구름 관중이 몰린다. 그래서 이 날의 경기장 관중석은 마치 프로야구 경기장 같다.

 하지만 같은 대회의 경기라도 관중석이 비교적 한산한 경기, 관중이 적게 몰리는 시간대의 경기는 있기 마련. 일본도 대회가 열리는 8월 이 시기 뜨겁고 더운 여름이다. 특히 한창 더울 시간인 오후 12 ~ 4시는 악명높은데, 이 시간대의 경기가 전반적으로 관중이 없는 편.


⑤ 승패가 갈리면 이긴 팀과 패한 팀은 다시 경기 시작 전과 같이 홈플레이트를 중심으로 선수들은 일렬로 선다. 홈플레이트 뒷쪽으로 심판은 서 있는다. 인사와 동시에 경기가 끝났음을 알리는 사이렌이 크게 울린다. 서로에게 인사를 마치면 언제 날을 세워 싸웠냐는 듯 서로 껴안고 격려도 하고 위로도 한다.

 이 후 각각 1루, 3루측 관중석으로 달려가 모두 일렬로 서서 양측 관중석에게 인사한다. 이 다음이 외국인의 시선에서 보았을 때 가장 잔인(?)한데, 경기에 승리한 학교의 교가가 나오면 이 교가를 경기에 이긴 학교의 선수들이 일렬로 홈플레이트 뒤에 서서 부른다. 패한 팀 고등학교는 자기 팀이 사용했던 더그 아웃 앞에 일렬로 서서 이긴 팀의 교가를 일부 학생들은 '울면서(?!)' 듣는다.

 교가를 부르는 아이들의 태도는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8회 공격 때 하는 육성응원처럼 상체를 '뒤로 제껴가면서' 교가를 부르는 학교가 있다. 물론 보통 보는 차렷 자세로 노래를 부르는 학교도 있다. 하지만 뭔가 군인의 느낌이 나는 것은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부분. 그래서 다소 비장한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출처는 YOUTUBE의 ymasaru100. 승리팀의 교가를 부르는 모습을 방송에서 따 온 장면.


⑥ 대회를 경험 해 본 프로야구 선수보다 이 대회를 경험 해 보지 못 한 프로야구 선수들이 더 많다. 1부에서 언급했지만, 대회 진출을 위해 '살인적인' 경쟁을 뚫어야 하며 어느정도 대진 운도 따라줘야 한다. 물론 지역마다 경쟁의 강도 차이는 있기 때문에 모두 같다고 할 수는 없으나 연속 대회 출전이 대단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이 때문. 미국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에서 대 활약을 한 천하의 이치로(ICHIRO)도 고등학교 재학시절 결국 고시엔 대회는 뛰어 보지 못 했다.


⑦ 모두 살인적인 경쟁을 뚫고 올라오니 독특한 기록을 매년 한다. 대회 홈 페이지를 방문하면 각 지역별 출전 학교 이름 옆에 (몇 년 만에 출장, 몇 회 출장)이라고 달아놓는다. 잘 살펴보면 첫 출장하는 학교, 거의 20~30년만에 진출의 감격을 누리는 학교, 연속 출장 학교 (3년 연속 출장 등)와 같이 상당히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그래서 학교가 몇 번 출장했는지 살펴보면 잘 모르는 팬들이 보더라도 그 지역 내에서 명문인지 아닌지 어느정도 가늠 할 수 있다. 이번 100회 대회에는 35년만에 출장한 학교가 있는 반면 12년 연속 출장에 성공한 학교도 있다. 첫 출장에 성공한 학교는 6개교.  


출처는 한신고시엔 구장 공식 홈페이지. 이렇게 각 지역별로 어느 학교가 몇 년만에 통산 몇 번 출전을 했는지 알려준다. 고시엔 대회가 만든 독특한 기록 문화 중 하나.


 올 해도 탄생한 마귀의 희생양


 아무튼 이 독특한 성격의 대회로 말미암아 나타난 마귀는 두 가지 단어를 만들고 100년간 유지했다. 하나는 '투혼'. 이 대회를 동영상이나 현장에서 본 사람이 있다면 그라운드에서 뛰는 아이들, 관중석에서 응원하는 아이들 모두 죽기살기다. 응원석은 논외로 하더라도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의 투혼을 대표하는 장면 중 하나는 타자주자의 1루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


 왜 그럴까? 바로 최근 우리나라 프로야구 해설자들이 자주 이야기 하는 부분인 것과 동시에 실제 통계에도 나왔기 때문. '1루 슬라이딩은 실제 큰 효율이 없다. 오히려 뛰어서 들어가는 것 보다 느리고 부상의 위험이 더 높다'는 것. 그런데 경기를 보면 약속이라도 한 것 처럼 1루 슬라이딩이 매 경기 거의 한 번 나온다. 분명 그것이 큰 효율이 없다는 것을 선수들이 체감상으로라도 더 잘 알텐데, 전통처럼 이 장면이 나온다. 마치 2차 대전 자살 특공대인 카미카제(神風) 특공대같다. 아래 동영상의 3분부터 보면 고시엔 대회의 타자주자의 슬라이딩이 마치 어린 아이들의 투혼의 상징 중 하나라는 느낌이다.


2016년 감동의 열투고시엔이라는 테마 동영상. 출처는 일본 YOUTUBE의 のユーチューバー無名  


 하지만 이 마귀가 만든 '투혼'이라는 단어 뒤에 도사리고 있는 더 무서운 단어는 '혹사'다. 이 대회가 가지고 있는 운영상의 특징으로 인하여 매년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이자 화두다. 올 해는 조용하게 지나갈까 싶었는데 역시 그렇지 않았다.


 올 해 그 마귀의 희생양은 대회 준우승팀 아키타현(秋田県)의 카나아시농고(金足農高)의 2학년 요시다 (吉田) 투수. 포털 스포츠란을 유심히 본 팬이라면 아마 누군지 어렴풋하게 기억 날 것이다. 이 선수는 예상한대로 지역대회부터 매 게임 출장하였다. 안타깝게도 자세한 지역대회의 투구수는 찾지 못 했지만 등판일지는 꽤 상세하게 나왔다. 투구수는 아래 표를 참고하자.


출처는 '2주간 881구' 사람 잡는 고시엔 혹사, 日 야구 우려 - OSEN의 내용 재구성


 눈짐작으로 보아도 '어마어마하게' 등판하였다. 요시다 선수는 한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지역 대회부터 무려 1,500개를 넘게 던진 것이다. 지역예선 646개, 고시엔 대회 881개. 이 말이 어울릴지 모르겠지만 좋은 표현으로 대회 고시엔 대회 준우승까지 이루었으니 아쉽지만 '원 없이' 던져 '한 풀이' 한 셈이다. 허나 요시다 선수는 계속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프로구단들 모두 내년 고시엔 대회에 나오는 이 투수를 눈여겨 보려한다. 이번 대회를 통해 즉시 전력감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런데 몸이 재산인 이 선수는 아직 성년의 날도 보내지 않았다. 다시 말해 다 자라지도 않은 몸인데 '부상'이라는 위험을 껴 안고 대회 내내 견딘 것이다. 혹사로 인한 폐해를 찾는 것은 여러 사례를 통해 드러나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실, 일상 생활에서도 찾을 수 있다. 흔한 예로, 일반 회사원이 제때 쉬지 못 하고 계속 일을 하면 과로사라는 끔찍한 결과를 낳는다.

 야구 선수도 마찬가지다. 물론 과로사를 죽지는 않지만 선수로서 좋은 활약을 펼치지 못 하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일. 요시다 선수는 아직까지는 대회 준우승에 취해 피로를 모를 것이다. 그러나 이 피로는 쌓이고 쌓여 돌이키기 힘든 결과를 낳는다. 이미 수 많은 야구 선배 선수들이 그런 사례를 만들었다. 아래 표는 90회 고시엔 이후 이 대회에서 650개 이상 던진 투수들을 모은 기록이다. 표를 잘 살펴보면, 우리 팬들이 한 번이라도 들어 보았던 선수 이름도 보일 것이다. 상당수의 어린 선수들이 자신, 학교, 지역, 그리고 동료들을 위해 마귀의 제단에 올랐지만 안타까운 경우를 많이 보았고 또는 진행 중이다.  


출처는 '2주간 881구' 사람 잡는 고시엔 혹사, 日 야구 우려 - OSEN의 표를 재구성.


 한 번 예를 들어보자. 표를 잘 보면 삼성의 한기주처럼 특급 유망주 대우를 받았던 츠지우치라는 투수가 있다. 이 선수도 고시엔 대회 등을 통해 프로 즉시 전력감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 하지만 아마추어 시절 너무나도 심한 혹사를 당하여 그는 프로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못 했다. 다시 '그 공'을 살려보기 위해 구단과 본인이 여러 해를 2군에서 재활에 매달렸지만 구속은 올라오지 않았고 볼 끝은 죽어버렸다. 결국 기나긴 재활은 하였지만 돌아오지 않는 공에 미련을 접기로 결심하고 은퇴 후 선수 시절에 비하면 평범한 생활을 하고 있다.


 혹사 때문에 마운드를 내려와 포지션을 바꿔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히후미 신타로'라는 선수는 고교 시절 투수였지만 결국 어깨 통증을 견디지 못 해 프로에서 타자로 전향한 케이스. 결국, 혹사를 통해 비교적 어린 나이에 명성을 얻을 수 있지만, 선수 생명 중 일정한 기간을 재활, 수술로 '맞바꿔야' 하는 것도 인지해야 하는 점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이 사례는 우리나라도 수 없이 많다. 그 중 한가지는 이제는 고인이 된 故 최동원 투수. 그도 어마어마한 철완임을 과시했다. 특히 84년 한국시리즈 4승은 그가 어떤 선수인지 상징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닳아 없어지지 않을 것 같은 그의 어깨도 결국 쉬지 않고 계속 나오는 바람에 급격하게 노쇠화가 찾아왔다. 물론 복합적인 상황이 있었지만, 마지막 삼성 시절에 보여준 그의 공은 그가 정말 우리가 보았던 최동원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수준이었다. 혹사를 정당화 하지 않지만, 그나마 프로 마운드에서 던질 수 있었던 한기주 선수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

 이 밖에 최근에는 대회 규정상의 문제점도 수면위로 올라오고 있다. 그 예로 한창 뜨거운 8월 대낮에 열리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버티기 힘든데 스케줄 조정을 고려해야 하지 않는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또 한 가지는 오전부터 오후까지 여러 경기가 열리기 때문에 일정에 속도를 올리기가 힘들다는 점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 내리고 있는 것. 그래서 일부 경기는 다른 구장에서 할 수 있도록 조정하자는 의견도 올라오고 있다. 이 때문에 혹자는 고시엔 대회를 '아동성애자들이 보는 대회'라는 평도 서슴치 않는 것이 현실이다.

 

(3부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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