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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Apr 02. 2024

나는 초록입니다.

'나는 누구인가' 질문에 대한 대답

2024.4.2 화


초록은 두 가지 뜻이 있다.

1) 초록 (草綠) : 파랑과 노랑의 중간색. 또는 그런 색의 물감

2) 초록 (抄錄) : 필요한 부분만을 뽑아서 적음. 또는 그런 기록.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을 떠올렸을 때, 이 단어가 떠올랐다. 


 우선 스스로를 초록인간이라 생각한다. 사계절 중 겨울이 제일 힘들다. 추위를 견디기 힘들어하기도 하고, 뭔가 에너지가 빠지는 느낌이다. 밤 사이 자주 깨는 편인데, 유난히 길게 느껴지기도 한다. 지금처럼 봄이 되면 대지가 깨어나고 여기저기서 꽃망울을 터뜨리면, 매일이 즐겁다.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식물들을 보는 것이 소소한 기쁨이다. 내가 유난히 겨울을 힘들어한다는 걸 알게 된 건, 결혼하고 육아할 때부터였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아는 건, 나를 잘 데리고 살아가는데 중요한 부분이다. 눈을 뜨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강가로 산책을 나간다. 그건 나에게 좋은 걸 선물하기 위함이다. 하루 중 가장 먼저 하는 일과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나는 일이라면 얼마나 즐거운가.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는다. 


 요즘 자주 깨는 편이다. 어제는 밤 10시 30분 즈음 잠들었는데 12시에 1차 깨고, 새벽 1시, 2시, 3시.... 1시간 간격으로 몇 번이나 깼다. 깊게 잠들지 못한 상태로 눈을 감고 있다가 5시 30분에 일어났다. 잠시 고민 후 옷을 갈아입고 이어폰을 챙겨 들고 밖으로 나왔다. 머릿속에 선명하게 떠오른 건 '초록이들을 만나면 에너지를 받을 수 있겠지.'였다. 떠오르는 해를 느끼면서, 피어나는 꽃들을 만나니 기분 전환이 되었다. 집에 있었다면 어땠을까. 몸은 더 쉴 수 있었겠지만, 기분은 더 가라앉았을지도 모른다.


나는 파랑과 노랑 사이 중간, 초록 인간이다.

가끔 광합성을 하는 게 아닐까 착각할 때가 있을 정도로,


두 번째 초록은 논문을 쓰면서 만난 단어이다. 논문의 주제와 연구내용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간략하게 정리된 글이다. 긴 호흡의 논문이라는 글을 작성하기 힘들었다. 대학원 4학기 만에 끝내는데 실패했다. 논문이 버거웠기 때문이다. 결국 수료 후 1학기를 더학고 5학기까지 해서 마쳤다. 나는 연구자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긴 논문보다는 간략하게 정리된 글을 더 선호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지금 쓰는 글처럼 말이다.


그럼 내가 아는 걸 간략하게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인가. 

요즘은 이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 담백하고 깔끔하게 전달하는 말을 구사하고 싶다. 상대에게 가닿을 수 있게 말하고 싶다.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나는 한동안

'초록'으로 살아가며 '초록'을 지향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하고 싶다.





사진출처 : Pixabay로부터 입수된 snibl111님의 이미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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