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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Apr 18. 2024

따뜻한 호기심

그리고 유머

2024.4.18 목


호기심(好奇心)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마음.(출처 : 네이버 사전)


수요일 저녁 8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는 NVC(비폭력대화) 연습모임이 있는 날이다. 첫 시작은 NVC로 했지만, 현재는 책읽기 모임과 연습모임 중간즈음의 포지션이다. 그래서 난 좋다. 친밀함을 쌓은 분들과 책에 대해서 깊게 나눌 수 있다. 한 주에 한 권을 읽는 게 아니라, 한 장씩 꼭꼭 씹어 읽는다. 이 또한 현재의 나에게 맞다. 과거에는 어떻게 하루에 몇 권을 읽었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때는 여러 출판사 리뷰단을 하면서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그때만큼 책을 다시 많이 읽을 수 없을까? 스스로에게 질문해 보면 '없다'라고 할거 같다.


그때의 '나'는 출판사, 책, 블로그 이 영역들에 호기심이 많았더랬다.


 지금은? '사람'에게 호기심이 많구나. 그래서 상담을 하고 있나 보다. 예전에는 상처받을 거 같아서 미리 멀리했었더랬다. 그러니 연애 경험도 거의 없는 상태에서 결혼으로 이어졌지. 사람도 많이 만나는 편은 아니었고. 20대에도 도서관 서가를 더 좋아했었더랬다. 그러다 미술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조금 달라졌다. '사람과 만나서 즐거울 수 있구나' 깨달은 순간부터였나 보다. 호기심과 즐거움은 가까이 있는 단어들인가 보다. 나에겐 그렇다.


식물, 초록이들은 평생 호기심이 많은 영역이다.


어제 연습모임에서 함께 책을 읽다가 한 멤버언니가 이 말을 했다.

"나는 유머가 있는 사람이 좋더라. 적재적소에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 있는 사람이고. 따뜻한 호기심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느껴져."


'따뜻한 호기심'이란 단어가 와닿았다. 호기심이 사람을 향한다는 말이고, 이는 곧 상대에 대한 관찰로 이어질 것이다. 이 상황, 그 대상을 잘 파악하지 못했는데 순간적으로 유머가 튀어나올 수 있을까.


하여튼 유머가 거의 없는 나 같은 입장에서 그들은 신기한 존재들이다. 그럼 나에겐 뭐가 부족해서 유머가 없는 걸까. 이런 생각으로까지 이어졌다. 일단 순발력이 떨어진다. 유머는 타이밍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난 사람들 대화를 파악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는 편이다. 뭔가 건너뛰고 이야기하면 못 따라간다. 눈치껏 파악해야 하는 부분이 있는데, 어쩌면 그건 '넘겨짚기'가 아닐까. 난 이게 안된다. '넘겨짚기'.


난 정확한 게 좋다. 그래서 상대에게 질문을 한다. '정확하고 따뜻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내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내가 말하면 상대에게 내가 뜻하는 대로 정확하게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고, 상대의 말로 정확하게 알아듣기를 원한다. 그래서 '넘겨짚기'가 힘든가 보다.


-넘겨짚다 : 남의 생각이나 행동에 대하여 뚜렷한 근거 없이 짐작으로 판단하다.

-정확하다 : 바르고 확실하다.


나에겐 짐작하고 판단하는 것이 어렵나 보다. 그래서 바르고 확실한 게 좋다. 그런데 인간사 어디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일인가. 남편은 이런 나에게 "참, 피곤하게 산다."라는 피드백을 했지만, 상담에서는 그리 나쁜 태도 같진 않다. 어디에선 그림자이지만 어디에선 반짝임이 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가끔 사람을 관찰하다가 '평가'로 이어질 때가 있다.

오늘 내가 들은 평가는 머릿속을 계속 맴돌게 만드는 단어들이었다. '다루기 쉬운(?)'이라는 단어가 목에 가시처럼 켁 걸렸는데, 상대에게 불편한 단어라고 전달했다. 그랬더니 회사 직원일 경우, '정확한 지시를 내린다면 집중력 있게 성과를 잘 낼 거 같은'이라는 부연 설명을 들었다. 어떤 의미인지 전달이 되었다. 이해가 되면 넘어가는 편이다. 하지만 그 단어는 어떤 상황이냐에 따라서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넘겨짚기'가 잘 되지 않고 '정확한 따뜻함'을 추구하는 나는 그럼 앞으로 다른 이들에게 어떻게 할지 생각해 보았다. 심리검사 해석을 할 때 더 조심해야겠다는 생각도 올라왔다. 나는 검사 결과를 보고 설명한다고 하지만, 듣는 사람에 입장에서는 평가당하고 있고, 읽힌다는 느낌이 나쁠 수도 있겠다는 그런 느낌. 좋고 나쁘고는 한 끗 차이라 생각한다. 심리검사 결과를 통해 나에 대해서 더 알게 되어 좋다고 생각하면 긍정적인 측면이 부각된 것일 테고, 그 검사가 뭔데 나를 판단하냐는 생각이 들면 나쁜 거다. 같은 상황이라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


그럼 사람에 대한 호기심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이 온다.

일단 상대를 향한 따뜻한 관심이 출발점이었다.


상대를 향한 따뜻한 관심->관찰->순발력 있는 피드백

이 과정에서 유머가 어디 즈음 있는 게 아닐까.


이렇게 혼자 분석할 만큼, 유머는 나에게 어려운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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