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어떨까
2024.5.27 월
월, 금 오전 9시 20분부터 10시까지 상담센터 사례회의를 한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케이스 중 담당 상담사가 고민이 되는 부분에 도움을 받는다. 슈퍼바이저 선생님께서는 가끔 나에게 물으신다.
"그래서 선생님이 어떠신가요?"
다른 선생님들 사례는 그 상담 내용, 앞으로 진행방향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신다. 하지만 나에게는 주로 내가 무얼 느끼는지 물으신다. 내가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경험하고 있는지 묻는다.
가끔 상담사가 너무 빠르다는 피드백도 받는다. 직관형(MBTI 성격 유형 중 감각형:S와 대비되어 쓰임)인 나는 건너뛰기를 많이 하는 편이다. 방향이 보여서, 그쪽으로 가다 보면 세세한 걸 놓치는 경우가 많다. 머리가 먼저 가 있고 몸이 나중에 따라오는 격이다. 선생님께서는 상담의 방향은 잡았지만 상담사인 내가 따라가고 있는지를 물으시는 거 아닌가 싶다. 상담사가 아무리 알아차린다 한들, 눈앞의 내담자분과 접촉이 되지 않으면 그게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그렇지 않을까. 지금 친한 동료선생님이 있다. 작년 처음 만났을 때 우리는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 선생님의 어떤 행동이 내 눈에 계속 거슬렸다. 신경이 쓰였다. 계속 내 마음을 들여다보면서 꺠달았다. 나의 어떤 모습과 맞닿아 있어서 '저 선생님이 지금 얼마나 불편한가' 내가 느껴졌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했던 것이다. 이 과정이 순식간에 일어나서 내 마음을 자세히 알지 못하고, 불편한 감정만 느꼈더랬다. 지금은 센터 내에서 그 누구보다 친하다. 봄에 등나무에 꽃이 피면 중간에 나가서 단팥죽을 먹으며 꽃이 함께 취해서 오기도 하는 분이 되었다. 우리는 앞으로 상담을 하면서 의지하며 살게 될 거 같다.
그 분과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내가 표현했기 때문이다.
"선생님, 솔직히 저는 선생님이 좀 불편해요." 이렇게 이야기도 했고 말을 하면서 내가 뭘 느끼고 있는지 더 생각하게 되었다. 다행히 그 선생님이 무엇이 불편한지 물었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있는 그 사이 공간에서 무엇이 있는지 더 들여다보게 되었다. 그랬다. 표현과 대화가 우리는 더 친밀하게 만들었다. 또 한 가지,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매주 하루는 9시부터 6시까지 같이 있으면서 서로를 관찰하니까 시간이 흐르면서 더 잘 알게 된 것도 있다. 내 생각을 상대에게 책처럼 그대로 보여줄 수는 없지만, 표현할 수 있는 있는 거였다.
내 마음도 책처럼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슈퍼바이저 선생님께서 나에게 질문하시는 건, 이런 게 아닐까.
우리가 자기 자신도 알아차리기 어려우니까, 내 마음의 책을 읽는 방식을 알려주시려고.
상담사인 우리가 해봐야, 앞으로 우리가 만날 내담자분들에게도 전해지지 않을까.
상담센터 출근 전,
떠오른 생각들을 정리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