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습작노트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스타티스 May 28. 2024

예상되는 좌절

2024.5.28 화


화요일, 목요일 아침에 눈을 뜬다.

'아, 운동가는 날이구나!' 침대에서 더 일어나기 싫어진다. 새벽 5시경 눈을 떴다가 다시 잠들었다. 6시에 또 눈을 뜬다. 6시 30분에는 일어나야지, 아이들 아침을 챙겨주고 씻고 나갈 수 있다. 최대한 미뤄본다. 겨울에는 눈뜨자마자 강가에 산책을 하러 나갔었다. 신기하게 난 여름이 될수록 아침이 더 힘들다. 오늘도 그랬다.


겨우 씻고, 7시 50분 집을 나섰다. 작년부터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 몸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더 잘 알게 되었다. 진짜 진짜 몸이 뻣뻣한 편이다. 스트레칭하면서 무릎을 펴는 것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필라테스를 하게 된 계기는 그야말로 살려고, 치료 목적이 짙었다. 노트북을 오랫동안 사용하다 보니, 자세가 경직되어서 통증이 있었다. 단골한의원에 가서 침을 맞고 와야지 일상이 가능했다. 선생님은 그러셨다. "신체나이는 60대예요. 어떻게 몸이 이럴 때까지 둘 수 있는 거죠?" 매번 혼나고 왔더랬다. 이제는 조금 더 나를 돌보고자 하는 마음에 운동을 시작했다.


하기 싫었고, 힘들었다. 여러 가지로 좌절을 경험했다.


첫째, 무슨 말인지 알아들 수 없었다.

어깨를 펴라는데, 도대체 나는 폈는데 뭘 더 하라는지 몰랐다. 다리를 어깨너비로 하고 한쪽 다리를 그대로 기구 위에 올리고 몸통은 정중앙에 두라는데, 가능한 건가 싶었다.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 더군다나 담당 선생님은 설명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다. 신체감각이 떨어지는 나는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평소에도 어느 정도 아는 영역도 이해가 되어야 행동할 수 있는데, 무슨 말을 하는지. 다른 세계에 있는 사람 같았다. 그만두려고 하다가, 일단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자고 마음먹었다. 중간에 수술했을 때, 아플 때 쉬기는 했지만 이제는 화, 목 고정된 시간에 가게 되었다.


둘째, 내 몸에 대해 실망했다.

처음에는 '나만 안 되는 건가?' 분명히 어려운 동작이 아는 거 같은데, 왜 왜 안 되는 거지? 운동을 하는데, 자책으로 이어졌다. 그러니까 그룹 수업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내가 따라갈 수 있는 걸까? '남들'과 비교하고 있었다. 내가 신체적으로 열등한 인간으로 느껴졌다. 그때 그만두었다면 난 나를 열등하다고 정의했을 것이다. 이제는 운동을 하는 나만의 이유를 알게 되었다. 병원 대신 필라테스에 간다. 주 2회 갔다 오고 나서 한의원에 발길을 뚝 끊게 되었다. 나에게는 운동이 아니라 치료 목적이었다. 지금은 한창 보고서 쓰고 필라테스하러 가면 어디가 안 좋은지 느껴진다. 그리고 어느 쪽 근육이 더 짧은지, 골반이 어디 쪽으로 틀어졌는지, 오른쪽 다리는 버티지만, 왼쪽다리는 버티기 힘들어하는 등 내 몸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되었다.


셋째,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올라왔다.

TCI 자극추구가 높은 나는 흥미가 떨어지면, 영향을 받는다. 타고난 기질적인 부분이니 누굴 탓할 수도 없고 잘 받아들일 수밖에. 예전엔 나의 기질을 잘 몰랐더랬다. 그래서 전공도 여러 번 바꾸고, 직업도 그랬다. 적응하기 전에 그만둔 것도 있고, 적응 실컷하고 나면 떠나온 영역도 있었다. 이제는 그러지 않으리라 마음먹고 상담분야를 선택했다. 사람은 나선형 구조로 성장한다고 하지 않는가. 좋아지다 나빠졌다가 다시 좋아졌다가를 반복하겠지. 예전에는 분명 열심히 하는데 왜 힘든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필라테스는 몸이 따라가지 못하니, 열심히 하기도 힘들었다. 쥐어짜 내도 그 동작을 할 수가 없다. 효능감을 느끼며 잘하는 영역도 떠나왔는데, 하물며 못하는 영역이라니. 자주 그만두고 싶었다. '못하는 나'를 만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하리라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계속 가는 걸 선택했다. 오늘 아침 운동도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만두고 싶지는 않아 졌다. 몸이 훨씬 좋아지는 게 느껴지니 말이다.


나에게 운동은 그랬다.

예상되는 좌절을 하나씩 마주하면서, 다른 선택을 하게 해 준 실험실이었다.

운동하는 중간에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현타 오는 지점들이 있다. 이제는 '죽을 때까지 예쁘게 살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다. 그 목표를 떠올리며 버텨낸다. 좌절을 마주하며 만나게 된 열매이다.


내일모레 아침에도 필라테스 학원에 가있겠지.

아마도 그럴 것이다.


또 좌절하는 '나'를 만나겠지만,

그 다음 넘어선 '나'도 만나게 된다는 걸

이제는 알기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