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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타티스 Dec 06. 2024

예민과 민감사이

HSP로 살아가는 것에 대하여

2024.12.6 금


 어릴 적 나는 내가 낯설었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 잠들려고 자리에 누우면 시계분침 초침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렸다. 9시에 누워서 시계소리만 듣다가 12시 넘긴 적도 많았다. 불면증의 시작이었나. 그 후로 한참 동안 잠드는 건 나에게 고통이었다.


과거에 비하면 지금은 잘 자는 편(?)이다. 일단 노이즈캔슬링 무선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입에는 수면테이프를 붙이고, 수면안대를 하고 잔다.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아주 예민한.


 남들은 그렇지 않은데, 나는 그렇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아니 내가 그런 사람인지도 몰랐다. 청소년기는 우울모드로 지냈었고, 생각해 보면 산후 우울증도 그 기반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러다 상담을 공부하며 알게 되었다. 나는 잘 알아차리는 사람이었다. 어떤 분야에서는 곰처럼 무딘데, 어떤 부분에서는 아주 발달한 어떠한 감각이 있다.


이제야 내가 타고난 기능을 잘 활용할 수 있는 준비가 되었다. 상담실 문이 탁 닫히면, 이 감각은 잘 기능한다. 어떤 면에서는 가끔 앞서가서 문제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는 그래서 방향을 잘 찾아가기도 했다. 물론 항상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지만.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자주 들었던 말이었다.

“예민하네.” 남편한테도 자주 들었던 말.


예민하다는 건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였었는데, 이제는 다르게 느끼고 있다. 오늘은 국어사전을 찾아봤다.


예민하다.

형용사

1. 무언가를 느끼는 능력이나 분석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빠르고 뛰어나다.

2. 자극에 대한 반응이나 감각이 지나치게 날카롭다.

3. 어떤 문제의 성격이 여러 사람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중대하고 그 처리에 많은 갈등이 있는 상태다.


문득 비슷한 단어는 뭐가 있을까 생각해 봤다. 과민, 민감 등의 단어가 떠올라서 추가로 찾아봤다.


과민은 지나치게 예민한 것이고, 민감은 자극에 빠르게 반응을 보이거나 쉽게 영향을 받는 것이었다.


나는 예민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과민하고, 어떤 때는 민감했었네.


상담할 때는 예민하다 1번 뜻으로 기능했으면 좋겠다. 어제오늘은 민감했었나 보다. 주변에 쉽게 영향을 받았다. 최근 며칠은 무슨 정신으로 살았나 싶기도 하다.


나처럼 민감한 사람들(HSP)은 요 며칠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어둠도 영향을 빨리 받지만, 기쁨에도 민감하다. 오늘 내 친구들이 즐거운 시간을 사진으로 영상으로 공유해 주었다. 무거운 마음에 구름이 걷히는 기분이었다.


그래, 그림자가 있으면 빛도 있는 법이다.


이렇게 나를 알아차릴 수 있는 것도, 예민과 민감 사이를 걷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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