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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전화

by 스타티스

2025.7.16 수


오늘 나의 작업실

“자기야, 나는 오늘 오전에 소논문계획서 쓰다가, 오후에 00 대학교 상담실 집중슈퍼비전 갔다 올게.”


아침에 카톡을 보냈다.

그리고 1시간을 달려 00 대학교 근처 찜해둔 카페로 이동하는 중이었다. 가끔 운전하다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지면 내비게이션 소리를 잘 안 들릴 때가 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속도위반 카메라를 막 지나간 순간, 내비게이션을 보니 규정속도를 훌쩍 넘어있었다.


남편에게 미리 이실직고했다.


“자기야,

00 대쪽에 미리 와서 논문 쫌 쓰려고 일찍 왔는데

논문 주제 골똘히 생각하다가

속도위반 하나 끊긴 거 같아요.

미안해요. “


남편의 대답. “거참”


사실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종종 남편 앞으로 속도위반 고지서가 날아간다.

^^;;;;;;


오후 5시가 넘어 집에 오는 도중에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조심해서 달려! “라고 시작했지만, 사실은 차에 이상이 감지되어서 그 부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내용이었다.


남편은 “걱정돼.”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슈퍼 대문자 T인 그는 항상 해결방법을 생각한다. 일단 수리해서 탈 수 있으면 타고, 정 안되면 남편 차를 일단 타기로 했다. 그리고 차의 ‘이상’ 부분에 대해서 더 자세히 관찰해서 이야기해 달라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는데, 내 얼굴에 미소가 지어지는 게 느껴졌다. 남편은 나를 잘 아는 편이다. 과거 축척된 시간들은 헛되지 않았다. 나는 MBTI유형의 N극단값이라서 세세한 부분에 진짜 약하다. 남편은 알고 있다. 나는 항상 두리뭉실하다는 걸 말이다.


그래서 콕 집어서 이야기하는 것이다.


뭔가 편안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둘째 수학 공부에 대한 의논을 나누었다. 우리 부부는 일단 아이들이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주의다. 하지만 본인이 하고 싶다고 하면, 그건 지원해 준다.


첫째도 본인이 선택한 길을 가는데 우리가 도와주고 있다. 하지만 둘째는 기질이 다르다. 한 학기 또 마음고생하다가 담임선생님과 전화 상담을 신청했다.


“어머님, 00 이는 공부를 좀 하는 학교를 보내는 게 나을 거 같아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난 아이가 하기 싫다고 하면, 더 권하지 않는다. 선택에 대한 결과는 스스로가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지금까지 특별히 공부에 대해 권유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관점이 달라졌다.


눈높이에서 방학 때 올림피아드를 하는데 나가기로 했다. 처음엔 한다고 하더니, 힘들었는지 수학은 안 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이 부분을 남편과 의논했더니 그런다.

“그럼 00 이가 좋아하는 걸 해주고, 혹시 수학공부 계속하고 싶은지 물어볼래?”


아이와 저녁 먹으면서, 혹시 물놀이를 가면 수학 올림피아드 나갈 건지 물었다. 조금 고민하더니, 하겠다고 한다.


덕분에 나도 물놀이가게 되었네.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다.


주말가족이라 평일에 전화는 참 반갑다.


그에 대한 일상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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