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축구경기가 끝난 뒤, 한 인터뷰어가 그날의 MVP에게 물었다. “오늘 좋은 경기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어떻게 하면 그렇게 축구를 잘할 수 있나요?” 그러자 돌아오는 대답. ”오늘 좋은 경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엄마가 나를 많이 사랑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축구를 잘하는 것에 이유가 있다면 그건 다 엄마의 사랑 덕분입니다.”
축구를 잘하는 것과 엄마가 나를 사랑해 준다는 것, 이 둘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엄마가 축구를 잘할 수 있게 아침마다 삼계탕을 만들어 주었나. 밥을 잘 챙겨주는 것과 축구를 잘하는 것의 연관성은 얼마나 될까. 아무리 생각해도 ‘엄마의 사랑’과 ‘축구 실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에 가려고 하는데 문득 주방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들, 밥 먹으러 나와!“ 주섬주섬 밥을 먹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눈 뒤, 배가 든든해진 나의 등굣길은 가벼웠다. 생각해 보니 엄마는 내가 고등학교 때도 아침을 먹이기 위해 김밥을 싸주거나 빵과 계란, 햄을 구워 토스트를 만들어 주곤 했다. 아침을 먹어야 머리가 잘 돌아간다며, 그래야 공부를 하든 친구들이랑 놀든 재밌게 살 수 있을 것이라고 그랬다. 내 성적이야 어떻든, 아마도 내게 ”어떻게 그렇게 공부를 잘할 수 있냐”고 묻는다면 “엄마의 사랑 때문입니다!”라고 대답할 준비가 된 셈이었다.
생각해 보니 엄마는 내가 초등학교 때 50점짜리 시험지를 가지고 왔을 때, 천재 아들이라고 불러주었다. 반만 해도 잘하는 거라고, 중간만 해도 괜찮은 거라고, 누군가는 중간을 해줘야 1등도 만들어 주고 박수도 쳐줄 수 있는 거라고 그랬다. 그 이후로 나는 쭉 50점짜리 시험지를 가지고 와 엄마에게 자랑을 했다. 얼마나 자랑을 하고 싶었는지 시험지를 가방에도 넣지 않고 손으로 직접 쥐고 집으로 한걸음에 달려왔던 기억이 난다.
어떤 일을 할 때 자신감이 있고 없고는 큰 차이가 난다. 글을 쓰거나 책을 만들거나 사람을 대하거나 심지어 그 일이 전문적인 일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다. 아주 가끔 때로는 전문성도 없고 재주가 없어도 자신감만으로도 일이 해결될 때가 있다(?). 물론 매번 그래서는 안 되겠지만. 책을 만들고 글을 만질 때도 자신감이 없으면 한 줄 이상을 치고 나가지 못한다. 그 자리에 그 문장에 같은 곳에 머물러 빙빙 돌며 시간을 보낸다. 자신감의 부재는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고 의심해 결국 앞을 향해 걸어가지 못하게 만든다.
BTS나 봉준호, 손흥민, 제이 팍 정도의 상위 1% 실력을 가진 인생이 아니라면, 실력은 아마도 비슷비슷하지 않겠는가. 내게 없는 실력을 급격하게 키울 수는 없어도, 적어도 자신감 하나는 가지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