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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가을 탓 Sep 19. 2016

사랑을 하는데도 외롭다는 것

외로움은 익숙함마저 부재

가끔 친구이게서 이런 말을 듣는다

"나 사랑을 하는데도 외로워. 말이돼?

이게 사랑일까?"


언뜻 들으면 참 일리가 있어 보이지만 이건 논리에 어긋난 말이다

사랑은 감정이고, 외로움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랑의 감정을 가지고 외로운 상태에 놓이기란 충분히 가능하다

슬픈 감정을 가지고 배고픈 상태에 놓이는 친지의 장례식장을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게 무슨 말인지 단번에 알 수 있다


사람은 외로움을 견디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둘로 나뉜다 이는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이라고 칭해도 무방하다

난 이 세상의 모든 사람을 그렇게 나누고 있다

그리고 사람은 사랑없이 살 수 없고, 외로움이 없는 곳은 절대 찾지 못한다

난 사랑과 외로움은 우리가 평생 안고 갈 감정,상태라고 확신한다


사랑을 하고 있다 가정해보자

우리는 사랑을 하면서 외로워한다

외로움은 절대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 이름과 우린 친구가 될 수 없다

슬픔은 기쁨으로 승화할 수 있지만, 외로움은 승화할 어떤 상태가 존재하지 않는다

외로움은 그냥 외로움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 외로움을 견디든가, 견디지 못하든가 둘 중 하나이다


그가 말한다

"나 오늘 일이 있어서 못 만날 것 같아. 이따 연락할게"

외로움을 견디는 사람은 생각한다

'무슨 일이지? 목소리가 안좋네.. 걱정되게'

외로움을 견딜 수 없는 사람은 생각한다

'내가 싫어졌나? 목소리가 왜이래..'


그 사람의 일을 그 사람의 일로 끝내는 것

그것이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자 외로움을 견디는

방법이다

그 사람의 일과 그 사람의 감정을 결부시키고, 또 그 사람의 감정과 나를 엮는 순간,

난 나를 자책하고, 그와 일어났던 모든 일을 끄집어내 후회하고, 내가 싫어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혼자인 시간을 견딜 수가 없게된다


사람은 싫은 사람과 단 둘이 남겨지는 걸 견디기 어려워하기 때문에,

싫어진 나 자신과 단 둘이 남겨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것이다


저녁이 되어서 연락이 없을 때,

외로움을 극복하는 사람은 본인의 일을 하다가 문득 문자를 보낸다

"많이 피곤하지? 일은 다 끝났어?"

하지만 그 반대의 사람은 친구에게 끊임없는 한풀이를 하다 혼자 집에 돌아와 분해한다

"연락한다며 왜 안해? 너 다른 사람이랑 있는 거 아니야?"


연애를 못하는 이유, 사랑을 못하는 이유는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는 이유, 나를 사랑하지 않는 이유로 대체된다

사랑을 하며 외로운 건 당연하다 외롭지 않은 곳은 없으니까

그치만 그 외로움이 상대의 탓은 아니다

아니, 상대가 해결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다

그건 나에게 처해진 상태이고, 따라서 내가 겪어내야할 것들이다


연애를 잘하는 방법에 대해 수없이 읽어보라

해결책은 없다

그를 사랑하는 만큼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찾아보자

가령 혼자 보는 슬픈 영화나, 비오는 날에 드라이브를 하는 것, 그것도 아니면 냉장고 깊숙이 쟁여논 기네스 한 병을 들고 노래를 듣는 일

지금 생각나는 그런 일들 누구든 하나씩 있잖아


내가 사랑하는 건 그가 아니어도 참 많은데

혼자만의 추억이 쌓이면서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되는 건데

우리는 참 혼자를 두려워한다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

그 자체를 너무 사랑하는 이유에서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와 함께 내가 사랑하는 일을 하는 행운은 주어지지 않는다

부모님도 나에게 그런 사랑은 주지 않으니까

그건 로또에 맞을 확률인걸


나만이 언제나 나와 함께하는 유일한 사람이다

영원한 사랑은

나 자신으로부터 오는 사랑,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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