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노파입니다.
요새 긴 글이 쓰기 싫어 스토리용으로 짧은 막글만 썼더니, 브런치에 소홀해졌습니다.
그래서 짧은 막글을 위한 '단상' 카테고리를 만들었습니다. 게으른 인간의 글쓰기 코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1. 놈팽이
오후에 호수 공원에 가서 책을 읽었다.
원래는 홍콩 카페에서 연유 커피를 마시며 보려고 했는데 점심에 이미 허용량 이상의 아아를 마셔버렸다.
마침 얇은 트렌치코트를 걸치고 나왔기에 망정이다.
트렌치코트는 놈팽이들의 교복이다.
옆 벤치에 앉은 할아버지도 짧은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놈팽이이기 때문이다.
세 개의 벤치에 세 명의 놈팽이가 나란히 앉아 각각 책을 읽고, 멍을 때리고, 극우 유튜버의 말을 들었다.
우리는 실직한 가장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둘은 너무 연로했고 하나는 직장 같은 건 가져본 적도 없게 생겼기 때문이다.
순도 100퍼센트의 놈팽이들이다.
기억할만한 오후였다.
#2. 면접
면접이 있어서 오랜만에 블라우스를 꺼내 입었다.
그러나 바지는 애착 바지를 입었다.
줌으로 하는 면접이기 때문이다.
이러고 앉아서 온갖 지적인 척, 고상한 척을 했다.
어쩐지 심사위원을 모욕하는 것 같았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