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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파에세이] 넌 겨울 산 가면 죽는단다

겨울, 지리산행

by NOPA



art_16402322693013_1f57f1.jpg?type=w1 지리산 / 출처: 뉴스 20

산을 잘 타는 친구에게 다음 주에 지리산에 간다고 했더니 겨울에 산에 갔다가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잠실 사는 김노인, 경북대 대학생 등등. 그들 모두 산을 아주 잘 타는 사람들이었다고 했다.


나도 몇 년 전엔 북한산을 자주 다녔다고 했더니 그건 산이 아니란다. 암벽 등반한다고 바위 위로 다니지만 않으면 죽을 일이 없는 산이라고.


문제는 겨울 산이라고 했다. 자신도 한 번 설악산에서 죽을 뻔한 이후론 겨울엔 산에 가지 않는다고 했다.

KakaoTalk_20250221_180125278_02.jpg?type=w1 역시 지리산 / 출처 : 월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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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겐 말을 안 했는데, 사실 나는 북한산에서도 죽을 뻔했다. 눈 오는 날도 아니고 비 오는 날에.


하늘이 내려주신 길치인 나는 거기서도 길을 잘못 들어 도마뱀처럼 바위 벼랑을 네발로 기어올라다녀야 했는데, 간신히 하산했더니 등산로 입구를 지키던 아저씨가 오늘 산에 가셨냐고, 놀란 눈으로 물었다.


비가 많이 내려 입산을 통제하고 있던 모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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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지리산은 영하 9도였다. 아직 겨울이다.


이 날씨에 지리산에 가면 북한산에서 겨우 붙여온 목숨을 그곳에 흩뿌리게 되려나?


그러나 다음 주 구례는 영상 12도까지 올라간다. 지나치게 극단적인 한반도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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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걱정되는 건, 비 예보가 있다는 것이다. 내가 등반하는 이틀 내내.


나는 아마 비 맞은 개 냄새를 풍기며 지리산을 헤매고 다니겠지.


대피소에서는 샤워도 못하니 하산하면 구례 사람들이 코를 움켜쥐며 저거 사람 아니라고, 개라고 할 것 같다.


어차피 그리된 거, 십 리 밖에서부터 물에 젖은 개 냄새를 풍기며 위풍당당하게 고속버스에 몸을 실어야겠다.


그리고 남부터미널역에 내려서 강남 거리를 좀 배회하다 와야지. 설렌다.

KakaoTalk_20250221_180125278_03.jpg?type=w1 이것도 지리산 / 출처 : 월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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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

https://blog.naver.com/nopanopanopa/2237671568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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